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목적은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 지식 등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해 상대가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읽는 사람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글은 쓰나 마나다. 재미있게 풀어 나감으로써 읽는 사람이 흥미를 느끼거나 ‘그래 맞는 말이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정도가 돼야 글을 쓰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설사 대단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게끔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라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보여 주면 공감을 얻기 쉽다. 대학생의 경우라면 취업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대학생이면 누구나 취업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으므로 이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예문]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일절(31세면 취업 길이 막혀 절망한다), 화백(화려한 백수), 대5(졸업하지 않고 학교에 머무는 대학 5년생),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취업이 어려운 졸업예정자), 강의노마드족(영어·취업강좌 등을 찾아 헤매는 학생), 토폐인(토익 폐인), 캠퍼스 더블 라이프족(학업과 창업을 동시에 하는 학생),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젊은이들에겐 남의 얘기가 아니다.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신조어가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태백’은 이제 옛말이고 요즘은 ‘이구백’이 유행하고 있다. 20대의 90%가 백수라는 얘기다. 십오야(15세만 되면 앞이 캄캄해진다)에 이어 ‘십장생’이란 말도 유행하고 있다. 10대를 향한 20대의 경고로 ‘10대들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통적인 체험에 호소한다
교통 문제, 자녀 교육 문제, 집 장만 등 우리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체험하는 일이라면 상대가 공감하기 쉬우므로 호소력 있게 들릴 수 있다. 특히 자식의 교육과 관련한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부닥치고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기가 수월하다.
[예문]
부모는 누구나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자녀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키우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막상 ‘잘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말하기가 쉽지 않다. 영아나 유아 때는 대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크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 그러다 아동기로 접어들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언어나 행동이 좀 더 명민하기를 바라며 은연중에 남과 비교하기도 한다.
능숙한 수사법을 동원한다
‘차갑다’ ‘뜨겁다’는 직접적이고 단순한 표현보다 ‘얼음장과 같다’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는 식으로 비유하는 것이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즉 ‘경제가 나쁘다’ ‘체감지수가 낮다’고 하는 것보다 ‘경제가 얼음장과 같다’ ‘체감경기가 한겨울 날씨처럼 영하권 밑으로 떨어져 있다’고 하는 것이 상대의 공감을 얻기 쉽다.
[예문]
경제가 얼음장과 같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 극복한 저력은 어디 갔는지 경제 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국내외 경제 예측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은 한결같이 비관적이다. 기업·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의 체감지수는 더욱 차갑다. 특히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한겨울 날씨처럼 영하권 밑으로 떨어져 있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운을 남긴다
쓰고 싶은 것을 모조리 쓰지 말고 어느 정도 여운을 남겨 읽는 사람의 상상력에 호소하면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읽는 사람에게 물음을 던져도 된다. 아래 글은 ‘된장녀라 부르지 마라’는 단순한 서술 대신 물음을 던지는 형태로 글을 마무리함으로써 더욱 강력하게 읽는 이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예문]
‘된장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추장남’이란 말도 생겼다. 경제적 능력이 없고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남성을 일컫는다. ‘된장녀’와 달리 유행이 지난 가방을 들고 다니고 돈이 아까워 싸구려 식당만 찾아다니는 남자를 뜻한다. 또 하나의 고유 음식인 고추장까지 비하하는 말로 이어진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된장녀’와 ‘고추장남’이 만나면 ‘쌈장(남녀)’이 된다고도 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말인 듯하지만 우리 전통음식인 장류를 깡그리 비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똥녀’와 ‘된장녀’는 다르다. ‘똥녀’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 말이지만 ‘된장녀’는 ‘된장’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부여한 것이다. 사치와 허영에 가득 찬 여성을 지칭한다면 ‘사치녀’나 ‘허영녀’라 해도 될 것을 하필이면 고유 음식인 된장에 스스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부여하고 불특정 다수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극소수 일본인이나 서양인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 곧잘 쓰는 말이 ‘된장’이다. 그래도 계속 ‘된장녀’라 부를 것인가?
재미있게 얘기한다
읽는 사람의 공감을 얻으려면 글이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독자가 흥미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 내려갈 수 있으며 공감하기도 쉽다. 특히 요즘은 재미가 없으면 글을 잘 읽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에피소드나 유머 등을 삽입해 흥미를 유발하면 공감을 얻기가 더욱 수월하다.
[예문]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다. 사실일까? 잠을 많이 자면 미인이 되는 걸까? 틀린 말은 아니다. ‘얼짱’이 되려면 잠을 많이 자야 한다. 실제로 충분한 수면은 피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면은 피부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 주고 피부 조직을 회복시켜 준다. 심신의 원기를 회복하는 데도 수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건강한 피부와 젊음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탄력 있고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인은 잠꾸러기’인 셈이다.
반복 어법을 구사한다
주장하고 싶은 것을 문장 속에서 적당히 반복하면 독자는 그에 익숙해진다. 익숙하도록 함으로써 공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아래 글은 중간집단이 중요(필요)하다는 내용의 언급을 적당히 반복함으로써 그에 익숙하게 해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예문]
현대 대중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중간집단이 중요하다. 양극화된 두 계층 사이에서 민주적인 압력집단의 구실을 자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전체 사회를 장기적으로 조화시켜 가는 중간집단이 필요하다. 이처럼 없어서는 안 될 중간집단의 주역은 정치적·경제적 엘리트가 아니라 합리적 비판 능력을 생명으로 여기는 주체적 존재다.
다시 듣는 국어수업
복수에 ‘들’자 꼬박꼬박 붙이면 문장이 고장난 차처럼 들들거려요
우리말에서는 이야기의 앞뒤 흐름으로 복수임을 짐작할 수 있거나 문장 속에 있는 다른 어휘로 복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 ‘들’을 붙이지 않는다. 복수에 꼬박꼬박 ‘들’을 붙여 쓰는 것은 영어식 표현이다.
‘들’자는 특히 군더더기로 문장을 늘어뜨리고 읽기 불편하게 만든다. ‘들’자가 많으면 고장 난 자동차처럼 문장이 들들거리면서 굴러간다. 영어를 배우면서 몸에 밴 복수 개념 때문에 요즘 ‘들’을 남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예문]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간다.
[해설]
‘대부분’이 복수 개념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학생들’에서 ‘들’은 불필요하다.
[수정]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간다.
[예문]
소득이 감소함으로써 자녀들의 학자금을 대주지 못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해설]
‘늘고 있다’가 있으므로 ‘자녀들’ ‘부모들’을 ‘자녀’ ‘부모’로 하는 것이 낫다.
[수정]
소득이 감소함으로써 자녀의 학자금을 대주지 못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예문]
먹자골목에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저녁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해설]
‘늘어서 있으며’와 ‘많은’이 복수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음식점들’과 ‘사람들’의 ‘들’은 없어도 된다.
[수정]
먹자골목에는 음식점이 늘어서 있으며, 저녁마다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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