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뉴스와 기독교
에스더 7:1-10
1. 왕과 하만은 에스더 왕후가 차린 잔치에 함께 갔다.
2. 둘째 날에도 술을 마시면서 왕이 물었다. "에스더 왕후, 당신의 간청이 무엇이오? 내가 다 들어주겠소. 당신의 소청이 무엇이오? 나라의 절반이라도 떼어 주겠소."
3. 에스더 왕후가 대답하였다. "임금님, 내가 임금님께 은혜를 입었고, 임금님께서 나를 어여삐 여기시면, 나의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이것이 나의 간청입니다. 나의 겨레를 살려 주십시오. 이것이 나의 소청입니다.
4. 나와 내 겨레가 팔려서, 망하게 되었습니다. 살육당하게 되었습니다. 다 죽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남종이나 여종으로 팔려 가기만 하여도, 내가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한 일로 임금님께 걱정을 끼쳐 드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5. 아하수에로 왕이 에스더 왕후에게 물었다. "그자가 누구요? 감히 그런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자가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밝히시오."
6. 에스더가 대답하였다. "그 대적, 그 원수는 바로 이 흉악한 하만입니다." 에스더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하만은 왕과 왕후 앞에서 사색이 되었다.
7.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왕은 술잔을 내려놓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왕궁 안뜰로 나갔다. 하만은 왕이 자기에게 벌을 내리기로 마음 먹은 것을 알고서, 그 자리에 남아서, 에스더 왕후에게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걸하였다.
8. 왕이 안뜰에서 술자리로 돌아와 보니, 하만이 에스더가 눕는 침상에 엎드려 있었다. 이것을 본 왕은 "내가 집안에 왕후와 함께 있는데도, 저 놈이 왕후를 범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소리 쳤다. 왕의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시들이 달려들어서, 하만의 얼굴을 가렸다.
9. 그 때에 왕을 모시는 내시들 가운데 한 사람인 하르보나가 말하였다. "하만이 자기 집에 높이 쉰 자짜리 장대를 세워 놓았습니다. 그것은 임금님을 해치려는 자들을 제때에 고발한 모르드개를 매달아 죽이려고 세운 것입니다." 그 때에 왕이 명령을 내렸다. "하만을 거기에 매달아라!"
10. 사람들은, 하만이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세운 바로 그 장대에 하만을 매달았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왕의 분노가 가라앉았다.
지난 9월 8일 동인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퀴어문화축제가 기독교 단체들의 저지로 무산되었습니다. 2000년부터 서울 시청광장에서 시작된 퀴어문화축제는 최근 보수기독교단체와 교회들에 의해 적그리스도 집단으로 매도되면서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퀴어문화축제 무산은 올해 6월 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벌어진 사건입니다.
인천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려고 했고 본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상적인 집회신고를 했지만 전날 저녁 동인전역 북광장에서 열렸던 예수축제행사가 다음날까지 계속되었고 이들이 퀴어문화축제를 저지하고 나선 것입니다.
예수축제는 예수재단과 보수교회 신도들이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기 위해 조직한 행사입니다. 예수재단측은 8일 집회신고를 했지만 한 달 전에 신 된 퀴어문화축제 때문에 불허되자 전날 집회신고를 하고 8일 불법으로 퀴어문화축제 저지에 나선 것입니다. 이들은 북광장에 마련된 무대 앞에 앉아 찬송가를 부르며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동성애 유전자 없음’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동성애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결국 인천중부경찰서가 경찰 800명을 투입해 예수재단의 행사를 중단시키고 탁동일(43) 인천 빈들의 감리교회 목사를 연행하였다고 합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예장 백석대신총회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인 임보라(사진) 목사에 대해 이단 정죄를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임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기장총회는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채 다른 교단이 소속 교단 목회자를 이단으로 규정한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덧붙여 이들은 예장통합총회를 향해 공교회를 사유화하는 목회 세습 방지에나 집중하라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기장 부총회장인 육순종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 목회 문제는 무척 뜨거운 이슈"라며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교단과 교단끼리 정직하고 차분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기장 총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회 내에 성소수자 연구위원회 설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사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내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보도하는 내용이나 주장하는 내용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팩트 자체가 다르고 주장 또한 다르니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사건의 본질이 왜곡될 수밖에 없겠다는 염려가 일었습니다.
