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친한 선배에게 전화를 건다.
비가 오거나, 마음이 울적하거나, 또는 좋은 일이 생길 때, 나는 번번히 전화를 건다.
비가 올 땐 선배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고, 마음이 울적할 땐 내 울적한 심정을 다 알아줄 것 같은 마음이다.
또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데 어디에다 할까 하다가 역시 그 선배에게 전화를 해서는 수없이 수다를 떨고 자랑질을 해대는 것이, 마냥 철부지 같은 아이의 언행에서 ,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보니 많이 부끄럽기는 하다.
그 선배가 번번히 내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얼마나 황당하고 얼마나 웃긴다고 생각할까,,ㅎㅎ
그래도 나는 전화를 또 건다. 안그래야지 하면서 내가 무슨 말을 꺼내도 그 선배는 다 받아 주리라는 믿음.
그 선배와는 내 나이가 이십대의 고개를 넘길 즈음에 직장에서 만났다.
힘들고 고달픈 나에게 "살아봐라, 그러면 언젠가는 그 소리하면서 잘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게다."
그게, 그 말이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모른다,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나는 어느새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역시,,,,
지금, 나는 또 그 선배에게 전화를 건다
"찬 한잔 하러 우리집에 오십시오!"
말로는 차 한 잔이라고 했지만, 실은 다른 일이다.
큰 아이가 '새싹인삼'이 심어진 스티로품 한 상자를 지난 주에 갖다 주어 지금 파릇파릇 싹이 잘 자라고 있다. 이파리 다섯장이 달린 새싹인삼은 스티로폼 상자에서 키우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가 보다 생각했다. 하늘거리며 자라는 인삼새싹 이파리는 안 먹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매일 한 송이씩 빼서 먹으라 했지만, 아깝고 보기 좋아 그냥 두고 보고 있다. 난 그 인삼새싹 한 송이를 빼 깨끗이 씻어 선배 입에 넣어드리고 싶다.
"이제보니 니가 제일 행복하게 사는 사람 같다!"
선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선배를 우러러본다.
행복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그리고 어디에서 자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