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 대웅전 현판에 새겨진 글의 내력
강원도 설악산에는 신흥사, 백담사, 오세암 등, 절이 많이 있는데, 오세암 대웅전에 조그만 현판이 하나 걸려 있다고 합니다. 혹시 오세암에 갔다 오신 분 있으세요? 저는 신흥사와 백담사는 갔다왔는데, 오세암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현판에 세긴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한문으로 쓰여진 것을 우리말로 풀이하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발로 한번 걷어찬 것이 볼 귀 세대로 돌아왔고
떡 한 개 준 것이 3년 양식으로 돌아왔네
이와같은 사실이 명백할진데
불자여 모름지기 인과를 한치도 의심하지 말게나.
이 시가 쓰여진 내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시대 강원도 설악산은 인제군수의 관할이었습니다. 지금부터 한 400여 년 전, 인제군수가 새로 부임하여 초도순시 차 오세암을 찾았습니다.
마침 점심때가 되었는지라 주지 스님이 점심상을 차려왔는데, 워낙 가난한 절이라 달리 대접 할 것도 없고 하여 보리밥 한 그릇에 된장과 꼬치 몇 개를 내어 왔더니, 인제 군수가 벌컥 화를 내고 점심상을 뒤엎으며 “이걸 나더러 먹으란 말이냐?"하면서 볼기를 3대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엉겁결에 볼기를 맞은 노승이 저만큼 나가 덜어지자 무슨 마음이 들었던지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며, 수행하고 있던 아전에게 “앞으로 이 절(오세암)에 3년 먹을 양식을 대 주라."고 분부하고는 훵하니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볼기를 맞은 노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볼기를 때릴 때는 언제이거, 3년 먹을 양식을 주라는 것은 또 무슨 연유인가?
‘볼기3대 3년 양식, 볼기3대 3년 양식’
노승은 이것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몇날 며칠을 씨름 하던 어느 날, 노승의 눈앞에 전생이 훤히 보였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백석이나 하는 시골부자 살았습니다. 섣달 그믐날 점심 때 쯤, 새해 차례에 올릴 떡을 빚어서, 하녀가 쟁반에 담아 주인마님에게 드리려고 가지고 오는데, 집에 기르던 개가 그 떡을 낚아채려고 뛰어오르니, 마루에 앉자있던 주인이 벌떡 일어나서 개의 목을 걷어찼습니다. 그러자 개가 ‘깨갱갱’하며 저만큼 나가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무슨 맘이 들었던지 떡 한 조각을 떼어서 개에게 던져주니 개는 덥석 그 떡을 받아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전생의 부자는 죽어서 노승이 되었고, 개는 죽어서 인제군수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인과가 한 치도 어김없이 명명백백한 것을 깨달은 노승은 후세 사람들을 깨우쳐주기 위해 글을 지어(발로 한번 걷어찬 것이 볼 귀 세대로 돌아왔고 떡한 개 준 것이 3년 양식으로 돌아왔네. 이와 같은 사실이 명백할진데, 불자여 모름지기 인과를 한치도 의심하지 말게나) 법당에 달아 두었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