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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처럼 그림자처럼
은주 그녀를 만난 것은 대학교를 졸업 하고 한 회사에 입사하고 몇 달이 지난 후의 일이다. 그 때 영훈의 집은 3년 전쯤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준공이 되어 수도권이라 하는 한 신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를 가는 아파트가 위치한 그 곳은 구 지역과 신도시 지역이 혼재하는 경계선 상에 위치하는 그 옆으로는 작은 하천이 흐르고 몇 개의 다리가 띄엄 띄엄 놓여 차량과 사람들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다리 아래의 하천은 가뭄이 들면 바닥이 드러나 잡초가 비어 있는 그 자리를 차지하는 시청에서 이야기하는 정비대상 하천 제 1호라는 달갑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그 아파트에서는 회사까지의 거리가 먼저 살던 곳 보다는 더 멀어지고 방향도 반대편이어서 처음에는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여야 하나 하고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전철역이 있고 얼마간 타고 가다 강남으로 연결되는 지하철로 환승하면 회사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회사에서는 신우회가 있었는데 주 5일제가 시작되기 전만 하여도 토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소강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회사의 사장님이 미련해 준 대회의실에서 성경공부 모임을 가지곤 하였는데 영훈은 얼마간 그렇게 회사의 직원들과 같이 활동을 하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집 근처의 교회를 찾아보는데 신도시 지역에는 몇 군데의 깔끔한 교회 건물이 보여 가긴 하였으나 너무나 인공적이 현대적인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도 신도시 지역 사람들답게 깔끔하고 빈틈이 전혀 없는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들 같았다.
한 주를 형식적으로 보내고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처음 나갔다가 다시금 그 근처를 살펴보니 다리 건너에 한 켠으로 십자가가 보여 그 다음 주 그곳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그 곳에 들어가니 예배실은 200명정도 들어갈 수 있는 크지 않은 교회였다. 앞에 강대상이 있고 왼 편으로 성가대 석이 위치한다. 그 첫 주에 예배를 드리고 다음 주도 또 가고 하여 한 달 정도가 되었을 무렵 교회의 어떤 청년이 영훈을 부른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교회 계속 나오시네요 저는 성가대에 있어요 성가 연습 금방 하는데 같이 하시겠어요“
“글쎄요 전 등록도 안하고 성가는 해보지도 않아서 안 될 것 같은데요”
“참 그러지 말고 오세요 오늘 제가 먼저 연습을 하지 않아 성가대 못 올라가고 그 옆에서 예배 드렸는데 충분해요 할 수 있어요 성가대 사람들 거의 완전한 사람 없어요 주님은 부족한 자도 들어쓰신답니다”
영훈은 그의 말에 따라서 갔다 그는 성가대 자신은 테너 파트의 정근석이라 하였다. 교회의 작은 식당 그리고 주방 뒤편의 크지 않은 방이 있는데 한 쪽으로 피아노가 놓여져 있고 30명 정도의 인원이 두 편으로 나뉘어 있다 모두 밝은 모습들이다
“대원님들 안녕하세요 여기 한 친구 분 같이 왔어요 우리랑 같이 지낼거에요 인사 나누세요”
“안녕하세요 김영훈이에요 이 근처로 이사 온지 한 달 정도 되었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잠시 후 한 여자 청년이 영훈에게 말을 건다. 영훈의 나이는 스물일곱 그 여자 청년은 대략 대학교 올해 졸업한 정도 그러니깐 스물서너살 정도 된 것 같다. 나중에 안 이름은 남 은주였다.
“안녕하세요 아 식사하러 같이 가요 오늘 마침 성가대장을 맡고 있는 장로님이 점심을 내신대요 같이 가요 괜찮죠?”
교회 근처의 뷔페식당인데 두 달 전쯤 새로 생겨서 근처에서 새로운 먹거리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금액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그 뷔페점의 대표가 얼마 전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여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에게는 특별히 가격을 할인하여준다고 하기에 성가대의 대원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몇 명이 가보았지만 전체 대원이 다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뷔페가 위치한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이미 장로님과 목사님이 먼저 오셔서 한 쪽에 자리를 잡고 계셨다. 다들 들어가서 뷔페 음식 코너를 돌며 자리에 앉았는데 우연치 않게 영훈에게 먼저 말을 건넨 은주가 옆 자리에 앉았다.
