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가슴처럼 나이 든 길에서
가을역에 내렸습니다
골목길 따라
오후 볕에 핑크 분꽃이 활짝 피어 있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쏟아진 비에
홍수가 된 길을 겨우 건너고
갈바람에 채 자라지 못한 풀잎마저
더위에 시들시들 녹일 듯 뜨겁던 태양이
선선하게 누그러진 가을역에는
분꽃이 흔들릴 때마다
가슴 안에 담아 두었던 두근거리는 그 무엇이,나를
파도처럼 일으켜 세웠습니다
잊고 살았던 설레임
새들을 피해 억새숲에 숨어 입맞춤을 하고
허수아비 보고 놀라 달아나던 그림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점점 깊어지는 고독으로 실컷 단풍 들 일만 남은
가을역
발그레한 분꽃처럼 달빛에
있던 그사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꿈꾸는
詩作 노트
서늘한 바람이 불면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만 같다.
가을은 나에게 항상 묘한 감정을 일으키게 하는 계절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침묵으로 묻어 두었던 그리움과
기쁨의 기억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늘 드나들던 그때 그 골목의 풍경에는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던 마지막
분꽃이 이제는 중년의 고독으로 깊게 남아 있다.
인생의 중턱에서 도착한 이 가을역.
한때 폭풍처럼 지나갔던 젊음의 열정이 그리움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다시 한번 나를 일으켜 세운다.
삶의 가을에 접어든 중년들이여!
우리는, 이 가을역에서 지나온 시간들과 마주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꿈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흥분이나 기대 대신, 차분한 고독 속에서 삶을
성찰하고, 그 고독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
"실컷 단풍 들 일만 남은" 시점에서,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가슴 한편에 남은 희망의 불씨로 깊어가는
나의 가을역을 걷고 싶다.
http://www.thegolf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433
[태라의 시詩꽃ㆍ마음꽃 하나 15회] 가을역에 내렸습니다 - 골프타임즈
가을역에 내렸습니다골목길 따라오후 볕에 핑크 분꽃 활짝 피어 있는가을역에 내렸습니다마지막 날인 것처럼 쏟아진 비에홍수가 된 길을 겨우 건너고갈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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