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면 입 돌아가요 (전문대학소식지 201402)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
추운 겨울에 많이 나타나는 질병 중의 하나가 ‘안면마비’ 증상이다. 소위 ‘입이 돌아갔다.’라고 말하는 질환인데, 사실 입이 돌아갔다는 것은 ‘구안와사(口眼窩斜)’라는 질환의 한 증상이다. 흔히 ‘와사풍(窩斜風)’이라고도 불리며, 서양의학적으로 보면 ‘안면신경 마비’ 또는 ‘Bell's palsy'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대뇌의 7번째 신경인 안면신경이 분포하고 있는 모든 영역에 그 마비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마를 찌푸리지 못하거나 눈을 찡긋거리지 못하고 볼에 어둔한 마비감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한쪽 눈을 다 감지 못하는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눈물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눈물이 많이 나기도 하고 반대로 눈물이 많던 사람이 바짝 마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의식하게 되는 경우는 역시 입에 관한 증상인데, 눈에 띄게 확연히 입이 돌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평소 잘 불던 휘파람을 불지 못하게 되거나 발음이 잘 안되고 입가로 침이나 음식이 흘러내려 이 질환이 발생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병이 발생한 쪽의 근육이 마비되기 때문에, 그 반대쪽으로 입이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입 돌아갔다.’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이다. 실제 차가운 기운이 마비증상을 발현시키거나 악화시키기 때문에, 날이 춥거나 차가운 바람 등을 오랫동안 맞았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찬바람을 맞으면 입이 돌아가는 것일까
흔히 옛말에 ‘다듬잇돌을 베고 자면 입이 돌아간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표현이다. 실제로 찬 물체에 오랫동안 접촉해 있거나 찬바람을 맞고 난 다음에 구안와사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반드시 이것만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기에 꼭 맞는 말도 아니다. 대부분의 구안와사는, 이미 그전에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거나 신경을 많이 써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는 전제 조건이 있은 후에, 찬바람이나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면 발병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찬바람이나 찬 기운은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근본원인은 누적된 피로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들의 과거력을 물어보면, 대부분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음을 얘기한다.
그래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회복시키는 근본치료를 같이 하여야만 회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얼굴에 국한된 국소치료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피로상태를 개선시키는 한약을 같이 병행하는 것이 좋다. 물론 증상이 약한 경우에는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도리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만 한다.
특히 구안와사 중에 귀 뒤쪽이 아프거나 청각이 과민해지거나 미각을 잃어버리게 된 경우에는 더욱 예후가 좋지 않은데, 대상포진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경우에는 보약을 많이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바이러스 질환이라는 자체가, 이미 인체가 매우 허약함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항생제나 소염제 등의 약물은 실제적으로 바이러스를 죽이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체 스스로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보약을 써서 침범한 바이러스를 퇴치시키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감기나 대상포진과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보약을 써서 치료하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치료는 서두르는 것이 좋다.
보통 초기 치료는 4주에서 6주 정도를 잡는데, 한곳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료받는 동안에도 과로를 피해야 하며 스트레스도 받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좀 더 빨리 낫고자 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하루에도 여러 번씩 치료를 받는 분들도 계신데, 그러면 오히려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8주 이내로 낫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그 이후로 치료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만성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발병초기에 빨리 한의원으로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빨리 치료받기 시작하면 시작할수록 빨리 회복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초기 일주일은 치료를 받아도 증세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급성기로 병이 최고조로 악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시기의 치료는 최대한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최대한 악화를 막으면 막을수록, 그 만큼 더 빨리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때, 만약 필요하다면, 한약치료를 꼭 병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 질환은 중풍과 같은 중추성 질환이 아니라 말초성 질환이지만, 초기에는 잘 구분이 되지 않으므로 역시 전문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 하에 치료를 시작하여야만 한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생기는 중추성질환은 안면마비 외에도 오심구토나 한쪽 팔다리의 편마비 등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므로 자신의 몸을 자세히 관찰해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서양의학적으로는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며,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 제제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의외로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많다. 심지어 필자의 경우에는 의대교수님이나 근처 양방병원 원장님의 구안와사를 치료해드린 경험도 있다. 한 분은 한약까지 쓸 필요는 없어 침치료와 혈맥레이저치료 만으로도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으며, 날이 추워질 때 마다 예방차원에서 한 번씩 치료를 받고 계신다. 또 한 분은 피로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한약을 써야만 했다. 간염보균자기 때문에 절대로 먹지 않겠다는 것을 한 시간 여의 설득 끝에 복용시켰다. 물론 본인의 병원에서 간기능검사를 계속하면서 한약을 복용했으며, 그 결과 이후 한제를 더 복용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침구치료와 약물치료 쑥찜팩 물리치료 마사지 등의 치료방법을 응용하는데, 전문한의원에서는 혈맥레이저와 심부온열치료기 등의 특수치료를 응용하기도 한다. 또한 경추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같이 병행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가 많거나 똑 같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작업이나 공부를 하는 경우에는 뒷목이나 어깨의 근육이 경직되고 뭉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유지되면, 결국 척추까지도 변형이 오게 된다. 경추의 변형은 아래위로 증상이 나타난다. 위로는 두통이나 머리가 맑지 못한 증상 또는 안면마비가 발생되기도 하며, 아래로는 어깨통증이나 팔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경추변형으로 인한 구안와사의 경우에는 경추교정까지 같이 해주는 것이 치료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치료받는 동안에도 과로를 피해야 하며 스트레스도 받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차가운 기운을 피하기 위해 보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데, 어쨌든 차가운 기운은 병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