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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꽃시 제8집
길목에서
발행일 2008년 11월
지은이 박복기 외
발행처 산꽃시 동인회
주소 충청남도 금산군 금성면 양전리 68 금산문화원 내
전화 (041)754-2724
팩스 (041)754-6611
산꽃시동인회 2008
이 책은 금산군과 금산문화원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 제작하였습니다.
머리글
맑은 가을 햇살이 이리 살가운 것은
찬란한 지금이 다시는 오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긴봄날의 나른함에선 초록의 여름이 좋다하고
이내 마음은 저만큼 앞에 있는 가을을 들먹이다가
또 다시 절레절레 흔들어 대는 변덕스런 우리네 마음 때문에
성실하게 순응하는 작은 들풀꽃에도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농부가 좋은 씨앗을 고르듯 순간 가슴에 담겨지는 시어를 골라 놓고 행복해 하던 순간만을 기억하겠습니다.
여덟 번째 시집이 곱게 엮어지기 까지 늘 처음처럼 우리곁에 든든한 큰 산으로 계시는 안 용산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들의 시 세계에서 눈물로 웃음으로 그리고 단꿈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소중한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첫눈을 기다리며
산꽃시 동인회 일동
차례
머리글.5
테마시
그 향기/조순예.12
코스모스/손정옥.13
천사의 나팔꽃/박영옥.14
벚꽃/.박복기.15
어느 봄날/.김주순.16
개망초/김경희.17
꽃바람/길순암.18
길순암의 시
눈꽃.22
둥지.24
날개짓.25
큰산.27
꽃 잔치.28
동창.29
반딧불이.30
파도타기.31
김경희의 시
봉숭아 꽃물.34
천 눈.35
분꽃.36
바다는.37
봄비.38
시월의 어느 날에.39
그리움의 꽃.41
무지개 뜨는 언덕.42
허수아비가 본 세상풍경.44
조약돌.46
씨앗.47
감이 익을 무렵.48
김주순의 시
맵싸한 나이.50
그대는 내 사랑.51
처음 만난 그때처럼.53
박복기의 시
봄의 소리.56
아기별.57
길목에서.58
손정옥의 시
반딧불이.62
조순예의 시
편지.64
추억.65
거울.66
연산역.67
고향친구.68
늦가을.69
테마시
그 향기/조순예.12
코스모스/손정옥.13
천사의 나팔꽃/박영옥.14
벚꽃/.박복기.15
어느 봄날/.김주순.16
개망초/김경희.17
꽃바람/길순암.18
그 향기/조순예
꽃은
바람을 거슬러
지난 날
오랜 기억들을 퍼 올린다
코스모스/손정옥
꽃길을 걷는다
고개 숙이고
짙은 안개속 코스모스
휴일아침
나비되어 날은다
바람과 온몸으로 춤추는
코스모스 몸살 앓겠네
낙화한 꽃잎위에 선자리
지성소 같은
자리마다 가을이 성큼 깊어간다
천사의 나팔꽃/박영옥
그대를
사모하는 마음
가득하지만
차마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그 이름 달아준 이 앞에
드릴것이 향기밖에 없어
이 향기를 바칩니다
벚꽃/.박복기
방천가
줄줄이 서 있는
안개
봄 소식 전 하고파
꽃 망울 부풀려
꽃샘 바람 품는다
어느 봄날/.김주순
눈 부신 햇살
창 밖에 서성이면
어린시절 소풍가는 전날처럼
설레이는 마음
바람난 꽃길 따라
하고픈 얘기 활짝 피우고
발 걸음
덩 달아 꽃 바람 났네
발 걸음
덩 달아 꽃 바람 났네
꽃이 마음을 물들였을까
마음이 꽃을 물들였을까
바람아 불어라
흩 날리는 꽃비 맞으며
봄을 숨 쉰다
개망초/김경희
허전한 들녘에
아무렇게나 핀 것 같아도
거기 있어 보기 좋다만은
그래도
그냥 망초대일뿐
발갛게 되살아나는
봉숭아 꽃물도 못되보고
시린날의
뒷 배경처럼
쓸쓸한 자리에
하얀 망초대
아침마다 그의 하늘을 그립니다
꽃바람/길순암
꽃비 온다
꽃눈 내린다
산꽃 메아리
소리 소리
보이네요
오는 이
가는 이
그 소리
내 마음 되네
세상 속
하늘 빛 같아여라
그대
환한 미소
아련한
꽃바람에 실려퍼지네
길순암의 시
눈꽃.22
어둠이 내린
송년의 밤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들 모여 시끌벅적
자-모가 나온다
외치는 순간
도가 나오고 개만 나온다
엎드려 던지는 사람
무릎 꿇고 던지는 사람
아무리 몸부림 쳐 봐도
윷은 노는 사람 속 타는 줄 모르고....
