완경 일기 서평/ 자유로 가는 길

[이영희]

글/다시 스타인기 

출판사/민음사

"완경은 한동안 가사와 일상에 밀려서 등한시되던 열정을 보다 더 넓어진 세계를 향해 발산하는 시기이다. 불의를 느끼는 감각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나는 부당함에 저항하기를 원한다. 바로 이 저항 의식이야말로 완경기를 버텨나가게 하는 해독제가 되어주는지도 모른다." (349쪽)

이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이 문장으로 처음을 시작한다. 완경은 힘든 시기이지만,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완성되는 시기이다.

3대 독자에 유복자인 아버지는 딸만 넷을 키워야 했다. 딸 넷 중 맏딸이었던 내가 초경할 때, 어머니는 '여자는 죄'라고 한숨 쉬었다. 아버지는 평생 아들 있는 집을 부러워했고, 우리 딸 넷에게는 열등감과 죄의식이 자리했다. '완경 일기'를 읽으며 여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자는 죄라는 말에 숨은 어머니의 마음을 그때는 알 지 못했다. 그냥 원망스러웠다.

미국의 여류 소설가가 쓴 '완경 일기'는 여성의 몸뿐 아니라 생리를 하고 완경을 맞는 돌고래, 코끼리, 고릴라 등 동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한다. 이 책은 단순하게 제목 그대로의 완경 일기는 아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완경에 대해서 폭넓게 접근하며 페미니즘 적이고 생태와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완경은 '상실에 대한 사건'이라고 한다. 그것은 떠나버림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21쪽) 누가 완경을 이렇게 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공포의 감각 결국 인간은 늙고 죽으리라는 사실을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완경은 '자유'라고 한다. 육아와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아름다워 보이려는 노력으로부터의 자유, 힐끔대는 남성적 시선으로부터의 자유(33쪽)

하지만 그 자유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자유로 가기 위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신체와 정신 모두 사춘기 못지않게 혼란스럽다.

돌고래 쇼를 위해 포획된 돌고래 '롤리타'의 완경은 처참하다. 진정제와 항우울제를 먹으며 순해져서 복종하는 늙은 돌고래의 완경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모든 동물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16세기와 17세기의 여자들은 이웃집에서 우유 한 주전자를 구걸하기만 해도, 남의 결혼식에 난입해서 아이들에게 먹일 소시지 하나 달라고만 해도, 그들 정원의 식물이 이웃 남자의 식물보다 더 크게 자라기만 해도 마녀로 지목 당 할 수 있었다. 만약 어느 여자가 선반에서 담요를 꺼냈는데 두꺼비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면, 그는 단연코 마녀였다. 만약 여자가 가난하다면? 마녀였다. 여자가 과부라면? 마녀였다. 아버지도, 아들도, 남편도, 남자 형제도 없는 여자라면? 마녀였다."(169쪽) 마녀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차별받고 죽어갔는가? 그럼 현재는 어떤가? 현재는 완벽한가?

"우리는 나이 든 여자들이고, 젊은 어머니들이며, 어린 소녀들이다. 욕조의 젊은 여자는 본질적으로 나이 든 여자와 동일한 존재다. 쪼글쪼글하게 주름진 열매 속에 깊이 파묻힌 씨앗처럼 말이다."(227쪽) 소녀도 언젠가는 나이 든 여자가 된다. 삼십 대 때 나는 나보다 나이 든 여자에 대해서 궁금했다. 저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까? 저 나이가 되면 어떨까? 젊었기에 가질 수 있는 오만이었다. 그 나이가 되어보니, 똑같았다. 삼십 대 초반의 나와 마음은 늙지 않았다.

"신과 고래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존재니까, 나는 스스로 고안해 낸 거친 번역을 제안해 본다. 신, 즉 고래가, 나를 꿀꺽 삼켰다." (333쪽) '완경 일기'는 고래에서 시작해 고래로 끝난다. 필자는 고래를 연구하고 고래를 보기 위해 먼바다를 오래 탐험한다. 소설가가 본 고래는 꼭 본연의 모습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고래는 상징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완경기 여성들을 폄하하고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문화에 저항한다는 소설가의 '완경 일기'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문체 때문인지 소설적으로도 읽힌다. 묘한 아름다움이 문장에 녹아있어서 재미있다.

작가도 작가의 어머니의 완경에 대해서 이야기했듯이 나도 나의 어머니의 완경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생리가 끊겼다고 했을 때 나는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불쌍하다고 했다. 왠지 안쓰러웠다. 하나 낳은 아들은 돌 지나고 죽고 딸 넷이 생리할 때마다 지켜보며 느꼈을 어머니의 슬픔, 여자는 마녀처럼 죄 많은 존재였다. 어머니에게는

완경의 여자와 고래는 오랜 경험으로 무리를 이끌고 지혜로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