최근에 가짜 뉴스나 댓글 사건이 사회적 큰 문제로 대두되면서 한겨레 신문이 이를 추적 하는 탐사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이 탐사 보도를 기획하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한겨레신문은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함께 두 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 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 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 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이 탐사보도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짜뉴스라는 유령이 유튜브를 배회하고 있다. 정권교체와 정보 유통 매체(플랫폼)의 세대교체가 맞물리면서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는 진보가 점령한 팟캐스트의 시대가 저물고 극우가 판치는 유튜브 ‘유사언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유튜브에서 널리 퍼진 가짜뉴스 7개의 전파 경로를 확인했다. ▲<제이티비시>(JTBC) 태블릿피시(PC) 조작 ▲5·18 북한 특수군 개입 ▲노회찬 의원 타살 ▲19대 대선 부정선거(투표용지 2종류) ▲정부·여당 개헌 뒤 고려연방제 추진 ▲북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령 ▲문재인 대통령 문현동 금괴 도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구독자 수 4만 명에서 25만 명에 이르는 대형 보수 유튜브 채널들이 제각각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 나르고, 때론 서로 공격하며 수십만~수백만씩 조회수를 올린다. 이런 상호 침투 속에 지난 1년 사이 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20개 채널의 총구독자는 83만 5100명에서 200만1700여명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진다. 가짜뉴스는 유튜브 극우 채널들이 급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연료였다.
유튜브 가짜뉴스 채널들은 정규 언론이 아니라는 빈틈을 활용해 검증 책임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애초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동’을 목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에 이르러 가짜뉴스는 정치적 선동에 상업적 이익 목적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는 조회수에 기반한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소셜블레이드 통계에 따라 추정하면, 신의 한수는 월간 최대 2만5500달러(약 2900만 원), 정규재티브이는 월간 최대 2만1200달러(약 2400만 원), 뉴스타운티브이는 1만8900달러(약 21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예멘 난민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는 거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대량 살포됐다.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고 피해자 절반이 아동이다’ ‘아프간 이민자의 성범죄율이 내국인보다 79배가 높다’ ‘시리아 난민이 동물원에서 조랑말을 강간했다’ 등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이 다양한 판본으로 변주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졌다. 난민에 대한 광범위한 공포와 혐오를 불러온 계기였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지만 이들 가짜뉴스엔 공통점이 있었다. “해외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라며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프간 이민자 성범죄율 79배’와 ‘조랑말 강간’ 등의 출처는 언론이 아닌 미국판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라 할 수 있는 혐오 사이트였다. ‘스웨덴 성폭력 92% 이슬람 난민’ 기사는 스웨덴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위원회가 낸 공식 자료를 통해 근거 없는 주장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런 가짜뉴스들을 ‘충격적인 진실’이라며 국내에 유포·확산한 이들은 누구일까? <한겨레> 확인 결과, 이 가짜뉴스들의 발원지는 ‘에스더기도운동’(이하 에스더)이라는 종교단체의 홈피 게시판(공지사항)이었다. 에스더는 이용희 대표(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2007년 만든 기독교 우파 운동단체다. ‘북한구원 통일한국’을 기치로 초교파 기독교 운동을 표방한다.
<한겨레>가 확보한 에스더 회원 명부에는 7000명 가량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에스더 관계자는 “실제 회원은 2000~3000명 정도이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수백명 규모”라고 말했다. “인터넷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증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을 지향하며 꾸준히 ‘인터넷 사역자’와 ‘미디어 선교사’를 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와 만난 복수의 에스더 내부자들은 “인터넷 사역자와 미디어 선교사의 핵심 역할은 댓글을 달고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것”이라며 이용희 대표를 정점으로 한 기획실에서 가짜뉴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에스더는 ‘밝은 인터넷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등 인터넷 유관단체를 설립하고, ‘풀타임 인터넷 전사’로 명명한 청년 수십 명에게 가짜뉴스 배포 등 인터넷 여론 조성 작업을 시켰다. 인터넷 전사로 활동했던 한 에스더 관계자는 “‘미디어 선교’라는 명목으로 성소수자 혐오, 북한 관련 안보 위기 강조, 문재인·박원순 등 특정 정치인 관련 부정적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고백했다.
에스더가 만든 가짜뉴스들은 ▲동성애 커플 주례 거부 목사 징역형 ▲메르스 에이즈 결합 슈퍼 바이러스 창궐 ▲동성애 합법화하면 동물 강간도 합법화 ▲동성애 케이크 제작 거부 미국인 1억6천만 원 벌금 폭탄 ▲동성애 교육 항의 아버지 감옥행 등이다.
