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나 다름없이 오늘도 자전거 타는 날이다.
비가 오려는지 안개인지 찌뿌둥 한 날씨이긴 하나 못 믿을 건 산악기후라서 겉옷도 챙겼다.
번개팅 참가인원은 20명이다.
자동차 세대에 나눠 타고 30여분을 달려 라이딩 코스 출발지인 송광면 평촌마을에 도착했다.
모후산을 넘어 주암댐을 돌아 대원사를 돌아오는 코스다.
한참을 달려도 평지다.
서두르지 않아도 오르막은 나오는데 평지 좀 달린다고 지루한 느낌이다.
이름 모를 마을을 지나지 오름이 시작됐다.
비교적 가파르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요즘은 왠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큰 힘은 쓰지 않기로 했다.
모후산의 원명은 “나복산”이라 하였으나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에 쫓겨 순천을 거쳐 이곳 산기슭까지 피난 오셨다가
수려한 산세가 어머니 품속 같이 따뜻한 산이라 하여 “모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듬성듬성 피어있는 밤꽃 향이 진동을 한다.
”밤꽃 피는 밤에 애인과 함께 산책하면 좋단다”
누가 하는 얘기지만 신경은 쓰지 마시길...
향긋한 풀 냄새를 타고 벌레들의 떠드는 소리가 운치를 더해준다.
길 안쪽까지 뻗어 들어온 나뭇가지에 이슬을 털어가며 꾹꾹 밟아 올라 정상에 다다랐다.
갈 길이 멀어 잠깐 쉬는 도중 목만 축이고 삼나무 향내를 맡으며 내리막길을 내달았다.
휴양림을 지나 유마사에 도착했다. 천년 고찰 유마사는 송광사 말사로써
호남 최초의 승가대학이 있는 곳이다.자 반환점 대원사를 향해 또 출발이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이 거의 없다.대원사는 백제 무녕와 3년에 창건되었고
대원사를 품고 있는 천봉산은 화순 순천 보성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대원사에 도착했다. 대원사 입구에는 티베트 박물관이 있다.
티베트 사원처럼 꾸며진 박물관에는 대원사 주지 현장이 티베트 중국 몽골 등지를
15년간 순례 하면서 수집한 불상과 경전 등 1000여 점이 전시되어있다.
간단히 경내에서 사진촬영을 마치고 절 밖에 있는 산장으로 갔다.
막 빚어서 내온 막걸리에 묵은 김치와 검정콩 두부는 말 그대로 죽여주는 맛이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니 단숨에 몇 순배씩을 해버린다.
자 이제 나머지 길을 돌아가서 점심을 지어 먹어야 하니 많이 지체할 수가 없다.
가는 길은 높은 언덕이 하나 있어도 각자 평지로 가든 언덕을 넘어가든 알아서 하기로 했다.
길목에는 주암호에 수장 되어버린 고부마을과 네비마을의 표시석이 세워져 있었다.
네비마을의 유래를 보니 이 마을에는 터가 좋아서 네 명의 왕비가 나온다 하여
“네비(四妃)마을”이라 불렸다는데 주암호에 수장이 되어버렸으니 이제는 틀린 셈이다.
“길가에 숨어 숨어 익은 산딸기 지나가는 나그네가 보았습니다.딸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갑니다”
주암호 갓길을 감고 도는 길가에는 검붉게 익은 산딸기가 엄청나게 열려 있었다.
언덕을 오르지 않는 몇몇은 산딸기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여유를 부린다.
동요를 연상하며 콧노래가 나온다.”망설이다 그냥 땁니다.”
한 주먹씩 따서 아까운 것 없이 입에 넣는다.
비가 오지 않아서 현저히 줄어있는 주암호에 고기가 뛴다.
꺽지 쏘가리로 물 반 고기 반 일 듯 하다.
길 바닥에 까맣게 떨어진 벗찌를 갈리며 또 한참을 달려서 출발지에 도착했다.
치열하게 산길을 오르 내기다가 평지를 달리니 지루하기 짝이 없어 더 고된 듯 하였다.
사시미 회도 준비하고 수박도 나오고 돼지고기 김치 찌게도 일품이다.
하도 많이 먹어서 산달이 가까워 보이는 산모의 배다.
모두 합쳐서 1인 만원의 경비로 즐겁고도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첫댓글 형님 언제 자료를 자세히도 알아 보셨네요 *^^* 잘 읽었습니다..
11일 개인적으로 다녀올랍니다. 글을 읽을수록 배가 아파오는 것은 왜 일까요..??
이렇듯 생생하고 감칠맛난 후기 잘 읽었습니다..고생하셨구요..다음라이딩때 뵙겠습니다...
라이딩 후기 너무 멋지네용...!!!...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