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연의(退魔演義) 067 - Side Story Ⅶ Yo.Yo.
“ 이민우가 의대라니 어울리기도 하고, 안 어울리기도 하고... ”
“ 민우야 어울리지- 난 혜성이가 수학과라는 게 더 신기한데?
혜성이는 국문과에 어울릴 것 같잖아- ”
“ 야. 쟤가 어딜 봐서? 말 하는 거 봐라. 말끝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있잖냐- ”
귀여운 표정으로 혜성의 옆에 붙어 앉아 앵두처럼 붉고 예쁜 입술로 종알종알 떠드는
시온의 말에 천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천우의 말에 혜성이 가느다란 눈매를 더욱
가늘게 뜨고는 천우를 노려보며 험악하게 말했다.
“ 니가 진정 그 가시에 찍혀 죽고 싶은 게로구나- ”
“ 그러니까 어울린다는 거지- 비평가로...
혜성이는 정말 신랄한 비판을 잘할 거야. ”
하지만 팔 뒤꿈치까지 접어올린 춘추복의 긴 소매 셔츠 아래로 드러난 혜성의 희고
가느다란 팔뚝 때문에 혜성의 험악한 표정은 사나워 보이긴 했지만 별로 무섭게 보이
지 못했다. 그래서 혜성의 사나운 반응에도 더욱 상큼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 시온의
말에 천우는 혜성의 뜨거운 눈빛을 받으면서도 시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 쿡- 그래. 그래. 그 말은 맞다. ”
“ 이것들이 정말 죽고 싶구나. ”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자기들끼리 장단을 맞추며 좋아하고 있는 천우와 시온을 보고
는 혜성이 목에 걸린 타이를 풀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혜성의 반응에도
민우는 별 변화 없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넌 무슨 공부랑 원수 졌냐? 아님 책이랑 연애 하냐? ”
“ 쿡- 신혜성. 너 책한테 질투 하냐? ”
“ 뭐? 이 자식이!!!!! ”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민우를 구박하는 혜성을 놀리는 천우의 말에 결국 손으로 잡
고 있던 타이를 완전히 풀어버리고는 천우에게로 달려드는 혜성을 피해 도망가는 천
우와 그런 천우를 따라 교실 밖으로 까지 뛰어나가는 혜성의 모습을 보던 시온이 고
개를 돌려 민우에게 물었다.
“ 민우, 혜성이랑 사이가 많이 좋아졌네? ”
“ 별로... ”
시온의 말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민우의 시큰둥한 대답에도 시온은 하얀 이가
드러나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 요즘은 매일같이 등하교 같이 하잖아?
혜성이 일 있으면 기다려 주기도 하고... ”
“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
그제야 책에서 눈을 떼며 안경을 벗고 시온을 바라보는 민우의 눈빛에는 그 흔한
감정인 호기심이나 짜증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 그냥... 보기 좋다고.
수능 날 갑자기 배 아프다고 하는 혜성이 앞에 짠-하고 청심환 내민 것도,
올해도 변함없이 추운 겨울바람에 코 훌쩍이는 혜성이한테 자상하게
모자 벗어서 씌워주는 것도, 또 혜성이랑 나란히 같은 대학에 가는 것도... ”
“ ..... 청심환은 선호가 싸 준 거고, 모자는 내가 더워서 벗어준 거고,
같은 학교 가는 건... 우연이야. ”
시온의 말에 대답하던 민우는 문득 자신이 왜 이런 변명을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자 살짝 짜증이 났다. 하지만 시온은 그런 민우의 기분을 눈치 채지 못한 건지,
눈치 채지 못한 척 하는 건지 여전히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 뭐, 상관없어. 내 눈에 그렇다는 거니까... ”
- 탁!