제 맘대로
눈이 내린다
눈에 손길에 실려
아침 해
오르듯
밝은
소망
힘찬 바람이네
둥지.24
명절 끝자락
아이들 지나간
자리
싱그러운
숨결
구석 구석 배어 있다
세상살이 내려놓고
잠시 찾아 든
별들
삶의 고단함
물안개로 피어오르네
그늘
스스로 넓혀
끝없이
품는
이 자리
날개짓.25
소중하기에
보내고
서로 묵묵히 견디어 온
6년
남편 먼저 귀국할 때
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다며
울먹이던
딸
날개 잃은 새처럼
서로의
깊고 절실함
제 받은대로의
꿈을 이루고자
버거운 날
그리 많더니
박사 학위
아들 출산
아!
여기 있었네
큰산.27
개나리
꽃잎 속에
숨어 있는
모습
어제 밤 내린 비
활짝 피어
뜨락에 심겨진
당신
햇빛 되어
달빛 되어
싱그런 꽃바람이여
애틋한
큰산
새겨 있네
꽃 잔치.28
보곡 산
연초록 물결
사이 사이
세상과
담을 쌓은듯
고요 속에
산
사월의
빛
꽃 잔치
날
동창.29
감꽃 피는
오월의
아침
동창생 모여든다
꽃잎처럼 마주보며
다져진
정
지금도
흐르는가
반딧불이.30
잡힐듯 말듯
까만 눈동자
반짝이는
불빛따라
방천뚝
초여름 식히는
아이들
소리 소리
파도타기.31
장맛비
시원하게 쏟아지는
서울 한복판
택시를 탔다
아!
바다를 가르며 달리네요
그럼 나는 보-트를 운전하고 있네요
나와 기사님 대화에
핼쑥한
얼굴
환하게 웃는다
몇칠 전
수술실에서 나오던
창백한
모습
심호흡 잘 하라던
의사의 말
몸에 새겼는가
무의식 중에도
호흡의 파도타기를 잘 해낸
딸이다
기도 속에
너와 나 사이
파도
고운 무지개로
피어난다
김경희의 시
봉숭아 꽃물.34
누군가의 머릿속에
언뜻 남아있다가
그 가슴속
어느 한자락
헤집고 들어와선
진한 설레임은
입꼬리에 걸어놓고
슬며시
그 이름
살속에 새긴다
천 눈.35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채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손안에 아무것도 없으니
눈이야
비야
헛갈리는
너
분꽃.36
해가 중천이면 어떠랴
시간의 변두리 돌다
지쳐버린 해바라기
넋두리도 아랑곳 없이
그저
초 저녁 샛별위해
꽃단장만 있을 뿐
바다는.37
하늘의 수많은 구름들이
바람의 수많은 소리들이
바다로 내려 앉아
이내
바다는 울음판이 되었다
하늘이 될 수 없는
바다는
시끄러운 바람 날려버리고
빈 소라 고동 껍질속에
휘파람만 담았다
봄비.38
술래가 바뀐지도 모른채
꼭꼭 숨다
그대로 잠들어 보았는가
술래잡기 놀이처럼
숨어 있는 꽃을 찾아
봄비는
천지를 속속 훼집어 다닌다
아직 찾아 내지 못한
숨은 꽃들을 찾아
봄비는
주룩주룩 주문까지 외운다
시월의 어느 날에.39
이 쯤 날이면
모두가 노랗다 하고 붉다하며
넉넉한 웃음만 웃고 싶다
곰살맞게 파고드는 햇살도
맨 얼굴로 맞아주자
억새풀 흔들림에는
적당히 놀아주고
그 어떤 하잘 것 없음에도
아름다운 이름을 달아주자
그러다
아침 해 다시 뜨고
머 언 날에 돌아보면
그리운 빛깔로 남아있을
