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탄트라요가의 의미
탄트라(tantra)는 ‘정신적인 지식’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tatri’ 또는 ‘tantri’에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말들은 본래 피륙을 짜는 ‘날실’과 관계가 있으며 그 어원은 ‘넓힌다’라는 의미의 ‘tan’이다. 그래서 탄트라는 ‘지식을 넓힌다’라는 의미와 함께 ‘경전’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경전을 지칭하는 ‘실’의 의미인 ‘sutra’와는 다르다. 수트라가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데 반해 탄트라는 실천에 더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수트라와 탄트라는 진리라는 옷감을 짜는데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씨실과 날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의 탄트라는 7세기경부터 수트라라고 부르던 불교 경전을 탄트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물론 이 시대의 불교는 진리의 설명보다는 진리의 실천에 중점을 두는 밀교였다
탄트라는 본래 종교나 철학을 이론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우주와 소우주 즉 세계와 인간이 본래 하나라는 인도의 전통적인 사고로 돌아가자는 실천 운동이다. 또한 어려운 종교 철학의 문제를 이론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인간 본래의 우주적 생명력을 회복시켜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자는 실천 수행법이다.
이러한 까닭에 넓은 의미의 탄트라는 인도인의 역사적인 소산물을 모두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탄트리즘이라고 하면 고대 인도인들의 생활 속에 침잠해 있는 비밀스러운 요가적인 행법, 신들에 대한 찬가, 의례, 제사의식 등의 종교적인 행위 및 연금술을 비롯한 화학, 의학, 약학, 천문학 등의 자연과학 그리고 요술, 주술, 강신술, 점성술, 복점 등의 신비 현상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탄트라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기원전 1500년경의 <베다> 문헌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분명하나,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기원전 3000년경에 비아리안계의 인도 원주민들이 형성한 인더스 문명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탄트라는 인도 사상의 근저에 놓여있기 때문에 힌두교는 물론이고 불교와 자이나교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탄트라는 힌두탄트라, 불교탄트라, 자이나탄트라의 세 가지로 크게 나누어진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탄트라요가는 물론 힌두탄트라에 속한다.
힌두탄트라에 의하면 절대자 브라흐만은 그 자체 안에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 요소의 양면성을 가지고 창조와 파괴를 반복한다. 여기서 남성적 요소는 원리적이고 비활동적인 쉬바이고, 여성적 요소는 변화하고 활동하는 샤크티이다. 그래서 현실로 나타난 이 세계는 샤크티 에너지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에 내재하는 이 샤크티는 바로 정신과 육체의 근원적인 생명력이다. 따라서 힌두탄트라가 지향하는 궁극 목표는 자기 속에 내재하는 이 샤크티를 쉬바와 결합시켜 윤회를 멈추게 하고, 본연의 상태인 브라흐만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탄트리즘은 인간의 내면에서 신성을 찾는다. 초월적인 신을 인간 내부에서 찾는 것은 인간 육체에 대한 재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종교에서는 인간의 육체를 더럽거나 고통의 원인으로 본다. 그러나 탄트리즘에서는 육체를 신이 거주하는 사원 또는 해탈을 위한 도구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탄트라요가를 통한 해탈은 심리적 또는 관념적인 명상을 통해 도달한 경지보다 더 완전한 경지라고 자부한다. 왜냐하면 탄트라적인 해탈은 육체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경지에서는 신성한 육체의 자각과 함께 현생의 향수를 경험한다.
이 힌두탄트라는 다시 세 종류로 구별된다.
첫째 가장 주도적인 유형은 종교적인 우도 탄트라이다. 이 파는 샤크티 여신을 숭배하는 종교의례에 중점을 둔다.
둘째 일반인들에게 많은 오해와 비난을 사는 좌도 탄트라이다. 이 파에서는 샤크티와 쉬바를 결합시키는 의식으로 인도 전통사회에서 금기하는 술, 고기, 섹스 등을 수행의 한 방편으로 채택하는 특징이 있다.
셋째 요가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유파이다. 이 파에서는 인간에 내재된 샤크티를 각성시키기 위하여 심리적, 생리적 에너지를 개발하는 수행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별법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어느 유파나 다른 유파의 일부 사상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탄트라요가는 이 중에서 셋째 유형에 속한다. 이 파의 일반적인 행법은 하타요가를 포함한 쿤달리니요가와 대동소이하여 엄밀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기서 굳이 쿤달리니요가라고 하지 않고 탄트라요가라고 한 까닭은 좌법과 호흡법인 하타요가와 무드라를 포함한 명상법인 쿤달리니요가, 그리고 비밀 행법인 좌도 탄트라 모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첫댓글 한국 불교는 교리와 종교의식이나 좌도 탄트라 등 밀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남방 불교에서는 타종교 취급을 받을 정도로 냉대를 받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좌도 탄트라는 조선의 유가와 중국 공산당의 불교 탄압 정책의 명분으로 작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