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실록’을 보면 어깻죽지와 견갑골의 통증이 자주 있었는데, 시큰거리면서 더러는 아팠다가 더러는 나았다가 한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러 가지 치료를 해도 별 효과를 볼 수 없었으며, 이 때문에 정사를 쉬기도 했다. 실제 필자의 한의원에도 목이나 어깨 팔 등이 아파 진료실을 찾는 사람이 제법 많다. 물론 염좌나 타박상 등의 상해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중종처럼 특별히 다치지도 않았는데 괜히 아파서 오는 환자들도 많다.
중종의 어깨 통증 또한 실제로 어깨의 근육과 뼈를 다쳐 통증이 있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그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가 순환을 방해하고 또 어깨를 경직시켜 나타나는 증상이었던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동의보감’에 나오는 ‘칠정(七情)이 울결하고 기운이 응체되면 어깨와 팔과 등과 견갑골 등이 아픈데, 그 특징이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 것이다’라는 조문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대기업의 기획팀에 근무하는 필자의 친구는 따로 어깨를 다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필자에게 어깨 치료를 받으러 오는데, 바로 중종의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똑같은 자세를 무리하게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거나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누적되면 목과 어깨의 근육이 굳어지며 경직되고 통증이 발생된다.
오히려 현대에 들어서는 육체적인 노동으로 어깨가 아파서 오는 사람보다 이렇게 과도한 정신적인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한의원을 찾는 사람이 더 많은 실정이다. 아마 중종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전대 임금인 연산군을 몰아내고 신하들의 추대를 받아 임금이 된 것이기에, 왕권과 신권 사이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중종의 견갑통 원인에는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중종 27년의 ‘왕조실록’을 보면 중종이 스스로 자신의 어깨 병증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정확하게 원인을 제시한다. ‘내가 요즈음 풍한증(風寒證)이 있어, 이 때문에 오른쪽 어깨가 붓고 아프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깨가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꼭 집어 차가운 기운이 몸을 엄습했음을 얘기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따라서 그 원인과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바람과 차가운 기운을 막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적합한 보양식이 바로 왕실에 전해져 내려온 전약(煎藥)이었다. 겨울이 되면 내의원에서 왕을 위한 특별 보양식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는 효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전약이다. 쇠족, 쇠머리 가죽, 대추, 계피, 후추, 꿀을 넣어서 고아 굳힌 보양식이었는데, 여기에 정향, 생강과 같이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를 추가로 섞어 묵처럼 엉기게 만들어 왕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중종의 경우 이 전약을 만드느라 백성들의 피해가 크다면서 못 만들게 했을 정도니, 실제 차가운 기운을 막아내는 약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왕조실록’의 또 다른 부분에는 중종이 ‘구고고(救苦膏)’라는 처방을 이용한 후에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 또한 중종의 어깨 통증이 차가운 기운 때문에 순환이 되지 않아 발생된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구고고’는 풍습이 침범해 생긴 담으로 인한 통증에 응용되는 처방이라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