시월에 마지막 날만 기억하자
그리움의 꽃.41
뿌리도 없이
하늘의 핀 꽃은
제 향기에 취해
벌 나비도 마다한다
햇살 어지러운날
두눈감고 맴돌다
떨어버린 꿈들이
내려 앉을라치면
바람보다 더 먼저 달려가
앞가슴 헤집어 쓸어담아
가쁜 숨결 고른다
무지개 뜨는 언덕.42
너 나 할 것없이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산다고 말들하면서도
모두들 제것이 더 아프고 무겁다 엄살을 해놓다가
뒤돌아서서 자기것이 조금 났다싶어
실웃음을 웃는다
때론 응어리진 설움을 삭일때까지
구르는 자갈처럼 구르다가도
때마침 걸리는 세상을 향해
전신을 태우며까지 뜨거운 돌멩이질을
서로에게 던진다
하늘이 까매지도록 쏟아부은 연기속에
하루가 점점 검게 물들기 시작한 어느날부터
전혀 깨닫지 못한 두려움과 아픔이 이제사
내 탓인양 느껴질 때마다 손톱밑에 땟물을
말갛게 씻기울 한 줄기 소낙비가 그립다
산 넘어 작은 봉담샘에 말갛게 씻고
솟아오른다
알록달록 무지개가 그립다
허수아비가 본 세상풍경.44
언제부터인가
보리 이상에 잊혀졌다
참새도 잊혀졌다
메뚜기도 잊혀졌다
새 참 내던 우리할매
훨씬전에 잊혀졌다
어느날
벌건 대낮에도 환하게 불켜진
빌딩숲 사이로
파란 보리이상이 보이고
할매 국밥집도 보이고
시멘트 길가 줄지어서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울음반 웃음반 벌쭘하게 서서
더러는 사진 모델도 되고
대한민국 축제장에
새옷입은 허수아비
온 식구가 모여 있다
그러나
참새는 없다
참새대신
노랑 모자 아이들
참새는 짹짹 목소리만 남는다
조약돌.46
허둥대다
미끄러진 아픔 쯤이야
슬퍼 할 조차 없는 마음 쯤이야
그러다
구르다 서로를 더 아프게 한 후
서러움에 단면들이
강바닥에 쌓여지면
살아남은 자
동그란 눈물이
차가운 화석으로 남았다
씨앗.47
거기
초록물 고여있지
거기
꽃물 다 있지
거기
쌍무지개 뜨는날
마침내
온세상 다 있다
감이 익을 무렵.48
젊은날
떫고 아리던
속 쓰린 날의 추억
세월지나
고단한 날의 긴 한숨도
맑은 가을 햇살 앞에선
푸른멍으로
달큰한 추억으로
때론
구멍 숭숭 뚫린 빈 가슴 인채
손바닥 만한
감 잎새 한 장 안에
온 세상이 알콩달콩
둘러 앉았다
김주순의 시
맵싸한 나이.50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
겹겹이 쌓인
길
초가지붕 썩은새 솎아 내 듯
세상 욕심 내려 놓고
새 이엉 얹어
추억으로 쌓여가는 밤
염치도 없이
제 멋대로 찾아 든
일흔 고개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이
맵싸한 나이
그대는 내 사랑.51
새벽 밭에서 따 온
이슬 마르지 않은 호박잎 한 웅큼
신문지에 둘둘 말아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지난 날
이슬처럼 지나가네
조그만 마당이 있는 집
아들 딸 아장 아장 걸음마 시키며
행여 다칠세라
담 벼락 새끼줄 엮어
호박 넝쿨 올려 주렁 주렁