“ 자. 오늘은 형님이 쏜다- 큭큭- ”
그 순간 민우의 앞에 씩씩하게 초코 우유를 내려놓으며 우렁차게 소리치는 혜성의
모습에 민우가 앞에 놓인 초코 우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 난 녹차가 더 좋은데... ”
“ 이 자식은 사다 줘도 말이 많아!!! ”
민우의 시큰둥-한 반응에 혜성이 열을 내며 초코 우유를 집어 들기도 전에 우유를
집어 들고는 따서 마시는 민우의 모습에 혜성은 더욱 성질을 냈다.
“ 저 자식을 죽여. 살려? ”
“ 큭큭- 암튼 점점 사이가 좋아진다니까?~ ”
민우를 향해 씩씩대는 혜성의 모습을 보고는 웃어대는 천우와 시온의 모습에 혜성은
입을 삐죽이며 초코 우유를 뜯어 마시기 시작했다. 혜성의 가느다란 목으로 꿀꺽-
꿀꺽- 우유 넘어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교실에 울려 퍼졌다.
“ 좋긴 개뿔이... ”
“ 아. 내일이 시온 요요 대회에 너희도 올 거지? ”
“ 아- 맞다. 내일이지? 가야지, 그럼~ 학교에서 할 일도 없는데...
아! 우리 단체로 대회 견학 가보면 안 되나? ”
“ 오~ 좋은 생각~ 우리 가서 물어보자~ ”
“ 그래. 그래!~ ”
그러고는 마시던 초코 우유와 딸기 우유를 홀랑 털어 마시고는 교실 휴지통에 골인
시키고 교무실을 향해 달려 나가는 혜성과 천우의 모습은 이제 단짝 친구라 해도 손
색이 없어 보였다. 워낙에 시원시원한 성격의 천우와 시니컬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
는 혜성은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민우라면 절대 응하지 않을 일도 혜성은 재미만 있
다면 늘 함께 했기 때문에 천우와 혜성은 2년 사이에 많이 친해졌다. 함께 뛰어노는
강아지들마냥 쪼르르- 뛰쳐나가는 둘의 시온이 다시 웃으며 작게 말했다.
“ 저런 두 사람 모습이 사랑스러워 죽겠어~ ”
“ ...................... ”
그리고 눈을 들어 안경 너머로 아이같이 천진하고 귀여운 시온의 모습을 바라보는
민우의 눈빛에는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
.
.
“ 우와!~ 진짜 대단하다~ ”
“ 그치? 그치? 오길 잘했지?~ ”
대회장안으로 들어선 학생들은 대회장 안의 화려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추운 날씨
에 실내에서 열리는 요요 대회장은 근래에 보기 힘든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묘기를
위한 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국기와 풍선이 장식되어 있었고, 대회장의 여기저기에는
각국의 희귀한 요요를 모으고 있는 수집가들이 자신들의 수집품을 관람객들에게 보여
주거나 그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대회장을 가득 메운 각국의 선수
들은 대회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지만 크고 작은 요요들을 가지고 묘기를 연습
하고 있었다.
“ 나 등록 확인하고 올테니까, 구경하고 있어- ”
“ 같이 가- ”
시온의 말에 천우가 시온을 따라 나섰다. 그런 시온과 천우의 움직임에 인솔 교사인
수학 교사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 다들 구경 잘 하고, 집에 조심해서 가라.
무슨 일 있으면 휴대폰으로 연락하고.
다 컸으니 시합 끝나고 확인은 안 해도 되겠지? ”
“ 네에- ”
“ O.K~ 그럼 좋은 경험들 하도록- ”
인솔 교사의 말에 학생들은 신나게 대답하고는 삼삼오오 대회장 안으로 흩어졌다.
어제 천우와 혜성의 말에 좀 걱정스런 표정을 하던 담임 교사는 옆에 있던 수학 교사
가 아이들과 동행하겠다는 말을 하자 3학년 학생들 중 희망자들을 모아 대회 견학을
하도록 학교의 허락을 받아 주었다. 그 덕분에 수능이 끝난 이후로 학교에서 영화나
보는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3학년 학생들은 2주 만에 외부 견학이란 이름으로
즐거운 소풍을 오게 되었다.
