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봄철에는 조개가 살이 올라 맛과 영양이 좋다는 의미인데, 조개는 고급 음식점 및 일반 가정까지 널리 식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먹거리로 알려져 있다. 구이나 볶음, 조림, 국, 찌개, 탕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이용되며, 다진 조갯살에 갖은 양념을 하여 볶아 쌈장으로도 먹기도 한다.
조개의 종류로는 모시조개· 대합· 소라· 전복· 바지락· 굴 등을 들 수 있는데, 한의학에서 조개류는 주로 신장(腎臟)의 기능을 돕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조개는 열을 내려주고 습(濕)을 거두며 가래를 삭이고 소변의 배출을 도우며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한다. 조개는 만성 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확장증, 각혈, 천식, 폐결핵 등의 호흡기 질환과 여성 생식기의 염증 및 습진, 궤양, 임파선 결핵과 갑상선 종대, 배속에 생긴 덩어리 등의 치료에도 활용하여 왔다.
전복껍질을 한의학에서는 석결명(石決明)이라고 하는데, 간이나 폐에 열이 올라와서 발생되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증상, 결막염, 백내장, 녹내장 등의 안질환과 열이 오르는 증상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되었다.
본초강목에는 “대합은 방광과 대장, 소장을 소통시켜주어 수기(水氣)와 부종(浮腫)을 치료하고, 장을 깨끗하게 하며, 신장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되는 질환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에서 재첩은 눈을 맑게 하고 간 기능을 개선하며 황달을 치유하고 위를 편안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소변을 맑게 해 당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으며 몸의 열을 내리고 기(氣)를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조개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비타민· 철분· 아연· 타우린 성분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간질환자나 위장이 약한 노약자, 혹은 성장기 청소년에게도 좋은 식품으로 권장되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적혈구 형성에도 도움을 주어 빈혈예방이나 동맥경화· 심장질환· 고혈압 및 뇌혈관질환 이나 치매의 예방과 노화방지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개류를 대상으로 암 예방 효과 실험 및 항암물질 개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자궁경부 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의 성장 억제 효과 등이 보고 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속이 쓰리거나 식욕이 떨어 졌을 때 잘 씻어 말린 모시조개 껍질을 불에 구어 빻은 가루를 소량을 하루에 서너 차례 정도씩 물에 타서 먹기도 하며, 생식기의 염증이나 궤양에 조개껍데기 가루를 외용으로 발라주기도 한다.
조개는 기가 허약하거나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한 경우는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한의학에서는 대합조개를 개의 쓸개, 감수(甘遂), 원화(芫花)등과 함께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연월<대전대 대전 한방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