유난히 호박잎을 좋아했던
둥글 넓쩍한 딸
아직도
기다림으로 불러 보는
이 아침
처음 만난 그때처럼.53
노을 물든 수평선
가물가물 지난날
어제인 듯
파도에 실려오네
단발머리
헐렁한 교복차림 철부지들
손가락 걸어
우정 변치 말자 했었지
젊어지고 싶지도 않지만
더는 늙기도 싫은 일흔 고개에 선
지금
너와 나
바닷가 모래밭에
코 입 눈가에 주름살까지
그려본 얼굴
처음 만난 그때처럼
눈 빛만 보아도
알수 있는
곰 삭은 정 여기 있네
박복기의 시
봄의 소리.56
쉬임 없이 흘러가는
오늘
또 오늘
온 산에
산벚꽃
그 사이 사이
진달래 조팝꽃
잡힐듯 말듯
스쳐간 거리
졸졸졸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는
조약돌
가슴풀어 꽃웃음
아기별.57
하늘을 봐요
눈이와요
메리크리스마스
어린 소녀
맑은 휴대폰
싱그러운 소리
열일곱적 풋풋한 설렘은
나이먹은 것과 무관하게
지금도
아기별 보며
성탄전야 그 자리에서
오래 오래 머물고 있다
길목에서.58
군산에서 대전에서 서울에서
모이고 반기며 수다에 지친
친구들 두고
둘이서 살며시
물안개 펴오르는 바다로
산책길 나섰다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
그리도 밉단다
참말로 미워 죽겠단다”
바다는 어느새
밀물되어 돌아오고
썰물되어 떠나고
첫 사랑처럼 피어있는
해당화
수평선 너머
꽃잎은 더욱
물들이고 있다
손정옥의 시
반딧불이.62
물고기 마저
숨죽이는 낚시대
용강 위로
거울인듯 투명한
별들의 날개짓
은하수 흐르네
조순예의 시
편지.64
얼부푼
풀 나무들
깨어
새움
봄비로
싱그럽게 피어나네
님이여
꽃망울 솟구치네
추억.65
살 부비며
군밤 구워 먹던
옛 얘깃거리
삼키며
나무 심어
길러보리
거울.66
수많은 인연 중
어울림은 단 한 사람
진주처럼
숨어 잊다가
내 눈에만 보이는 거울
처음 당신이
나의 마음을 흔둘었고
내 가슴
그대 이름
숨 쉴 때까지
보아야 할
그날의 떨림
연산역.67
고향 역
나를 낳고 키운
어머니이다
고향친구.68
복숭아 풍성한 얘깃거리
물안개
꽃 피우네
다슬기 건지며
나이 잊은
강가
물 장구치네
장단 맞추어
깊은 골짝 별은
유난히 반짝 반짝 반짝이네
복숭아
가지 가지마다
등불
덩달아 흥겹기만 하네
늦가을.69
가을걷이 끝나
성큼 다가오는
추위
들녘 철새들
마음껏 뽐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살아 꿈틀거리는
충광이다
계곡의 첫눈
겨울을 재촉한다
신꽃시 동인시집 제8집
길목에서
산꽃시 제1집 엄마의 세상소풍
산꽃시 제2집 눈물과 꽃물처럼
산꽃시 제3집 나는 밤마다 별이 되어
산꽃시 제4집 담쟁이넝쿨
산꽃시 제5집 지금은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
산꽃시 제6집 산꽃과 함께 놀다가
산꽃시 제7집 웃어도 눈물나겠네
산꽃시 제8집 길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