이들 주장은 이용희 대표의 강연 자료나 에스더 공지사항에 올라온 내용이었는데, 각각 쪼개져 카카오톡 등으로 퍼지거나 유튜브 가짜뉴스 영상의 숙주가 됐다. 에스더 관련 채널과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한 가짜뉴스가 그동안 한국 사회 혐오 담론의 바탕이었던 셈이다. 유통 경로에는 목사·장로·전도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유포 망의 정점, ‘가짜뉴스 공장’이 바로 에스더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는 각각 ‘국가주의’와 ‘반공’을 대변한다. 한국 기독교의 단골 상징물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때는 이스라엘기가 추가됐다. 이스라엘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당시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이스라엘기 등장은 한국 보수의 세력 교체와 극단화 현상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기의 등장은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과 관련이 깊다. 에스더 주최 강연에 자주 등장하는 논리 가운데 한민족을 이스라엘 12부족 중 ‘단’ 부족으로 보는 ‘한민족 선민론’이 있다. 이단 시비가 있는 교리 해석인데, 영적 전쟁을 강조하며 우리가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강조한다. 북한 사역을 중시하는 이유는 북한 민족 역시 선택받은 민족이므로 김씨 지배체제로부터 우리가 구원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기는 ‘선민’ 담론의 상징물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기의 탄핵 반대 집회 등장을 이른바 ‘기독교 신극우’가 전면에 떠오른 장면으로 해석한다.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단 취급을 받던 교리가 우파 기독교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우파 기독교의 세대교체는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침체와 관련이 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목사의 탄핵 반대 집회 참석 권유에 신자들이 노골적인 저항과 불만을 표현했다”고 말한다. 신자 동태에 민감한 목사들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길 주저한 배경이었다. 김 실장은 이를 “교회의 축이 극우주의에서 중도 보수로 옮겨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대 변화에 따라 ‘반공 기독교’의 시대가 저문 탓에 제아무리 권한이 막강한 대형 교회 목사라도 합법적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을 신앙의 이름으로 적극 지지하긴 어려웠다는 얘기다.
에스더는 2007년 ‘북한 인권과 통일을 위한 기도 운동’ ‘탈북자 사역’ 등을 모토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곧장 차별금지법 반대 캠페인, 동성애 반대 활동, 인권조례 폐지 운동 등 애초 목표와 다른 활동을 시작했다. 조직 운영은 이용희 대표를 중심으로 폐쇄적이었지만, 보수 기독교인들의 자유로운 연합체를 표방하며 대중 강연과 청년교육사업, 대형 집회와 콘퍼런스, 포럼 등을 꾸준히 개최해 하부를 다졌다.
조직화 사업에서 이들이 개발한 가상의 적이 바로 ‘동성애’다. 종교사회학자 김현준씨는 “에스더가 만들어내 기독교에서 유행한 말이 바로 ‘종북 게이’다. 빨갱이 혐오의 시대적 기한이 다해가고 기존 대형 교회들의 성장이 정체됐을 때 개신교의 새로운 적으로 동성애를 지목하고 인터넷상에 적극 유포해 이를 현재적 혐오 모델로 끌어낸 것이 에스더”이다. 실제 에스더는 2011년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청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를 동성애 옹호 조례로 규정하며 기독교적 반대 논리를 만들어냈다.
에스더는 처음부터 정치엔 무심하지만 기독교적 사회 정의에 관심이 높은 청년들을 포섭 대상으로 삼았다. “네가 바로 선민이며, 내가 너를 큰 자로 세우겠다. 네가 하는 일을 우리가 이루겠다” 등의 승리 서사를 강조하며 그들을 우익으로 양성했다. 한 에스더 전 활동가는 “이용희 에스더 대표가 내부 강연에서 ‘에스더 청년 양성은 주사파의 청년세력 양성에 착안해 벤치마킹을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에스더의 또 다른 축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알파팀’ 등 민간여론조작 사업을 받아 수행하며 “보수 기독교적 가치관에 투철한 청년 우익 논객 양성”을 활동 목표로 제시했다. 이들과 함께 10년여간 활동했던 한 인사는 “에스더의 목적은 특정 정치관을 가진 청년 세력을 양성해 사회에 침투시키는 것이었다. 편향된 자료나 심하게는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듣고 배우기를 지속하다 보면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건이 터져도 일말의 의심을 하지 않고 계속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기독교발 가짜뉴스는 기독교인의 적대와 혐오를 겨냥한 일종의 분노 증폭 장치다. 행동하지 않는 ‘샤이 보수’를 행동하는 보수로 이끄는 통로, 미끼상품이 바로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이상이 4회에 걸친 탐사보도의 요약입니다.