“어때요 괜찮죠? 저는 2주 전에 언니랑 엄마랑 같이 와서 먹어 봤어요. 가격도 싸고 음식도 괜찮고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딱인 것 같아요 저 건너편 아파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아 그래요 근데 은주 자매는 어디 살아요?“
“우리집이요 교회서 얼마 안 멀어요 교회서 전철 역 쪽으로 가다보면 지금은 빌라라고 불리는 조금 오래된 연립주택 단지가 있는데 거기 살아요 그런데 영훈씨는요?”
“저는 저 거너 아파트 살아요 지난 달에 이사왔어요. 그리고 참 은주씨는 교회에서 성가대하고 또 다른 것도 하세요?”
“저요 전에는 아이들 가르치는 주일학교 교사 하였는데 지금은 안하고 교회 유년부 아이들 데려다 피아노 레슨 해주고 있어요 오후에는”
그렇게 은주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뷔페음식을 두 번 갖다 먹고 디저트로 과일 등을 먹고 나니 오후 성가대 찬양연습 시간이란다. 그래서 다시 교회로 향하고 한 부속실 두 군데로 나누어 들어가서 연습을 하였다 남자들은 테너 베이스 여자들은 소프라노 알토로 두 군데서 하다가 나중에 한 방으로 모여 서로의 화음을 맞추었다. 얼마 전부터 저녁 예배가 없어지고 오후 예배로 바뀌어 오전의 성가대가 찬양을 맡아서 연습 시간이 촉박하였다. 반주자는 주반주자와 부 반주자가 있는데 그 두 반주자들은 자매 지간이었다. 언니인 주 반주자의 반주 때 부 반주자는 성가대의 알토를 하고 연습 때는 파트별 반주를 맡는다. 그리고 언니가 교회에 나오지 못할 경우는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 언니는 작년에 결혼하였으며 부군은 직업군인이다. 그 도시에는 몇 군데 부대가 있는데 요즘은 부대로 나가지 않고 대학교에 나간다고 한다. 군인이 대학교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끝내면 내년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에 아마 그 때는 부부가 같이 간다고 한다. 모든 경비는 국방부에서 대준다고 하니 우리나라 군대도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 이후 성가대의 활동을 하며 가끔 점심 먹으러 같이 가고 어느 때인가는 그 반주자 집에 먹을거리를 사서 갖고 가서 그 집의 옥상에 올라가 평상을 펴 놓고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였다 연기와 냄새가 좀 나긴 하였는데 그 동네의 사람들의 불만은 없었다.
은주와는 더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은주의 언니는 은미라 하는데 같은 성가대의 소프라노 파트에 속하여 있었다. 은주는 알토이고 영훈은 베이스 파트이다.
성가대를 지휘하는 전도사는 영훈이가 사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얼마 전 이사를 왔다고 한다. 전도사의 아내는 한 병원의 간호사로 있다고 하며 성가대의 알토에 속하여 있는데 어떤 때는 나오지 않기도 한다 병원의 교대조가 3교대로 순번대로 바뀔 때마다 주일 아침에 병원에 나가야 하는 때가 있기도 하고 그 전날 밤부터 밤샘 근무가 들어가는 때가 있어서 그 주에는 나오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시간은 더해가고 5월이 시작되었다 5월은 어린이날이 휴일이라 교회 각 부서에서는 그 날 야유회를 많이 가는데 석가탄신일이 그 해에는 5월10일이라 교회 성가대에서는 그 날 야유회를 가기로 하였다. 장소는 남이섬 가는데 2시간 정도 올 때는 3시간을 예상한다. 버스를 한 대 전세를 냈다 교회에는 아직 버스가 없고 16인승 미니 버스 한 대 뿐이다. 5월10일 화요일이다. 어제 월요일 출근하고 또 쉬려니 조금 그렇기도 하지만 아침 일찍 8시 반경 교회 앞으로 가니 버스는 와 있고 성가대원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자리는 자연스럽게 앞 쪽은 여자 뒤 쪽은 남자 부부인 대원은 같이 그렇게 앉아서 버스는 9시경 출발하였다. 외곽순환고속도로로 가다 퇴계원쪽으로 가다가 춘천이라고 표시한 이정표를 따라 가다 보니 곧 경춘 가도가 연결되어 강가로 이어진 도로로 달리다 보니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장관 그 자체였다 푸른 강물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건너편에 보이는 높지 않은 푸른 아기자기한 산들이 괜시리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얼마 정도 가니 대성리란 표지판이 보인다. 대성리는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두 번 정도 MT를 갔던 곳이다. 말이 MT지 밤 늦게까지 신나게 놀던 그때였다. 저녁에 장작을 한 아름 갖다가 캠프파이어를 하고 어떤 글자를 철사와 솜 나무 등으로 만들어 기름을 발라 불을 붙이면 그것이 화이어레터라고 한다. 불길에 그 글자 형체가 드러나면 모두 박수 치고 무슨 노래인지 한참 부르고 한 편에서는 춤까지 춘다. 대성리 추억의 이야기가 묻어나는 곳이다.