“ 수학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지 않냐? ”
“ 넌 너랑만 잘 맞으면 다 괜찮은 거지? ”
아이들을 해산 시키고 많은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수학 교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혜성이 민우에게 말하자 민우는 그런 혜성을 힐끗- 보며 말했다. 그런 민우
의 모습에 발끈-한 혜성이 민우의 팔을 툭-치며 화를 냈다.
“ 이건 어떻게 된 게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가 없어! 할 수가!!! ”
“ 나도 너랑의 대화가 즐거운 건 아니다. ”
“ 이 자식이!!!!! ”
지난 여름 진의 어머니인 무녀를 만난 사건 이후로 조금은 민우와 친해진 기분을 느
낀 혜성이었다. 비록 아파서였다고는 하지만, 자상하게 자신의 말대로 복숭아 통조림
도 먹여주고 간호해주던 민우의 행동이 조금 쑥스럽긴 했지만, 또 그만큼 많이 고마
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래서 처음의 더럽던 인상이 조금은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펑소 보다 더 못되게 구는 듯한 민우의 모습에 혜성 역시 화가 날
대로 나 있었다.
“ 말 좀 잘 하면 어디가 덧나나? 씨이- ”
지금도 같은 학교 학생들과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자기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민우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혜성이었다.
“ 같이 다니면 다리가 부러지지, 부러져... 어? 저기... ”
대회장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머리 노랗고 눈이 파란 외국인 선수들과 즐겁게 대화
를 나누고 있는 수학 교사를 본 혜성이 놀라 눈을 떼지 못했다. 영어 교사도 아닌
수학 교사가 자연스러운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고...
“ 어? 뭐야? 러시아어 잖아? ”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기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영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언어는
영어가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들리는 말은 확실히 러시아어였다. 러시아어를 할
줄은 몰랐지만, 억양이나 발음을 봐서 러시아어가 확실했고 또 선수 역시 가까이서
보니 러시아 사람 같았다.
“ 와아- 러시아어 잘 하네? ”
“ 프랑스어도 잘 하던데? ”
“ 우왁- 너 뭐야? ”
혼자 중얼거리는 혜성의 뒤에서 작은 소리로 대꾸하는 민우의 목소리에 혜성이 깜짝
놀라 몸을 돌리며 소리쳤지만, 민우는 무표정하게 혜성에게 말했다.
“ 뭐긴, 사람이지. 넌 내가 유령으로 보이냐? ”
“ 장난질은... 근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 우리학교 프랑스어 회화 선생이랑 얘기하는 거 봤어. ”
민우의 대답에 외국어에 그렇게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는 못했던 혜성은 눈을 크게
뜨며 신기해했다.
“ 우와- 끝내준다... 혹시 우리 수학은 언어의 천재? ”
“ 외국어 몇 개 한다고 천재냐? ”
“ 그러는 너는!!! 고작 두개 밖에 못하면서!!! ”
“ 그러는 넌 그 두개마저도 나보다 못하지 않냐? ”
“ 뭐? 이 새끼가!!!!! ”
“ 워워- 우리 없다고 금세 쌈박질이냐? ”
가뜩이나 외국어에 취약하다는 점에 예민하던 혜성은 민우의 대답에 발끈해 민우에게
덤벼들었고, 때마침 나타난 천우와 시온이 혜성을 말리면서 혜성의 일방적은 싸움은
끝이 났다.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는 혜성을 토닥이던 시온이 민우의 시선을 향해 고
개를 돌리다가 말했다.
“ 어? 세르게이네? ”
“ 세르게이? ”
“ 응. 러시아 선수인데, 재작년 챔피온이야. ”
“ 오- 그래? ”
“ 어. 저 옆에 있는 사람은?... ”
세르게이와 수학교사를 바라보던 천우가 혜성의 어깨에 팔을 건 채 눈을 크게 뜨고는
중얼거리자 혜성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 아는 사람이야? ”
“ 아니. 안다기 보다는... 인터넷에서 봤어. ”
“ 누군데? ”
“ 러시아 마술사. ”
천우의 대답에 혜성이 신기하단 표정으로 다시 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 우와~ 마술사? ”
“ 응. 카드 마술의 달인이라나 뭐라나? 요즘 인터넷에서 유명해. 손동작이 아~주. ”
“ 근데 마술사가 여긴 웬일이래? ”
“ 마술이나 요요나 모두 손을 쓰는 거니까, 여러 가지고 관찰하면 도움이 되지.