가짜 뉴스의 온상이며 반공 프레임을 동성애 프레임으로 바꾸어 자신들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보수 기독교 세력이 에스더란 이름을 단 이유는 무엇일까요?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약 에스더서는 유대민족의 말살을 막은 에스더와 모르드개의 영웅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대 명절인 부림절의 기원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고대 페르시아의 궁정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당시는 많은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잡혀가서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페르시아 제4대 왕 아하수에로(재위 BC 486∼BC 465)는 즉위 3년째 큰 잔치를 배설하고 7일째 되는 날 모든 지방관과 백성들 앞에 왕후 와스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왕비가 거부하자 지방관들과 신하들이 쑥덕거립니다. 그리곤 왕비가 저렇게 도도하다면 페르시아의 모든 아내들이 그녀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왕에게 간언을 합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와스디 왕비를 폐위하고 전국의 처녀들을 불러 모아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왕비로 맞겠다고 포고합니다.
수많은 후보 중에 왕이 낙점한 사람은 바로 에스더였습니다. 에스더는 바벨론 포로 귀환 후에도 유대 땅으로 돌아가지 않고 페르시아에 머물렀던 베냐민 사람 아비하일의 딸로서 용모가 출중했다고 합니다(에 2:5, 7, 15). 일찍 부모를 여의었지만 양아버지 모르드개의 도움으로 페르시아 수도 수산에 살았습니다. 에스더는 유대인이지만 그의 양아버지인 모르드개가 알리지 말라고 하여 왕은 에스더가 유대인임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마침 그때 유대인을 싫어하는 하만이라는 사람이 왕의 신임을 얻어 재상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는 왕국의 모든 사람의 절을 받았는데 모르드개가 그에게 굽히지 아니함으로 모르드개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유대인을 죽일 음모를 꾸밉니다. 그런데 모르드개는 왕의 두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가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고발하여 아하수에로 왕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한 사람이었습니다. 왕은 궁중일기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에스더는 자기 민족을 구하고자 잔치를 배설하고 ‘죽으면 죽으리라’하는 각오로(에4:16) 왕과 하만을 초청합니다. 이 자리에서 에스더는 왕에게 자신이 유대인임을 밝히고 하만의 음모를 폭로합니다.
이 장면을 새번역 성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왕이 에스더에게 나라의 절반을 떼어서라도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며 원하는 것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에스더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임금님 내가 임금님께 은혜를 입었고, 임금님께서 나를 어여삐 여기시면, 나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이것이 나의 간청입니다. 나의 겨레를 살려 주십시오. 이것이 나의 소청입니다.”왕이 유다사람들을 다 죽이려는 자가 누구냐 물었습니다. “에스더가 대답하였다. 그 대적, 그 원수는 바로 이 흉악한 하만입니다. 에스더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하만은 왕과 왕후 앞에서 사색이 되었다.”(에 7:3-6)>
결국 하만은 모르드개를 처형하려고 준비해둔 교수대에서 처형되고 말살 위기에 처했던 유대인들은 스스로를 방어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게 됩니다. 이 조서가 공포되고 유다인들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 것을 기념하는 부림절이라는 명절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에스더서의 교훈은 유대민족을 말살하려는 인물과 음모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민족을 구하고자 한 에스더의 영웅적 이야기입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민족 말살을 저지한 에스더의 용기는 거대한 페르시아제국 내에서 유대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자격을 얻게 하였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시민권을 확득하는 위대한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죠. 이 사건 이후 유대인으로 개종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니 유대 민족의 일대 쾌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 에스더서의 이야기와 가짜뉴스 공장이 된 에스더 기도운동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에스더 기도운동은 신앙을 빙자한 보수 정치운동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부패하고 낡은 보수의 틀 안에서 자신들의 안위와 영달을 이어가 보려는 이익집단일 뿐입니다. 이들은 진보진영을 분열시키고 비방하며, 불만에 가득 찬 이들이 분노 표출 공간으로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스더 집단이 일베보다 훨씬 크고 파급력 있는 유튜브 공간을 통해 가짜뉴스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작금의 현상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가짜뉴스가 돈이 되는 유튜브 공간은 그들에게 일석이조의 놀이터가 된 셈이죠.
가짜 뉴스가 없어지려면 당국의 감시와 엄정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에스더에서는 한겨레를 상대로 법정 소송에 나선다고 합니다. 그런 협박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참 사명을 다하려는 한겨레와 같은 언론 매체가 많아지기를 기도하며 지원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회가 지원하여 운영하고 있는 광명시민신문도 이런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멋진 세상을 염원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축원합니다.
<2018.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