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 천도와 그 유래
죽음과 관련한 불교의례를 천도재(薦度齋)라 한다.
죽은 사람을 위해 불교에서 올리는 재래의식으로
수륙재나 영산재, 또는 49재를 모두 천도재라 칭한다.
천도재란 글자그대로 옮길 천(薦) 법도(度) 계재(齋) 를 뜻하는데
살아생전의 지어온 죄업을 부처님 법력 힘으로 깨끗이 목욕재계를 시켜서
보다 낳은 세계로 가도록 스님들을 모시고 재를 지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악업이나 원한관계 등을 해소하고
청정한 마음을 회복하여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돕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천도제의 기원은
세존당시 목건련 존자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천도하고자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너의 어머니의 죄가 너무도 무거워
너 하나의 힘으로는 구제할 수 없겠노라.
너의 효성이 천지를 감동시킨다 해도 어려운 일이니,
많은 수도승들의 위신력을 함께 해야 하니라.
음력 7월 15일 수도승들의 해제 일을 맞아
정성껏 공양을 올려 그들의 수행력의 힘을 모야야
선망조상과 현세 부모, 친족, 친지영가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한 복덕을 누릴 것이다.
또 나아가 해탈하게 될 것이며
생존부모, 친지는 모든 삶이 복될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다.
목련존자는 부처님 뜻에 따라 지극한 정성으로 제를 올려
그 공덕으로 어머니는 물론 함께 있던 많은 지옥중생들까지
모두 해탈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후 목련존자가 세존께 여쭙기를
“저의 부모님은 삼보의 공덕과
수도승의 위신력에 힘입어 해탈을 하게 되었으나,
미래의 모든 불자들도 부모, 친족들께 효도를 하자면
이렇게 천도제를 올리면 되겠사옵니까?” 하니
세존께서
“그렇다. 그렇다. 누구든지 효도를 하고 조상을 천도하려면
여러 수도승들께 공양하고 제를 올려 삼보의 위신력을 빌려 축원하면,
생존 부모와 선망 조상들이 좋은 국토에 태어나 무량복락을 받고
나아가 해탈할 것이며, 제를 올린 생자들도 복과 공덕이 크리라.
마땅히 모든 불자들은 이 법을 받들어 봉행하여야 할 것이니라.“
하신 것이 천도제의 유래가 된 것이다.
천도재의 또 다른 유래
부처님의 나라 카필라국이 코살라국의 유리왕에 정복당하자
카필라의 시녀 500명이 강제로 유리왕에게 끌려가게 되었다.
500명의 시녀를 볼모로 끌고 가던 유리왕은
숲 속에서 그 중 한 여인을 겁탈하려 하였다.
석가 족 여인은 유리왕을 경멸하면서 완강히 거부하였다.
이에 화가 난 유리왕은 그 500 여인을 모두 끌어내 손과 발을 잘라 죽였다.
이 소식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많은 비구들을 데리고
여인들이 참살을 당한 니그로다 숲으로 향하셨다.
니그로다 숲은 부처님의 탄생지요,
성도하신 후 고향에 돌아와 정반왕을 교화하고
석가 족 청년들을 출가시킨 유서 깊은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곳에서 자기의 일가친척들이 비참하게 죽어간 모습을
보게 되어 비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버려진 시체들을 거두어 주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죽은 석가 족 여인들을 위해 위로의 법문을 하셨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법이다.
모든 석가 족 여인들이여, 들어라.
이 몸이 있었으므로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는 윤회의 몸을 받지 않도록 하라.
태어남이 있어 늙음과 병듦과 죽음이 있고,
근심, 걱정, 번뇌, 망상, 고통과 괴로움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착을 버리고 육도윤회를 벗어나라.
이 같은 고통은 다시없으리라.” 하시면서 인과법에 대하 설하셨다.
그런 다음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관찰하여 보니,
모든 여인들이 원망을 버리고 천상에 태어났음을 아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일체의 모든 존재는 영원함이 없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그
러므로 태어남이 없으면 괴로운 죽음이 없게 된다.
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니라.”
이것이 부처님께서 내리신 영가천도 법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모든 천도재나 제사에
부처님께서 내리신 ‘천도법문’의 내용이
모든 영가들을 위해 베풀어지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지장보살본원경]을 통해서도
천도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미래 세상에 모든 중생들이
혹 꿈에 귀신이나 여러 가지 알지 못할 영혼들을 만나더라도
슬퍼하거나 울며 조심하고 탄식하지 말라.
두려운 영혼들이 나타남은
전생이나 십 생 또는 백 생, 천 생,
과거세의 부모 형제나 형제자매, 남편이나 아내 등 권속이
악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다.
어디에 구원해 줄 복된 마음을 지닌 이가 없음으로
속세의 골육에게 호소하고 악도에서 구원해 줄 것을 원하는 것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지장경을 읽거나 제사를 지내며
지장기도를 정성스럽게 올리면
그 많은 악도의 권속들이 마땅히 해탈을 얻고
몽매 중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이 꿈속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존재들은
그 모두가 저 먼 과거 생으로부터 인연 지어진 중생들인지라
그 영혼들의 천도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커다란 공덕의 문이라는 것을
부처님은 경전 곳곳에서 강조 하셨다.
이처럼 천도재를 올리는 것은 여러 가지 깊은 뜻이 있다.
자성은 본래 생멸이 없으나,
업식은 육신이 호흡을 멈춰 탈각하게 되면(죽음),
자기가 지은 인과로 그 업에 따라 선업은 천상이나 인간으로,
인간이되 복록이 크고 작음으로 태어나고,
악업으로 인하여서는 지옥, 아귀, 축생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영혼이 천도된 사례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 죽림에 계실 때,
그 성중에 한량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는데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과 결혼하여 기악(伎樂)을 즐기며 지냈다.
