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일주일마다 비가 옵니다. 그것도 꼭 월요일 화요일에 비가 오네요. 지난 한 여름, 그렇게도 비가 좀 안 오나 기다릴 때는 안 오고 좀 덜 와도 되는 요즘에 자주 비가 오니 나쁘진 않은데 그렇게 반갑지도 않습니다. 들판에는 추수가 한창일텐데 비가 오니 추수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고 가을에 마지막으로 생장해야 하는 여러 작물들에게도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어제 월요일 부로 자발적 난민이 되었습니다. 요셉관 배관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천정을 열고 온통 낡은 배관들을 빼내고 있습니다. 제 방 화장실과 식관의 화장실 바닥에 물이 새서 아래쪽에서 배여 나온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두 곳의 방수를 새로 해야 할 듯합니다. 어쨌든 온 사방에 먼지이고 어수선합니다. 물을 당분간 사용할 수 없으니 눈치껏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습니다. 작은 수녀님은 마침 휴가 가셔서 다행이지만 큰 수녀님이 어떠실지 걱정입니다. 우리 마르티노 신부님은 본가에서 며칠간은 출퇴근할 예정입니다.
저희는 단 며칠, 몇 주이지만 전쟁과 기아, 정치사회적 불안, 기후 위기로 집을 떠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폭격으로 갑자기 집이 사라져 버리고 침략자들에 의해 도피할 수밖에 없는 전쟁 난민들을 매일 같이 뉴스에서 만납니다. 사회적 불안 때문에 긴 행렬을 지어 자기 나라를 탈출하는 남미 사람들도 만납니다. 나의 집은 사라지고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눈빛과 슬픔에 겨운 울부짖음을 들으면 그들의 아픔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집을 떠나는 일이 얼마나 큰 상실이고 슬픔인가요. 일상을 빼앗기는 일이니까요. 제발 전쟁이 멈추기를. 묵주기도를 하시면서 전쟁과 분쟁의 종식을 위해서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일상의 소소한 평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요. 매일 아침에 별 일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어디 매일 갈 곳이 있다는 것도, 저녁에 조용한 산책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매일이 같은 일의 반복이어도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성당에 올 수 있고 레지오 주회를 할 수 있는 이 일상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때로는 우리에게 그러한 일상을 살아갈 수 없는 노쇠와 병마가 닥친다 하더라도 신앙을 가진 우리는 그만큼 하느님께 더 다가서는 순간이니 그 역시도 기꺼이 받아안을 일입니다. 매일의 삶이 아름다움이고 기쁨임을,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질 슬픔과 고통까지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나의 형제자매임을, 내가 사랑을 건네주어야 할 소중한 사람을 우리는 다시금 깨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벌써 시월도 하순을 향하고 있습니다. 항상 시월 하순이 되면 날이 을씨년스러워지지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면 좋겠습니다. 단풍도 점점 더 들 것이고 아름다워질 것 같습니다. 가볍게 단풍 구경 나가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성당의 배관 공사는 일주일 정도면 끝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요셉관 사용에 지장이 있습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양해해 주십시오.
첫댓글 매일 감사하며 기뻐하며 지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어떤일이 생기더라도 주님안에서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 오늘도 좋은 훈화 감사드립니다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성가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바스락 소리 들으며 실컷 원없이 걷고픈 요즘입니다. 작년 한티순례길에 본 보랏빛 용담꽃이 주말까지 남아있길 바래봅니다.
건물이 오래되다보니 여러 곳에서 하자가 생기네요!!
너무 고생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