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음식에 대한 편견.
사실 편견도 아닙니다. 자기들도 인정합니다. 전라도 음식이 더 맛있다고…
근데 그건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고 경상도 음식도 알고 가면 맛있는 집 꽤 많습니다. 우리네 문화유적이 그런 것처럼.
이번 영주 봉화 여행도 네 끼를 먹고 왔습니다. 먼저 봉화 다덕약수터에서 닭불고기와 닭백숙을 먹고, 저녁엔 풍기에서 능이버섯칼국수를 먹고, 아침엔 냄새 안 나는 한결청국장을 먹고, 마지막 점심은 저의 favorite 퇴근길야식의 육개장을 먹었습니다. 이 중 널리 알려진 곳은 한결청국장뿐, 나머지는 모두 아는 사람만 아는 곳입니다.
다덕약수 예천가든의 닭불고기는 숯불 직화구이입니다. 고기에 은은히 밴 훈제향이 일품입니다. 근데 오늘은 굽다 말았나 봅니다. 저렇게 접시에 양념이 묻어나는 건 아닌데…
계산하며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은 맛이 다르네요."
"굽는 사람마다 달라요. 바싹 굽기도 하고, 덜 굽기도 하고"
그럼 안 되죠! 다음에 한번 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탄산약수에 삶은 닭백숙은 누린내가 없고 담백합니다. 맛이 그렇다는 거고 비주얼이야 똑같죠. 그래서 백숙 사진은 패스~
쇠냄새가 나는 철분 탄산 약수는 위장병에 좋다고 합니다. 다덕약수(多德)도 좋은 약수로 병을 고치고 덕을 많이 베풀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一 능이 二 송이 三 표고]한다는 버섯 중의 버섯 '능이'
그 귀한 능이를 '쪼끔' 넣고 끓여낸 칼국수.
옆에 있는 성게소스를 넣어 먹으면 시원상큼합니다. 사장님이 직접 개발했다면서 능이와 성게가 만났으니 '산과 바다의 만남'이라고, 벌써 네 번째 듣는 한결 같은 멘트가 나옵니다.
식전에 나오는 감자전도 맛있습니다.
풍기역 한결청국장. 예전 이름 '인천식당'으로 꽤 알려진 곳입니다. 많이 알려진 이름을 왜 포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지역 특산 부석태를 쓴다고 하는데, 아시죠? 국산 콩은 중국산보다 3배 비싸다는 사실.
음식 잘 하는 집은 밑반찬이 맛있습니다. 한결청국장도 그렇습니다.
'뭐야? 정작 청국장 사진은 없네!'
이 집 청국장은 냄새 안 나는 청국장입니다. 허영만의 '식객'을 보면 특유의 냄새가 없는 청국장은 짜가로 치던데 그래도 애들도 좋아라하니 저는 한결청국장이 좋습니다.
고추씨기름을 쓰지 않고 고추장을 풀어 양짓머리로 끓여낸 뻘건 고기국. 퇴근길야식의 육개장입니다.
연한 살코기에 푹익은 대파와 고사리, 그리고 얇게 푼 계란 고명이 섞인 뻘건 고깃국물을 육개장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집 육개장은 정통이 아닙니다. '식객'의 허영만이 육개장 소재를 찾아 이 집을 다녀갔다고 하던데 정작 만화에는 안 실렸습니다.
이 집 육개장 맛이 좋은 건 철저히 주인 손맛입니다. 아주머니가 만든 다른 음식-김치찌개, 소머리국밥 등등이 모두 맛있습니다. 식당 내부도 협소하고 아주머니 혼자 장사하시는 통에 예약 없이 대규모 손님이 들이닥치면 음식 맛 보기 힘듭니다. 맛집이 되고자 하는 야심(?)도 없습니다. 이름을 보세요! '퇴근길야식'. 무슨 실내포차 같잖아요? 블로그 검색하면 글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거 제 글입니다.
숙소도 잠깐 소개하고 가겠습니다.
숙소 맘에 들죠?
요즘 지방대학들은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그 치열한 전쟁통에도 '공무원양성 사관학교'라는 타이틀로 나름 특성화에 성공한 대학이 바로 영주 동양대학교입니다. 특성화 대학답게 외부 손님을 위한 시설도 훌륭합니다. 우리 산너머살구도 동양대학교의 손님 자격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습니다.
2인 1실이 기본입니다. 혼자 와도 침대 2개입니다.
첫댓글 경상도쪽은 다똑같은 신라면도 맛이 없다는ᆢ
내 편견을 깨게하는 글입니다.
닭요리 안좋아하는데ᆢ
닭불고기 사진보니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2주 내에 허리 완치하고 10월 25일 합류하세요! ^^
맛나게 잘먹었는뎅..경상도 음식 맛납니데이~~^^
진짜가? ㅋㅋ
퇴근길야식 육개장... 땡기는군요.. 역시나 블로그에 소개안된 숨은(? 숨고자하는) 맛집을 잘도 찾아 다니십니다.
비결은 공무원입니다. ^^
참소주 괜찮터군요
영주 육개장 술안주로는 부척 땡깁니다.
청국장으로 밥 3그릇 먹은 사람 입니다.
저만 많이 먹고 버스 늦게 출발하게 했습니다.
체격에 비해 먹성이 아주 좋으시더군요. ^^
입에 맞는것만 먹습니다.
제 입맛 고급과 저급 가리지는 안습니다.
그런데 벌 받았나 봅니다.
굴먹다 현재 말이 아닙니다.
오늘은 병원에 가야 합니다.
여러분도 조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