그래서 온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세르게이 친구일 수도 있고. ”
“ 흐음- 그렇군. ”
시온의 설명에 혜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란히 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세르게이라는
요요 챔피온과 카드 마술사라는 남자, 그리고 수학 교사를 바라봤다.
“ 그런데 우리 수학 샘이 어찌 저 두 챔피온을 알까? ”
“ 안다기 보다는 그냥 말하고 있는 거 같은데? ”
“ 하긴... 우리 수학 샘이 발이 좀 넓지... ”
혜성의 말에 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우의 말대로 수학 교사는 이런 저런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했다. 처음 민우와 혜성이 학교가 아닌 곳에서 만났던 영아유기
사건에서 이후로 수학 교사와는 종종 마주치게 되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3학년이
되서도 둘의 수학 담당은 그 수학 교사였고, 결국 수학과를 가게 된 혜성은 진학
상담에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 결정적으로 우리 혜성군이 수학과를 가게 된 계기도 수학 샘이라며? ”
“ 뭐... 그렇기도 하지... ”
평소 암호에 관심이 많던 혜성이 암호 책을 보는 것을 본 수학 교사가 ‘암호에는 수
학이 기본이 되지.’라는 말을 들은 혜성은 결국 수학과를 택했다. 혜성의 선택에 학교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은 꽤 많이 놀란 듯 했지만, 선호를 비롯한 동완과 승민, 유영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수학은 암호에 도움이 많이 되지.
뜻밖의 반응이 수학 교사의 말에 똑같아 조금 놀란 혜성이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결국 Y대 수학과로의 진학이 결정된 혜성이었지만, 왠지 아직도 수학 교사가 무조건
편하지만은 않은 혜성이었다.
“ 수학 선생님은 나이가 젊고 친절한데, 왠지 편하진 않아. ”
“ 그치? 그치? 왠지 묘~한 분위기가... ”
“ 쿡- ”
“ 왜 웃어? ”
혜성과 천우의 말에 시온이 작은 손으로 입을 막고는 귀엽게 작게 웃자 혜성과 천우
가 시온을 돌아보며 물었다.
“ 아니. 그냥... 둘이 너무 귀여워서...
아. 나 이제 가봐야 겠다. 그럼 나 응원 잘해!~ ”
그 말만 남긴 시온이 대회 준비를 위해 뛰어가 버리자 민우와 혜성, 천우는 자리에
앉아 대회를 구경할 준비를 했다.
.
- 참가번호 9번 영국의 에드워드 찰스톤~
“ 와아!~ ”
1번부터 차례로 이루어진 시합은 9번에 다 달았다. 참가번호 9번으로 나온 영국의 청
년은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로 대회장 안에 있는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앞
의 선수들보다 더욱 커다란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그런 대회장 안의 여성들의 기대
에 부흥하듯 앞의 선수들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찰스톤은 큰 키 덕분에 묘기들이
더욱 화려해 보였다. 앞의 선수들이 한번씩 했던 기초적인 묘기를 보여 준 후, 마지막
에 보여준 한번에 세 개의 요요를 가지고 저글링과 요요가 혼합된 묘기를 보여주는
것은 키가 크고 팔 다리가 길어 요요의 체공 시간을 길게 만들 수 있는 찰스톤에게는
아주 적합한 묘기였다. 기대에 부합하는 묘기를 보이고는 등장 때보다 더 많은 박수
를 받으며 들어간 찰스톤의 뒤에 나오는 사람이 시온이었다.