그러다가 부인이 태기가 있어 열 달 만에 한 남자 아이를 낳으니
그 단정하고도 수승함이 세간에 드물 정도이므로,
부모가 기뻐하며 아이의 이름을 우다라(優多羅)라고 하였다.
나이가 점차 들어 그 아버지가 사망하니 아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판매업(販賣業)을 하셨지만
이제 내 대에 와서는 이 업을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
때 마침 불법을 믿고 출가하려던 생각을 어머니 앞에 나아가 말씀드리자,
그 어머니는 펄쩍뛰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 지킬 사람이 없고
자식이라곤 너 하나뿐이거늘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출가하려 하는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로 너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내 죽은 뒤에 가서 너의 뜻대로 하거라.”
아이가 소원대로 허락을 받지 못해 매우 우울하게 지내다가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사뢰었다.
“어머니께서 끝까지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독약을 마시고 죽겠습니다.”
어머니는 놀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무엇 때문에 꼭 출가하려 하는가.
지금부터 네가 만약 여러 사문과 바라문들을 청해 공양하려면
그 뜻에 따라 모든 것을 준비해 주리라.”
아이가 이 말을 듣고 조금 위안이 되어
여러 사문과 바라문들을 청해 자주 집에 모시고 공양하였는데,
어머니는 그들이 너무 자주 오는 것이 싫고도 원망스러워
여러 사문과 바라문들을 향해 악설을 퍼부었다.
‘스스로 생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남에게 의존만하니, 매우 보기 싫구나.’
마침 아들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어머니는
음식과 마실 것을 다 땅에 버렸다.
아이가 돌아오니 어머니는 말하였다.
“네가 외출한 뒤에도 나 스스로 음식을 베풀어
저 사문과 바라문들을 청해 공양하였노라.”
그리고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그 음식과 마실 것을 버린 곳을 보인 다음,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잘 공양하였더니 그들이 모두 고맙다며 떠나가셨다.”
아이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
얼마 후 어머니는 목숨이 끝나서 아귀에 떨어지고야 말았다.
아들은 출가하여 열심히 기도 정진하고
아라한의 과위(阿羅漢果)를 얻어
어떤 강 언덕의 굴속에서 좌선을 닦고 있었다.
이 때 한 아귀가 나타나 굶주림과 목마름에 허덕이는 모습으로
아들 비구 옆에 다가와서 말하였다.
“내가 바로 너의 어머니 이니라.”
“어머니께서 생존 시에 항상 보시하기를 좋아하셨거늘
어찌하여 이 아귀에 떨어진 과보를 받았나이까?”
“내가 간탐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 사문과 바라문을 정성껏 공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아귀의 몸을 받아 20년 동안 음식과 마실 것을 얻어먹지 못했으며,
설사 강, 샘, 못 등 물이 있는 곳을 가보아도 물이 다 마르고
과일나무 있는 곳을 가보아도 과일나무가 다 말라버리므로
지금 나의 이 기갈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노라.”
“대체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된 것입니까?”
“내가 그 당시 보시하기는 했지만
항상 간탐하는 마음이 있어서
여러 사문과 바라문들께 공경하지 않고
함부로 욕설을 퍼부은 탓으로 이제 이 과보를 받게 된 것이니,
지금이라도 네가 나를 위해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베풀어 보시하고
나를 위해 참회한다면, 나는 반드시 아귀의 몸을 벗어날 수 있겠노라.”
이 말을 들은 아들 비구는 매우 가엾이 여겨
곧 권화(勸化)하기 위해 갖가지 맛난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해 공양하였는데,
공양을 마칠 무렵 아귀가 그 몸을 나타내 모임에 나와서
모든 사실을 드러내어 참회함으로,
부처님께서도 아귀를 위해 갖가지 법을 설해 주시니
아귀는 곧 마음속으로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그날 밤 목숨이 끝나
다시 몸을 받기는 했으나 날아다니는 아귀가 되어
하늘 갓을 쓰고 보배 영락을 걸고서 그 몸을 장엄하고
비구의 처소로 내려와 다시 말하였다.
“나 아직도 몸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네가 한 번 더 나를 위해 음식과 의복 등을
시방 스님들께 공양해야만
내가 이 아귀의 몸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겠노라.”
아들 비구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권화(勸化)하기 위해
음식, 의복을 갖추어 시방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는데,
그 공양을 마칠 무렵에 아귀는 또 대중 앞에 몸을 나타내어 참회하고
그날 밤 목숨이 끝나 도리천(忉利天)에 왕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무슨 복을 지었기에 여기에 태어났는지를 관찰해 보니
내 아들 비구가 나를 위해 갖가지 맛난 음식을 베풀어
부처님과 여러 스님들을 청하였기에 아귀의 몸을 벗어나서
이 천상에 태어났으리라.
그렇다면 나 이제 부처님과 비구의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을까.’
곧 하늘 갓을 쓰고 보배 영락을 두르고 몸을 장엄하여
향과 꽃을 갖고 내려와 부처님과 그 아들 비구에게 공양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아 부처님의 설법을 들음으로써
곧 마음과 뜻이 열리어 수다원의 과위를 얻고는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도로 천궁으로 올라가 버렸다.
부처님께서 이 우다라(優多羅)의 인연을 말씀하실 때
그 모임에 있던 여러 비구들이 다 간탐을 버리고 생사를 싫어하여
수다원의 과위를 얻는 자도 있었고
사다함의 과위를 얻는 자,
또 아나함의 과위를 얻거나 아라한의 과위를 얻는 자도 있었다.
그런 벽지불의 마음을 내고,
또는 더없는 보리심을 내기도 하였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