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에세이:<곰팡이 핀 내 문학 오두막에 통풍을 하며> 2
곰팡이
핀 내 문학 오두막에 통풍을
나에게는 좀 더 맞이해야 할 봄들이 있고 / 좀 더 만나야
할 강들이 있느니.
I still have some
more springs to greet / and more rivers to meet.
-나의 영/한 시 ‘봄은 드디어’ 중에서-
2002년 2월, 나는 배냇적 용기까지 총동원하여 나름대로 큰 모험을 계획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동안 이민 생활이라는 고달픈 현실 앞에서 까맣게
잊고 살다가,
30년이란 긴 세월 뒤
어느 날 갑자기 운명같이 찾아온 “어떤 계기”의 끈을 붙잡고 되찾은, 오랜 세월 낡고 곰팡이 핀 나의 문학의 오두막에 환기와 통풍을 시켜주자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나의 잃었던 꿈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운명의 순간이기도 했다. 그 “어떤 계기”란, 그 무렵 1년 전부터 내가 드나들며 글을 써서 발표하고 있던 'G 모임'의 인터넷 웹 사이트 (Internet Web Site)와의 인연을 말함이다.
우선 나는 지난 1년간 쓴 詩들을 모아 보았다. 꽤
여러 편이 되었다. 거기에
대여섯 편의 영문 詩들도 있었는데, 나는 이들을 모두 합쳐서 나름대로 작은 시집을 하나 엮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의 어느 한순간을 스냅사진에 담아 놓았다가 먼 훗날 다시 꺼내어 보
듯, 나도 나의 늦깎이 문학 지망생의 첫걸음마의 모습을 ‘시집’이란 스냅사진으로
남겨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면, 그에 앞서서 몇 가지 꼭 해둬야 할 일들이 있었다. 우선 나의 문학 수준의 현주소부터 알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한국의 어느 문학인들의 그룹을 찾아서 직접 그들 속에 들어가 글을 써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지난 30여 년 동안, 밴쿠버의 G 모임의 인터넷 사이트 외엔 아직 내 글들을 외부에 발표해 볼 기회가 없던 나는 매우 두려웠지만 일단은 부딪쳐 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을 주위 사람들에게는 당분간 비밀로 했다. 첫째는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는지 전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며, 둘째는 타고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나는
개별적으로 친근하게 지내는 G 모임의 두 벗에게만 대강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 행여 나중에라도 내 마음이 약해지거나 흔들릴 때마다 돌아다 보며 나 자신의
결심을 재확인하고 재다짐할 부표를 심어놓을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그동안
습작의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늘 아낌없는 격려를 해주고 계시던 G 모임의 O 교수님께 e-mail을 띄웠다. 나의 계획을 모두 말씀드리고 앞으로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어 주십사는
내용의 글이었다.
"(상략) ... 저에겐 지난 겨우내 세웠다 부쉈다 해오는, 작으면서도 힘든 계획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때는 바로 손끝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다시 아득히 먼
곳으로 신기루처럼 달아나버리는.
(하략) ..."
곧이어서, 지켜봐 줄 터이니 용기를 잃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답글이 O 교수님으로부터 왔다. 마침 그 무렵,
백내장 수술을 받고 G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동안 떠나 있던 나는, 그 길로 G 사이트에다 임시 고별의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글 끝에다 나 자신에게 주는 각오의 의미를 내포하는 'Spring
at last'라는 영문 詩 한 편을 함께 남긴 뒤, 곧바로 괴나리봇짐 같은 조그만 용기 하나만 달랑 짊어지고 운동화 끈을 조였다.
Spring at
Last
What joy to have you back!
Mother of all the flowers
Father of all the rivers
I am begging of you
Lending me your forsythia’s yellow hue
To kindle my wintered burrow
Where the aged dreams are damp and hollow.
What relief to have you here!
The Beginning of all beginnings
The Blessing of all blessings
Please spare me a handful
Of your sweet-scented smile
To refresh my staled soul:
I still have some more springs to greet
And more rivers to meet.
By Bong-Ja
Ahn ©
한글
번역:
즐거워라!
너 여기 다시 왔구나
꽃들의 어머니여
강들의 아버지여
나 네게 소원하노니
네 개나리의 노란 색 좀 빌려다오
낡고 텅 빈 꿈들이 겨울을 지나는
내 눅진 동굴 속을 밝히려 하느니
얼마나 다행이냐!
너 시작 중의 시작이여
축복 중의 축복이여
케케 묵은 내 영혼에
달콤한 너의 향기 한 줌 넣어다오
나에게는 아직도
맞이해야 할 봄들이 있고
만나야 할 강들이 있느니.
나의 詩
‘봄은 드디어’ 전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