- 자. 다음은 참가번호 10번 한국의 유시온!~
“ 와아!~ ”
“ 삐익- 시온 잘해라!~ ”
“ 시온 파이팅!!!!!!!!~~~~~~ ”
“ 1등 먹어라!~~~~~~ ”
“ 유시온! 짱!!!!!!!!!!! ”
다른 외국 선수들보다 응원하러 온 인원이 훨씬 많은 시온의 등장에 대회장은 들썩였
고, 그런 응원 소리와 더불어 시온의 깜찍한 외모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겨울
의 어둠처럼 새까만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 빨간 리본을 달고는 빨간 레이스 장식과
리본 장식이 있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시온은 두개의 빨간 요요를 돌리며 나타났다.
의상과 잘 어울리는 빨간 요요는 대회장의 불빛이 반사 되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간단한 묘기를 선보인 후, 갑자기 무대의 한 쪽으로 요요를 돌리며 걸어간 시온은 대
기하고 있던 천우가 건네주는 외발 자전거를 타며 요요를 돌리기 시작했다. 은색의
반짝이는 외발 자전거에 올라 요리 조리 돌아다니며 묘기를 부리는 시온의 모습은 정
말 귀여워 심사위원을 비롯한 모든 관객들의 시선은 시온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아까까지 에드워드 찰스톤에게 환호를 보내던 여성 관객들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아름
다움에 시온이 여자 아이라는 사실 마저도 잊은 채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외발 자전거를 탄 채 묘기를 부리던 시온은 관객들을 향해 생긋- 웃은 후, 민
우를 바라봤다. 시온의 시선을 받은 민우는 평소와 다름없이 표정의 변화 없이 시온
을 응시했다. 그런 민우의 눈빛에 다시 한번 환하게 웃은 시온은 들고 있던 요요를
객석으로 던졌고, 그 순간 놀란 관객들이 머리를 숙임과 동시에 시온의 요요에는 꼼
짝하지 않고 앉아있던 민우의 모자가 딸려 시온에게로 돌아갔다. 그 대범한 묘기에
사람들의 박수를 받은 시온은 외발 자전거에서 뛰어내려 치마 끝자락을 잡고 깜찍하
게 인사를 한 후 무대를 내려갔다.
시온의 뒤로 이어지는 묘기들을 즐겁게 본 민우와 혜성, 천우를 비롯한 학교 친구들
은 결국 시온이 우승하는 것을 보고는 시온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기분 좋게 집으
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타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던 혜성은 여전히 대회에
대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신이 나서는 계속 수다를 떨었다.
“ 시온 정말 대단하지 않아? ”
“ 응. ”
“ 근데 넌 언제 시온이랑 그런 묘기 준비한 거냐? ”
“ 준비 한 거 아냐. ”
“ 아냐? 역시... 시온 대단하다.
준비도 안 했는데, 그런 대단한 묘기가 나오다니... ”
“ 묘기하기 전에 눈빛 보냈잖아. ”
“ 오홀~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는 사이였어?~ ”
“ ........................ ”
혜성의 농담에 대꾸가 없는 민우를 본 혜성은 크게 웃으며 민우의 어깨를 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둥 화려한 모션을 취하며 다시 신나게 떠들어 댔다.
“ 큭큭큭- 짜식. 부끄러워 하긴...
근데 시온은 그렇게 작은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 ”
“ 글쎄... 오랜 훈련이겠지... ”
“ 맞아. 시온 손도 작고 예쁜데, 요요 연습을 많이 해선지 의외로 굳은살이 있더라.
역시 훈련하는 사람의 상처는 아름다워- ”
얼마 전 알게 된 시온의 작고 예쁜 손에 있는 단단한 굳은살을 떠올린 혜성이 감동한
표정으로 혼자 감탄했다. 그러자 민우는 때를 잡았다는 듯 혜성을 돌아보며 말했다.
“ 그러는 너도 이제 뭘 좀 하지 그래? ”
“ 내가 뭘? ”
“ 다음 달부터 검도하란다. ”
“ 누가? ”
“ 위에서... ”
민우의 말에 벌컥-화를 내려던 혜성은 뜻밖에 대답에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는 손을
들어 뒷목을 긁적이다가는 곧 입을 삐죽이며 웅얼거렸다.
