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야기] 황조롱이(kestrel)
똘망똘망한 눈 가진 맹금류… 공중에 가만히 떠있는 '정지 비행'이 특기죠
황조롱이(kestrel)
정지섭 기자 입력 2026.05.27. 00:41 조선일보
최근 경북 포항의 한 상가에 날아든 새 한 마리가 119에 포획됐어요. 사진 속 새를 보니 덩치는 그리 크지 않지만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동글동글한 눈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새는 천연기념물인 맹금류 황조롱이랍니다. 황조롱이는 크고 똘망똘망한 눈동자 때문에 ‘예쁘게 생겼다’는 얘기도 곧잘 듣는데요. 이에 어울리게 ‘찌르르르’ 하는 울음소리도 아주 맑고 청아하답니다.
맹금류 하면 당당한 덩치의 독수리와 매가 먼저 생각나죠? 그런데 이보다 작아도 사냥 솜씨는 뒤지지 않는 맹금류도 많아요. 이 중 일부가 ‘조롱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요. 황조롱이는 ‘누를 황(黃)’ 자가 붙은 데서 알 수 있듯 눈동자 테두리가 노란색이고, 황갈색·적갈색 등 깃털로 덮여 있으며 배 쪽에는 검은 반점이 있답니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텃새예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널리 분포해 있고, 일부 무리는 철새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산대요.
포항북부소방서
많은 맹금류는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큰데, 황조롱이 역시 암컷 몸길이가 38㎝로 수컷(33㎝)보다 조금 크답니다. 황조롱이 암수는 덩치뿐 아니라 색깔로도 구분해요. 머리 주변 깃털이 암컷은 불그스름한 갈색인 데 비해, 수컷은 푸르스름한 회색이에요.
황조롱이에게는 유명한 비행 기술이 있답니다. ‘호버링(hovering)’이라고 불리는 정지 비행이에요.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 앞뒤나 옆으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그 위치를 유지하는 거예요. 바람에 맞춰 날개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하는 고난도 비행인데, 어떤 새보다 정지 비행 능력이 탁월해요. 정지 비행을 하면서 아래를 뚫어져라 보다가 먹잇감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순식간에 10~20m 상공에서 급강하해 덮친답니다.
황조롱이는 도시 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새로도 꼽혀요. 4~7월이 번식기인데, 이때에 맞춰 아파트 베란다 바깥 틈새 같은 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죠. 황조롱이가 도시에 적응할 수 있었던 건 하천과 공원 등 도심 속 녹지 공간이 많이 생긴 데다, 쥐나 비둘기 등 먹잇감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는 점이 꼽혀요.
실제로 2년 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는 비둘기를 퇴치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황조롱이 모형을 역내에 둬서 화제가 됐죠. 2019년에는 황조롱이가 어미가 비운 틈을 타서 제비집을 습격해 꼬물거리는 새끼 다섯 마리를 모두 잡아가는 장면이 포착됐어요. 자연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맹금류 본능을 드러내는 장면이었죠.
황조롱이는 암컷이 알을 품고 어린 새끼들을 돌보는 동안 수컷이 부지런히 먹잇감을 물어다준답니다. 황조롱이가 아파트에 둥지를 트는 일이 늘어나면서 베란다 실외기가 훼손되는 등 불편을 겪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충분히 숫자가 늘어났으니 천연기념물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
용띠 해에 태어났지만 곰이나 돼지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대학에선 역사를 배웠고, 군대에선 주로 군 기지 경비를 섰습니다. 지금은 지구촌 소식을 전하는데 손을 보태면서 틈틈이 동물(신문)과 짐승(인터넷) 얘기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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