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규성
출연: 차승원(선생 김봉두)
'오지'로 낙향한 천하의 불량 티처
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차승원 분)는 아이들보다 한술 더 떠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교장 선생에게
매일매일 혼나는 이른바 문제 선생이다. 교재 연구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고, 학부모들의 각종 돈봉투를 적극 권장,
장려하던 어느날,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더니 김봉두는 봉투 사건으로 인해 오지의 시골분교로 발령된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외제담배는 커녕 국산담배도 구할 수 없는 오지의 마을로 쫓겨난 김봉두. 전교생이라고는
달랑 5명. 더구나 돈봉투는 커년 각종 채소, 김치, 과일 등을 나누어 주는 너무도 순진한 마을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에게는 불만이다. 1교시 자습, 2교시 미술, 3교시 체육…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던 김선생. 한술 더 떠 괴팍스러운 최노인은 글을 가르쳐달라고 생떼를 쓰는 등 김선생의
시골살이는 더더욱 암울해 보인다.
하루빨리 서울로 재입성 기회를 노리던 김봉두는 전교생을 전학보내고, 학교를 폐교할 계획을 세운다. 우선
아이들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주기 위해 방과후 특별과외에 매달리는 김선생. 그런 김선생의 시꺼먼 속마음과
달리 오히려 마을 사람과 교육청에서는 훌륭한 김봉두 선생으로 인해 분교폐지 방침을 재고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봉두가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마을에는 갑자기 학교를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만들겠다는
사업가가 등장하고 김봉두는 그들로 인해 그동안 잊고 지내던 돈봉투의 위력을 맛보는데… 철부지 선생 김봉두는
과연 이런 난관을 뚫고 서울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촌지만 밝히는 '김봉두'라는 불량 선생이 폐교 위기의 강원도 오지마을 산골 분교에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과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그린 (주)좋은 영화의 7번째 작품. 차승원이 단독 주연을 맡아 5명의 분교아이들과 함께
웃음과 감동이 있는 드라마로 완성하였다.
이 영화의 모델이 되는 청림초등학교 산내 분교는 실제로 69년 설립되어 2003년 3월 1일 폐교되었다. 하지만
영화의 촬영지는 이곳이 아닌, 이미 폐교된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연보분교’에서 촬영하였다.
2002년 10월 28일 크랭크 인하여, 이듬해 2월 11일 크랭크 업, 보충촬영 포함 촬영회수 70회. 제작사는 순제작비
20억 2천만원, 마케팅비 13억 포함하여 총제작비가 33억 2천만원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문제는 감독(감독 역시 강원도 출신)의 실제 영월이 고향인 배우 이재구씨가 촬영 2달전부터 아이들의 사투리
선생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개봉도 되기 전 미국 미라맥스사에 리메이크 판권과
북미 배급권이 65만 달러에 계약되었다.
<신라의 달밤> 이후 다시 한번 선생 역을 맡은 차승원은 돈봉투만 밝히는 불량스런 초등학교 교사다. 영화에서
희극화된 그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가 산골분교로 발령받은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차승원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그를 받쳐주는 조연들, 즉 쉽지 않을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한 다섯 분교 아이들을 연기한 아역 배우들과 정감어린 시골 마을 사람들, 괴팍한 시골 노인
(변희봉), 순박한 분교 소사(성지루) 등 조연급 연기자들의 감초 연기도 높이 살 만하다. 영화는 ‘교사와 교육의
의미’를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훌륭하게 그려졌다.
<내 마음의 풍금>의 60년대 시골 학교가 연상되는 이 영화는 각종 세트와 소품을 준비해야하는 비용과 수고
없이도 현재의 어느 시골 분교의 모습과 애틋한 졸업식 장면을 통해 그동안 한국영화가 수없이 시도한 7,80년대
복고풍을 이용한 재미와 감동을 가슴에 와닿도록 가장 효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많은 스타 배우들과 막대한
제작비 없이도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대규모 헐리웃 영화와 경쟁
해야하는 한국영화계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함은 물론, 어떠한 소재(시나리오)를 찾고 발굴해야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장규성 감독은 5년전 이 영화를 구상하고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양희은의 아련하면서도 정감 어린 곡 "내 어린 날의 학교"가 흐르는 이 영화의 엔딩 크리딧 화면은 아마도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엔딩 크리딧 중 하나로 손꼽을 듯 싶다. 실제로 2003년 폐교 조치된 강원도
정선 청림초등학교 산내 분교의 한적하고 쓸쓸한 교정 풍경을 그대로 담은 이 아름다운 화면은 영화팬들에게
쉽게 잊지 못할 긴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