이어져 있는 강 가 마을들 가평을 지나 남이섬이라는 표시판이 보인다. 도착하니 11시 반 정도가 되어 남이섬 입구의 주차장이 자리한 한 켠에 자리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 12시 반경 남이섬 입구로 가서 오가는 배에 올라 2-3분 정도 가니 남이섬이다. 입구 윗편에는 남이나라라고 써 있다. 남이섬에 들어가서 자연히 몇 그룹으로 나뉘어져 섬의 한 쪽 강가를 걷다가 호텔 근처 공터에 모여 전도사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하고 섬 한 바퀴를 천천히 돌며 사진을 간간히 찍고 나왔는데 메타스퀘어 나무가 늘어선 길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겨울연가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금방이라도 어디선가에서 나타날 것 같았다. 야유회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오니 올 때 차가 많이 막혀서 3시간은 걸려서 저녁 7시가 넘은 것 같았다. 남이섬에서는 은주는 자기 언니 어머니와 같이 다니고 영훈이는 같은 베이스 파트 사람들과 다니다 보니 은주와 같이 이야기 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초가 지붕을 씌운 큰 표지판 앞에서 잠시 보고 이야기 한 것 밖에 없다 그 표지판에는 겨울연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앞에는 아예 사진을 찍으라고 벤치가 놓여있다. 성가대 몇몇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영훈도 찍었다. 그 겨울연가란 글자만 따로 찍기도 하고. 참 그렇다 그 곳 남이섬이 겨울 연가 촬영지 중 하나여서 한 때 일본 사람들이 줄지어서 꼭 들르던 곳이었기 때문에 겨울연가의 채취를 느낄 수 있도록 이곳저곳을 치장하다시피 하였다.
영훈은 안경을 썼는데 언젠가 성가 연습할 때 안경의 한쪽 나사가 빠져서 바닥으로 떨어져서 핸드폰 램프를 밝히며 찾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은주의 목소리
“영훈씨 뭐 찾는거에요?”
“안경 연결 나사 빠져서 찾는데 작아서 그런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요 저 한 쪽으로 가세요 내가 찾아 볼께요”
은주가 그 아래를 보며 찾더니 금방 손에 무엇인가를 들었다
“여기 있어요 찾았어요”
“정말 넘 대단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바로 잘 찾아요 눈이 보통이 아니네요”
“참 아래 보니깐 마침 바로 있던데요”
그러다가 안경을 달라 하여서 주니까 백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안경 연결 부속에 그 나사를 돌려 넣는다.
“여기 있어요 됐죠 나 잘하죠?” 배시시 웃는다 너무 예쁜 표정이다.
“넘 고마워요 은주씬 못하는게 없네요 예쁘지 찬양도 잘하지 피아노도 잘 치지 안경 나사 금방 찾아서 금방 고치지 근데 난 할 줄 아는게 별로 없네요..”