“ ..... 까짓 거 하지, 뭐. 검도가 뭐 별거냐?
난 이래뵈도 태권도도 했다 이거야- ”
“ ......................... ”
그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는 먼 곳을 응시하는 민우의 행동에 혜성 역시 민우의 곁으
로 다가가 민우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봤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없
었다.
“ 왜? 이쁜 여자라도 있냐? ”
“ 아름답지... 하지만 속은 어쩔지... ”
“ 예쁘면 예쁜 거지, 뭘 속까지 걱정해?
길 가던 여자 붙잡고 청혼이라도 하려고?
너 그런 스타일로는 안 보이는데... ”
하지만 혜성의 놀림 섞인 말에도 한동안 그 곳을 응시하던 민우는 몸을 돌려 역을
향해 걸었고, 혜성은 가볍게 뛰며 부지런히 민우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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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홀릭에 감상 주신 [sunasuna]님. [진비월]님. [너사랑안에]님. [바비아나☆]님.
[하늘구름]님. [Dalia]님. [악토]님. [글라디스]님.
- 항상 저의 곁에 있는 저의 든든한 백그라운드 [유령]님들.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어쩜 그보다 더한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
+
사이드 스토리들이 끝나고, 이제 다시 본편이 시작됩니다. ^^
+
다음은 한동안 뜸-했던 완전 사담입니다. ^^
이사가 결정됐습니다.
5년을 살아 정이 들대로 든 집입니다.
침대와 책상만 가지고 이사와서는 포장이사를 해야할 정도로 짐이 불어버렸습니다.
짐만큼 정도 들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오랜 독립 생활을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기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주변 정리 중입니다.
오늘도 저희 초코의 동물병원에 가서 미용을 하고, 예방 접종을 하고
다음 번 동물병원에 가져갈 의료 카드를 정리했습니다.
초코가 다니고 있는 동물 병원은 무척이나 좋았기에
이사가 결정된 후 아쉬운 것 두가지 중 한가지가 동물 병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
결국 올해는 이런저런 많은 이별들을 하게 될 것같습니다.
이별에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 왠지 이번 이별들은 아쉬움이 남네요.
제가 감상적이 되어버린 건지, 이번에 떠나 보내는 것들이
많이 소중한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
올해는 이별로 한해를 시작하게 되네요.
+
몇 주 전 한 박스 시킨 사과가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아
결국 오늘 저녁 시든 사과들을 가지고 사과조림을 만들었습니다. ^^
(이사가 결정되면서 집에 있는 모든 음식물을 비워야 하기에.. ^^; )
사과잼도 좋지만, 집에 단 게 너무 많아서 좀 덜 단 사과조림으로 결정했습니다.
사과의 시든 부분을 잘라버리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 사과에
설탕과 와인, 레몬즙을 넣고 조렸습니다.
레몬즙은 사과를 깎는 동안 사과의 갈변을 막기 위해서,
와인은 집에 남은 화이트 와인이 있어 넣은 건데, 의외로 풍미 있고 좋았습니다. ^^
시나몬 파우더를 뿌려 토스트 위에 올려 먹으면 좋겠더군요.
아니면 아이스크림과 함께 혹은 얼려 먹어도 좋을 듯 합니다.
여러분도 집에 굴러다니는 사과가 있으면 한번 만들어 보세요!~ ^^
+
월화에는 볼 드라마가 없다고 슬퍼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얼마 전 시작한 ‘안녕하세요, 하느님’을 보고 있습니다.
왠지 요즘의 식상한 드라마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더불어 귀여운 유건군도 좋습니다. ^^
전 늘 신인들이 좋아요. 유건군도, 준기씨도...
흐음- 하지만 인기가 많아지면 늘 식상해집니다.
요즘 인기 있는 수많은 연예인들이 거의 모두 그랬죠.
물론 우리 화군들은 제외입니다. 후훗-
사랑합니다. 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