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영주일보 신춘문예] 수필 심사평
-------------------------------------------------------------------
심사평
"깊은 혜량과 언어의 조탁을 기대하며"
사람들의 심전은 다영한 작물들로 무성하다.
'희노애락애오욕'으로 대표되는 감정이란 이름의 오곡백과가 시간이란 자양을 흡입하여 알알이 영글어 간다.
그리하여 더 이상 심전의 용량이 그 열매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때 문학동네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인 열매들을 수확하여 문학이란 소담한 그릇에 담아 세상에 내어 놓는다.
장르라는 문학의 그릇들 역시 다양하다.
시라는 그릇은 운율에 의탁한 정서를 담기에 안성맞춤이고, 서사는 아무래도 소설이란 그릇에 담을 때 훨씬 맛깔스럽다. 영혼을 건 대화들은 희곡이란 그릇이 제격이고, 문학동네 수확물들의 품평은 평론이란 투명한 그릇에 담을 때 훨씬 신뢰가 간다.
특히 수필은 오지랖 넓은 이웃사람과 같아 사람들과 가장 친숙한 그릇이다.
시와 소설, 희곡, 평론의 내용물들까지도 거침없이 담을 수 있기에 많은 사람달이 이 그릇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최종심에 오른 네 분의 목소리에는 연륜의 향기가 가득했다.
하여 박모니카, 고경실, 고해자,황인숙님의 체취를 흠향하며, 모처럼 수필문학의 열린 지평을 오래도록 응시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고해자님과 고경실님의 작품에 방점을 찍었다.
산산한 삶 속에서도 노란 꽃나무를 통해 친구와의 우정을 길어 올리는 솜씨가 뛰어났고, 50대의 중반을 지나며 지난 삶의 반추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삶에 대한 더 깊은 혜량과 언어의 조탁이 더해진다면 두 사람의 뛰어난 수필가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심사위원 고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