은주와는 그렇게 가까워져 갔다 그리고 교회에서 일어난 하나의 일로 인하여 영훈은 그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은주의 어머니와 영훈의 이모 사이에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하였던 일이었다. 사건은 정말 시소한 것이었다. 아파트 입구 근처 진입 도로에서 앞 뒤로 가던 차량 중 뒷 차가 앞차의 우측 후면을 부딪친 가벼운 접촉 사고가 났는데 서로 상대방 잘못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란다. 앞 차는 뒷 차가 일방적으로 받았다고 하고 뒷 차는 앞차가 갑자기 급정차하였다고 하고 답이 나오지 않아 언성이 높아지고 그리고 경찰까지 부르고 그래도 잘 안되어 심한 이야기까지 하였는데 한 사람은 은주 어머니고 한 사람은 영훈이 이모란다 서로는 모르고 이야기 하다 보니 교회 이야기까지 나오고 영훈이가 은주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를 다니는 것을 안 영훈 이모는 그 교회 당장 그만두게 하라고 영훈이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 즉 기본도 모르는 은주 어머니 같은 사람이 다니는 교회는 영훈이가 가서는 정말 안 된다고 열을 올리듯이 영훈 어머니에게 이야기 하니 영훈 어머니도 영훈이에게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듣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이야기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일로 교회를 그만두어야 하다니 정말 기가 막힐 일이었다. 영훈이 이모가 교회를 다닌다면 그런 일이 없을텐데 영훈 이모랑 영훈 어머니랑 다 교회를 다니지 않고 있다.
영훈이가 교회를 다닌 것은 영훈이의 여동생의 영향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영훈이의 여동생은 혜진이라고 하는데 대학교에서 첫 미팅할 때 만난 다른 대학 남학생과 ,연인사이가 되어 그 남자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따라 다니면서 믿음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영훈에게는 가까운 교회라도 나가라고 간간히 이야기 하여 지금 이 곳으로 이사를 와서 교회를 찾다가 은주가 다니는 은혜교회라는 곳을 다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로 그만두다니 다른 교회로 옮겨야 할 처지였다. 영훈이는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은주였다. 은주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나지 못하나보다. 따로 연락하여 밖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은주에게 문자를 넣었다. 이젠 시간이 얼마 간 지나 은주는 영훈을 오빠라고 부른다. 정식으로 연인 사이는 아니고 친하게 지내는 오빠 동생 사이가 된 것이다. ‘은주야 어떻게하니 교회 그만두어야 되거든‘ 보내고 나니 1분도 있지 않아 답신이 온다 ’오빠 무슨 일이야 교회 그만두다니‘ ’응 이야기 좀 그래 사정이 생겼어‘ ’무슨 얘기야 만나‘ ’그래 그럼 교회 입구 편의점으로 와’ 따로 장소를 잡지 않고 편의점으로 하였다 커피숍 가면 적어도 4-5천원이지만 편의점은 500원이면 된다. 커피폿트에서 나오는 원두커피는 1000원이었다 그리고 길가 쪽에 붙은 창 옆에 작은 테이블 몇 개와 의자가 놓여 있어서 잠깐 동안이라면 그 곳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그 편의점을 이야기 한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자 5분 정도 지나서 은주가 왔다
“오빠 왔어? 커피 어떤거 할래?“
“응 천원 짜리 여기 있다 난 오리지날로 해” 천원 지폐 두 장을 은주에게 건넨다
은주는 커피 2개를 받아와 하나를 영훈에게 건네고 그 맞은 편에 앉았다
“오빠 왜 그러는건데 그럼 이번 주부터 안 나오는거야? 뭐야 도대체 이야기해봐”
‘얘기하기가 좀 그래...“
“정말 뭐 때문에 그러는지 나는 알아야 하잖아 오빠두 참 빨리 얘기해”
“얘기하기가 진짜 안 되는데 어떡하지 정말‘
은주는 자꾸 이야기를 하라고 재촉을 한다.
‘근데 이거 은주 엄마 알아서는 안 되는데’
‘우리엄마? 우리엄마가 뭐 어떻게 했어 뭔데... 그래 엄마한테 얘기 안할게 해봐“
“은주 엄마랑 우리 이모랑 안 좋은 일이 있었어 그래서”
“참 우리 엄마랑 오빠 이모랑 안 좋은 일 있다고 무슨 안 좋은 일인데 오빠가 교회 그만두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정말 엄마두 참, 알았어 무엇인지 모르지만 엄마한테 가서 이야기 할께 오빠 이모한테 뭐 잘못했는지 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할테니깐 오빤 가만히 있어 알았지”
“은주 엄마한테 얘기 하지마 소용없어 얼마간 다른 교회 갔다가 잠잠하면 다시 나갈게”
“정말 언제야 그럼”
“그래 은주 보고 싶어서라도 오랫동안 못 떠나”
“그래 그럼 연락해 교회 아니라도 가끔이라도 만나 알았지 오빠”
“알았어 연락할께 전화 아니면 문자 할께 미니홈피에라도 쓸테니깐 ”
그렇게 영훈은 은주와 헤어진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때는 금방이라도 다시 만난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더 이상은 만날 수도 볼 수도 없게 되었다.
