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물질·혈중 콜레스테롤 낮춰
비피더스 등 유용균 증식 효과 탁월
부패·병원균 성장 억제 장질환 예방
구강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간의 소화관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세균들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특히 별도의 살균 작용이 없고 세균의 생육에 적당한 혐기적 환경까지 조성하고 있는 대장(大腸)의 경우 100여 종 100조 마리 이상의 세균들이 서식하며 인체의 건강에 유·무해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기가 생후 처음으로 배설하는 태변(胎便)은 무균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5∼7일째까지도 신생아의 대장은 유산균의 일종인 비피더스균이 전 균총의 95∼100%를 차지할 정도로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식을 섭취하는 유아기 이후부터 장내 비피더스균의 수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유해균의 수는 증가해 성인과 비슷한 균총의 형태를 띠게 된다.
장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유해균으로는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 대장균(E.coli) 황색포도상구균(Staphylcoccus aureus) 프로테우스(Proteus) 등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암모니아 아민 인돌 크레졸 페놀 등의 부패성 물질과 독소, 발암 물질 등의 숙주 즉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생성함으로써 설사 등의 질병 유발, 암 발생, 면역력 감퇴 궁극적으로는 노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반면에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등으로 대표되는 장내 유익균은 젖산 및 초산 등의 유기산을 생성, 장내 pH(수소이온 농도)를 저하시켜 산에 예민한 부패균이나 병원성 세균의 성장과 장관 내 정착을 억제함으로써 장 질환을 예방한다. 아울러 숙주의 면역 시스템을 자극,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피더스균의 항암성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까지 니트로자민 등 암 유발 물질 및 이를 생성하는 효소를 감소시키는 작용들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고지혈증 환자의 경우에는 비피더스균을 섭취시켰을 때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이 유의적으로 낮아졌다는 결과도 검증된 바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내 유익한 균들은 증가시키는 한편 유해한 균들은 감소시켜야 한다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장내 균총의 구성을 어떻게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까.
현대 과학에서는 이를 위해 생균제제, 요구르트 등을 통해 유용균을 직접 섭취하거나 또는 장내 유익균이 증식할 수 있는 소재를 공급, 유익균을 선택적으로 증식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전자의 경우 비피더스균이 장까지 무사히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후자가 각광받고 있는데 이 때 유익균의 증식 소재로 유망하게 꼽히는 것이 바로 올리고당이다.
김숙희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비피더스균을 직접 섭취할 경우 소화관을 거치면서 위산, 소화 효소, 담즙산 등에 의해 사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내 비피더스균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유효 소재로서 올리고당의 영양 생리적 가치가 높다”고 주장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올리고당 중에서도 비피더스균을 비롯한 장내 유용한 세균의 생육에 이용되고 유해 세균 및 병원성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경우 기능성 올리고당이라고 하는데 특히 대두에 함유돼 있는 대두 올리고당은 비피더스균을 탁월하게 증식시키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대두 올리고당은 난소화성으로 섭취 후에도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에 무사히 도달해 비피더스균의 먹이로 활용된다. 그 결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산 등의 단쇄 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을 생산, 장내 pH를 산성화시켜 유해균을 감소시키고 장의 연동 운동을 도와 장 질환 등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대사의 조절을 통해 숙주에 유익하게 영향을 주는 일종의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인 셈이다.
실제로 토모타리 미츠오카 일본 수의ㆍ축산대학 식품위생 교수가 건강한 성인 남자들을 대상으로 대두 올리고당 10g과 동결 건조한 비피더스균을 하루 2회 식사와 함께 3주간 섭취시킨 결과 장내 전체 균총에서 비피더스균의 비중이 2.3배 증가했다.
4주 후 대두올리고당만 10g 함유한 식사를 섭취시킨 경우에도 장내 비피더스균은 2.2배 늘어났다. 한편 두 경우 모두 유해균인 박테로이드(Bacteroides)는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두 올리고당의 주요 기능성으로 칼슘 등의 무기질 흡수 증진 효과, 충치 억제 효과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칼슘 흡수 증진작용 기전과 관련해 과학자들은 몇 가지 이론을 제시했는데 현재는 비피더스 등에 의한 대두 올리고당 발효로 단쇄 지방산이 생성, 장내 환경이 산성화되면서 무기질의 용해도가 증가한다는 이론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단쇄 지방산 중 부틸산(butylate)이 장 세포의 건강을 증진, 세포 수를 증식시킴으로써 전반적인 무기질 흡수 면적이 증가된다는 이론 역시 많은 영양학자들로부터 지지받고 있다.
유산균 분야에서 권위자로 꼽히고 있는 지근억 고려대 생명공학원 교수는 “칼슘 섭취가 많이 부족한 우리 식생활에서 골격 건강의 향상을 위해 난소화성 올리고당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사실상 올리고당의 무기질 흡수 증진 효과를 인정한 바 있다.
이외에도 최근 각종 동물 실험 등을 통해 대두 올리고당의 체내 혈중 지질 및 혈당 강하 등의 효능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향후 대두 올리고당의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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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두올리고당이란
올리고당은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 등의 단당류가 2∼8개 결합한 일종의 탄수화물로 식물체에 널리 분포돼 있다. 그러나 소량씩 포함돼 있어 효소를 활용한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 산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기능성 올리고당은 다시 대두 올리고당, 프락토 올리고당, 갈락토 올리고당, 이소말토 올리고당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대두 올리고당은 대두 중에 함유돼 있는 스타키오스(stachyose) 라피노스(raffinose) 등을 일컫는다. 대두로부터 기름을 짠 후 대두 단백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콩 훼이(soybean whey)를 원료로 분리 및 정제해 생산한다.
대두 올리고당은 칼로리는 설탕의 50%인 반면 감미도는 70%에 달해 저칼로리 고감미료로 꼽히고 있으며 내열성 및 내산성의 특성으로 다양한 가공식품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다른 올리고당들이 거의 대부분 효소를 사용한 생합성 방법으로 제조되는 반면에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대두에서 그대로 분리해 생산되는 등 안전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