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년 인식’ 도마
민주당이 청년 대표성과 정책 참여 확대를 강조해온 가운데 ‘폐버스 청년주택’ 논란이 불거지면서, 청년의 목소리를 실제 정치와 정책에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둘러싼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폐버스 청년주택’ 구상이 정치권의 청년정책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폐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임시 주거공간으로 제공하자는 제안에 야권은 “청년 우롱”,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개인 아이디어라며 선을 긋고 청년들에게 사과했다.
◇ ‘청년 현실’ 진단한 민주당… 한 달 뒤 나온 ‘폐버스’ 논란
최근 정부·여당을 둘러싸고 2030세대의 주거와 자산 형성, 결혼 등과 연결된 정책과 제안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해 소득과 자산을 축적하는 시기에 있는 청년층에게 금융투자와 자산 형성은 주거·일자리와 함께 현실적인 문제다. 이런 가운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이 혜택 축소 논란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이재명 대통령은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폐버스 청년주택’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여당의 청년정책을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야권은 개별 정책이나 제안을 넘어 정부·여당이 청년층의 주거와 자산 형성 등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최근 잇따른 논란을 정부·여당의 ‘청년 인식’ 문제로 연결해 공세에 나선 것이다.
논란은 황 의원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청년 버스하우스’ 제안에서 시작됐다. 노후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 등에 청년을 위한 단기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버스 한 대당 리모델링 비용을 약 5,000만원으로 잡아 1만대를 공급할 경우 5,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제시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폐버스 청년주택’을 두고 청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선을 긋고 사과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의 청년 현실 인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폐버스 청년주택’을 두고 청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선을 긋고 사과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의 청년 현실 인식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뉴시스
제안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아파트 브랜드를 빗댄 패러디와 풍자가 확산됐다. 야권도 곧바로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청년 주거난을 해소할 근본적인 공급 대책 대신 폐버스를 대안으로 내놨다며 청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버스하우스 구상이 “심각한 현실 괴리”를 보여준다며 “청년 세대를 우롱”하는 대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황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의 재건축 문제와 버스하우스를 대비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아이디어가 아니라 열심히 일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이 ‘결혼 페널티’ 22개를 바로잡겠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2030 지지율이 폭락하고 청년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겁이 나긴 하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애당초 방향부터 틀렸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대출을 쉽게 받거나 돈을 나눠주는 정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황 의원의 제안이 당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수습에 나섰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해프닝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고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 의원의 제안은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청년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폐버스 논란에 앞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청년층의 목소리를 당 의사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진통이 있었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지난달 8년 만에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최고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청년 대표성을 강화하겠다며 추진한 방안이 당 지도부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이 청년층과의 간극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지난달 1일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토론회에서는 청년층을 바라보는 당의 인식과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자성이 나왔다. 민주당이 2030을 ‘집에 있는 자식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과 함께 청년을 설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이들이 마주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됐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청년 정치인 육성과 청년의 현재와 미래 삶을 다루는 의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단순히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이 직접 참여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당 차원에서 청년 대표성과 정책 참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 셈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여당 중진 의원의 ‘폐버스 청년주택’ 제안이 청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황 의원 개인의 아이디어를 민주당의 청년정책 전체로 확대해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당 내부에서 청년층과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진단과 논의가 이어진 직후 불거진 논란이라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청년을 설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이들이 마주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되면서 민주당의 청년 현실 인식을 둘러싼 물음표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