은주는 그 때 서울에 있는 한 은행에 근무하여 지하철로 출퇴근 하였다 은헹이 있는 곳이 강남역 근처라 영훈이 다니는 회사는 선능역 근처였기에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다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었으니까. 언젠가는 외출하였다가 강남역 근처 은주가 근무하는 은행에 들리니 그 내부의 한쪽에서 은주의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너무 바쁜 것 같아 발길을 돌려 나왔던 일이 있다. 퇴근할 때는 서로 시간이 틀려 같이 퇴근을 한 때는 없었고 언젠가 저녁 시간에 강남역 근처의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그 때 같이 저녁 식사로 스파게티를 시켜 먹고 시간을 같이 보낸 일이 있었는데 그 때는 은주의 은행 동료 여직원이 같이 나와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다 퇴근하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은혜교회를 나가지 않고 다른 교회를 나가면서 가끔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 은주에게 온 문자가 자기가 다니는 은행에서 연수를 하는데 강릉에 있는 연수원에 들어가서 연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한다. 직무교육 겸하여 가는 연수인데 기간이 2주간이라고 한다. 연수 들어가는 날짜가 되어 며칠이 지난 후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도 그렇게 이야기 하였던 2주간의 시간이 지나가고 그래도 연락이 없어서 영훈은 그 주일날 은혜교회에 갔는데 멀리서 은주 언니인 은미와 은주 어머니만 눈에 띄인 것이다. 만나기도 그렇고 하여 은주에게 전화하니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어떻게 된 일인지 너무도 궁금하다.
그 다음 날 월요일 낮에 외출을 하며 돌아오다 은주가 근무하는 은행에 들려 보니 은주가 안 보인다. 어떻게 된 것일까 정훈은 견딜 수가 없다 은주가 어디 있는거야 왜 안보이지 그러다 보니 앞 쪽으로 은행의 한 여직원이 자나가기에 불러 세웠다.
“저기요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고객님”
“디른게 아니라 직원 중에 남은주라고 혹시 없나요?”
“남은주요 아 그 은주 예쁘게 생겼었는데 참 어떻게 하죠 지난달 그만두었어요”
“그만두다뇨 왜요”
“글쎄 그건 아 실례합니다 저는 이만”
그러더니 안쪽에 누가 부르는지 급히 그 곳으로 간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다 어떻게 된 일이지 무슨 일이야
퇴근하여 집에 오니 이모가 와 있었다.
“영훈아 들어오니? 참 영훈아 너도 알지? 그 아주머니 있지 나랑 차 때문에 싸웠던 그 아주머니 알지?”
“네 그런데요”
“근데 그 아주머니 참 안되었더라 그 때 내가 왜 그랬는지 그냥 넘어가는건데”
“왜요 뭐 때문에요”
“응 그게 그 아주머니 작은 딸이 죽었다고 하더라 글쎄”
“뭐요 죽다니 누가 왜요”
“그 작은 딸 있잖아 한 번 봤나 좀 이쁘장하구 그런 대학생인가 하는 딸”
은주였다 이모가 이야기 하는 작은 딸은 은주였다 그런데 죽다니
“이모 무슨 말이에요 죽다니 어떻게 죽었대요”
“응 잘은 모르겠어 들어보니 위암인가로”
“.........”
영훈은 방으로 갔다 그리고 그 교회 성가대에서 가끔 이야기 하던 정근석 씨의 핸드폰 번호를 찾아 전화하였다.
“여보세요 정근석시 되세요?”
“예 그런데요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저 아시는지 모르겟지만 지난 달까지 성가대 같이 하던 김영훈이에요”
“아 김영훈씨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근데 그 남은주씨 어떻게 된거에요?”
