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술은 빠져서는 안 되는 식품 중의 하나이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같이 하는 것이 바로 술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기쁜 일이 있으면 축하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東醫寶鑑>에 술은 열이 많고 맛은 쓰고 달며 매우면서 독이 있다고 했다. 주요 효능은 약이 온몸에 빠르게 퍼지게 하여 혈액을 통하게 하고 위와 장을 도와준다고 했다. 또 피부를 윤택하고 우울한 것을 없애주며 화나는 것을 발산한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한약재를 선발하여 약술로 만들어 마시면 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요즘에도 유리병에 갖가지 약재를 넣어서 다양한 약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는데, 술을 약으로 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술은 마시면 몸에 해를 주기 때문에 건강과는 거리가 먼 식품이다. 그러나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약술도 자신의 몸에 맞게 먹는다면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혈압이 있거나 간 기능이 약한 사람은 주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체질에 따라서 술은 어떻게 마셔야 좋은가?
저돌적이고 선동적이며 남을 이끌어나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태양인은 간 기능이 약하고 기가 강하다. 기가 강하여 위로 흐르거나 발산하기 때문에 기가 강한 술을 마시면 더욱 기가 올라서 쉽게 취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기 쉽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면 몸이 힘들기 때문에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독주를 마시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하며, 마신다면 와인을 가볍게 마시는 것이 좋다. 약주는 기를 내려주고 수렴시켜주는 모과주가 좋고, 몸의 열을 내려주기 위해서는 솔잎차가 좋다. 또 양기가 부족하여 성기능을 강화시키고 다리를 튼튼하게 하려면 오가피주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잘 먹고 느긋하며 성취력이 강한 태음인은 간 기능이 강하여 잘 취하지 않고 술도 많이 먹어 주당이 많다. 무엇이든 잘 먹고 흡수가 잘 되지만 기혈의 순환이 잘 안 되어 병이 생긴다. 술을 마시면 조금 먹어서는 표시가 잘 안 나 남들의 술잔을 많이 받게 되어 더욱 많이 마시게 된다. 많이 마시다 보면 자연히 간, 심장,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간질환과 알코올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열이 많고 얼굴이 붉은 태음인들은 혈액순환이 안 되어 쉽게 취하는 경우도 있다. 안주도 많이 먹기 때문에 쉽게 비만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태음인 체질은 순환이 잘 안 되므로 양을 적게 마시며 도수도 낮은 것을 마시는 것이 좋다. 약주는 열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죽엽주가 좋고, 폐를 보하기 위해서는 폐의 음기를 도와주는 맥문동주가 좋다. 양기가 부족하여 성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양이 이 풀을 먹은 후에 음탕한 생각을 하였다."는 음양곽주가 좋다.
직선적이고 순발력이 강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소양인들은 화와 열이 많아 술을 마시면 바로 열을 받고 쉽게 취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 중에 소양인이 많다. 몸에서 받지 않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곧바로 얼굴이 붉어지거나 심장이 뛰거나 정신이 어지러운 경우가 많다. 남들이 보기에는 말도 잘하고 활달하기 때문에 술도 잘 마실 것으로 생각하나 실제로는 술만 먹으면 잠이 안 오거나 정신을 못 차리거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한다. 사회생활에 잘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술을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소양인 체질은 독한 술 보다는 도수가 낮고 성질이 차면서 이뇨작용이 잘 되는 것이 좋다. 맥주나 와인 등을 마시면 좋고, 약주는 마시더라도 많이 마시면 절대 안 되며 몸에 적응이 될 수 있을 만큼의 적은 양을 먹는 것이 좋다.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려주며 변비가 있는 경우에는 생지황주가 좋고, 양기를 보충하고 성기능을 강화하려면 "남편이 어느 날 산딸기를 먹은 후에 소변을 보자 오줌발이 너무 세어서 요강이 엎어진다."는 일화가 있는 복분자주가 좋다.
꼼꼼하고 내성적이며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소음인은 몸이 차고 위장의 기능이 약하며 기(氣)가 부족한 편이다. 반면에 술의 성질은 열이 많으면서 기가 강하여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그래서 술이 잘 맞는 체질은 소음인이다. 평소에는 말이 거의 없다가도 술을 마시게 되면 술기운을 얻어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마른 사람이 밥은 별로 안 먹고 깡술만 마시는 사람들 중에도 소음인 체질이 많다. 도수가 낮으며 양이 많은 술 보다는 소주, 고량주, 양주 등과 같이 양이 적으면서 도수가 높은 것을 선호한다.
약주로는 따뜻한 성질의 한약재를 이용하여 만든 약주가 좋다. 양기를 보하고 위장기능을 튼튼하게 하려면 인삼주가 좋고, 빈혈을 치료하거나 보혈을 하고자 하면 당귀주나 천궁주를 마시면 좋다. 신장의 기능과 성기능을 강화시키고자 하면 "오래된 두터운 종이도 뚫는다."는 파고지주가 좋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맞는 술이라도 과하면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