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백화점과 귀금속소매상들이 고금 매입시장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3월 25일 현대백화점을 시작으로 27일부터 롯데, 갤러리아 백화점 등 국내 대형 백화점들이 잇따라 고금매입사업을 개시하면서 귀금속소매상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금을 최고 수준의 시세로 매입합니다’라는 홍보문구로 지난 3월 27일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 백화점 1층 골든듀 매장에서 고금을 매입하고 있다. 매입 품목은 모든 순금 및 18, 14K 고금으로 매입금액은 당일 고객의 계좌로 직접 송금해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3월 25일부터 고금매입을 시작했으며 기간은 롯데백화점보다 한달 많은 6월 30일까지 고금 매입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는 금 매입의 신뢰와 일반 소매점 대비 매입가 우대를 위해 국내 최대 금전문 유통사인 KGTC와 업무를 제휴했으며 금매입 수익의 일부는 사회복지재단을 통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한 하루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매입가를 고지하며 1층 골든듀 매장에서 매입행사를 하고 있다.
(사)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는 이와 관련해 대형백화점의 고금매집은 영세한 소매상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부당한 처사며 이번 고금매입 이벤트는 영세한 서민의 영업권을 빼앗는 행위로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매업중앙회는 지난 3월 26일자로 백화점, 골든듀, KGTC에 항의공문을 발송하고 4월 2일과 3일 양일간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을 방문하여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한국백화점협회,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대형백화점의 영세사업자 영업권(고금매입) 침해에 대한 시정 건’이라는 제하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판매업중앙회 정성정 회장은 백화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금매집은 영세한 소매상의 영업권으로 기본적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대형 백화점이 골든듀, (주)KGTC 등과 제휴하여 고금매집을 하는데 대해 우려와 반감을 표출할 수 밖에 없다”며 “백화점 등은 고금매입 이벤트를 즉시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며 만일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물리적으로 집단행위를 불사할 것이며 정부기관에 영업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탄원서에서는 “고금은 귀금속업계에서 재순환되는 중요한 재화로써 불필요한 금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으나 백화점의 고금매집은 고객서비스란 명목으로 고금을 매집하여 국외로 수출함으로서 소중한 원자재가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영세업자의 영업권 침해, 원자재 해외유출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바 정부 및 관계기관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백화점의 금모으기 행사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백화점 측은 고금매집이벤트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고객과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기까지는 행사진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귀금속소매상의 반발이 큰 것은 금 유통업체와 직거래를 통해 유통마진 최소화 하여 소매상보다 가격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사업 초기와는 달리 현재로서는 금 매입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상황이라 한시적인 사업에서 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와 같이 백화점내에 금 매입전용코너를 개설하여 매입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계획이 잡혀있지 않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사업을 금매입 서비스를 시작한 3월 25일부터 4월 6일까지 2주간 금을 팔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40억원의 매입실적을 올렸지만, 이후 12일까지 집계된 매입액은 50억원 정도로 점차 매입실적이 줄어드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번 금매입 이벤트가 귀금속소매상의 영업권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가능한 행사의 광고를 자제하고 이벤트 규모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KGTC는 판매업중앙회에 보낸 회신을 통해 “이번 행사는 금 유통의 투명화와 소비자 권익보호차원에서 백화점의 승인을 얻어 시작된 것으로 수개월간의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여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따라서 고금매입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행사 결과는 관계당국에 정확히 신고될 것이며, 향후 당국의 정책결정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금 및 금제품의 시장가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업계의 정상적인 고금유통마진’을 확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이여 이러한 추세는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롯데, 갤러리아 백화점 등 전국 38개 매장에서 고금매입을 하고 있으며 골든듀는 해당 백화점의 매장에서 고금을 매집하고 매집된 고금은 (주)KGTC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
판매업중앙회를 중심으로 귀금속소매상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백화점측이 고금매입을 한시적인 이벤트로 끝낼지 지속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이번 일로 귀금속 소매상들의 비난을 면치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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