“아 은주 자매요 참 안됐죠 이제 대학교 졸업해서 은행 다닌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교회서도 주일학교 교사에 성가대에 열심히 하고 착하고 예쁘기도 했는데 ”
“어떻게 된거에요”
“아 얼마 전 갑자기 아프다고 했어요 그래서 병원에 갔는데 이미 늦었다는거에요 그게 날벼락이지 뭐에요 그래서 은주씨 시골에 가서 좀 쉬면 나아질 것 같다고 친척 있는 강원도 어디론가 가서 그 쪽 병원에 다녔는데 얼마 못가서 그만... 참 은주 자매가 영훈씨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하늘이 갑자기 안보이듯 모두가 캄캄해지는 것 같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 그럼 그 때 연수를 간다는 것이 그 강원도 친척집으로 간 것? 아무 이야기도 안하고 어디로 훌쩍 떠나버리고 어떻게 해야 하나 영훈의 머릿 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은주에 대한 기억들 그러면 그때 더 친하게 해주고 아니 사랑을 해 주었어야 하는데 은주는 나를 그렇게 따르고 좋아햇는데 왜 그렇게도 못하고 혼자 그렇게 보내야 했는지.
다음 날은 공휴일이라 쉬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제 은주의 그 일을 들은 이후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 밤새 뒤척이다 아침에는 오히려 잠이 몰려오는 듯 하였다. 은주와의 시간들 그 시간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는 앞에 펼쳐진다. 잡아야 하는데 붙들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은주의 맑고 까만 눈동자가 영훈을 바라본다 오빠 부르며 뛰어올 것만 같다 그냥 바로 안아주고 싶다 그녀의 그 길고 고운 머리칼에 묻혀버리고 싶다. 은주야 어디 있는거야 혼자 왜 그렇게 가버린거야 내 가슴에 이렇게 큰 자리 차지하다가 훌쩍 떠나 버리면 이 빈자리는 어떻게 하라고 하는거야. 그 스파게티 먹으며 조잘대듯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던 은주의 모습이 앞을 스쳐 지나간다.
힘 없이 걷다 보니 아파트 입구까지 나왔다. 앞으로 멀리 보니 잠시 전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른 편 저 멀리로 약한 햇살이 구름 사이 틈새로 고개를 내밀며 흘러나온다.. 그리고 아파트 너머 보이는 산 언저리에서 시작된 옅은 색깔의 무지개가 나타나 영훈이를 쳐다 본다. 아파트 꼭대기 넘어 산등성이에 걸쳐 있는 옅은 무지개 그리고 이내 사라져 버리고 햇살은 힘을 더하여 주변의 건물 한 귀퉁이를 비추며 그 뒤편은 그림자로 어둡게 만들어낸다. 무지개가 사라지고 그림자로 떨구어진 오후, 그래 그 무지개야 오래 있지도 못하는 무지개 그런데 그 있을 동안은 일곱 빛깔이 너무나 아름다웠어. 은주가 그랬어. 그런데 그렇게 예쁘게 세상을 비추다 이젠 가버리고 그림자만 남은거야.
핸드폰에 저장된 한 장의 사진 멀리서 찍은 은주 사진이다. 왜 이렇게 멀리 찍은거야. 바로 앞에서 찍었어야 하는데. 이쉬움만이 안타까움만이 공간에서 맴돈다. 눈물이 갑자기 앞을 가려 버린다. 은주야 어디 있는거야 다시 오면 안 되겠니. 은주가 남기고 간 것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데 은주가 갔던 곳 어디라도 다시 가고 싶다 걷다보니 성가대에 처음 나간 날 갔던 뷔페집 건물 앞이다. 들려오는 은주의 목소리 어때요 맛있죠... 그래 맛있어 은주도 많이 먹어. 허공에서 그 목소리는 점점 자취마저 지워간다. 보고 싶어. 은주야. 사랑해.
그 때 그 옆으로 지나가는 은주 언니 은미와 은주 어머니...
“아니 김영훈씨 아니에요” 은미의 목소리다
“맞죠? 영훈씨”
“맞아요 어떻게 해요 동생이 그렇게 되었으니 은주 어머니도 어떻게....”
“은주가 많이 찾던데 영훈씨를 은주는 영훈씨만 찾았어요... 마지막 갈 때도...”
“........................”
그렇게 그녀는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영훈을 찾으며 영훈은 그대로 바로 달려가고 싶다. 은주를 부르며 누가 무엇이라 하여도 은주를 크게 부르며 뛰어서 은주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은주는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무지개처럼 영훈에게 다가왔다가 너무 급하게 떠나갔다. 그림자만 남기고 떠나간 은주. 은주의 기억이 무지개처럼 그림자처럼 영훈이의 앞으로 지나간다.
-유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