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조선월간에서 '유대인 가정의 거실에는 TV가 없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기사 제목이 상당히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사를 발췌하여 모아 두었는데, 그 기사에 대해서 흥미를 느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기 바로 전에 살던 동네가 유대인들이 모여사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이웃에 있는 유대인 남자와 그 반대편에 살고 있는 유대인 여성과 함께 제가 믿고 있는 복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대인 남자는 자신을 레위지파의 자손이라고 소개하면서 제사장 가문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 전에도 저와 성경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을 때, 자신도 구약 성경 다니엘서를 열심히 읽고 있다면서, 언젠가 성경을 가지고 토론해보자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에 유대인 여성은 자신을 불가지론자, 즉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불신자로 소개하면서, 저를 향해서 네가 믿고 있는 복음과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기 원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녀의 복음에 대한 호기심은 꽤나 진지한 것으로 보여서, 저는 제가 믿고 있는 복음에 대해서 열심 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중간에 유대인 남성이 자꾸 제 이야기에 대해서 반박하는 말을 할 때마다 오히려 그의 말을 막으면서 제가 이야기 하는 것을 충분히 다 말할 수 있도록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 고 제편이 되어 말하곤 했습니다. 그 대화를 하면서 제가 놀랐던 것은 그들의 박식한 지식과 논리 정연한 사고 방식이었습니다. 앞집 아줌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중에는 제가 처음 들어 보는 철학 용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있기에 신기했고, 그런 철학적이며 논리적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뒷집 아저씨가 되받아서 보충 설명하거나 반박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얼마나 인상 깊게 느껴졌던지요. 유대인 교육이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그날 우리 집 앞마당에서 이루어진 대화 때문이었습니다.
조선월간에 쓰여있는 기사를 최근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제가 중요 하게 생각되었던 것은 TV를 자주 혹은 오래 보게 되면 집중력과 창의력이 떨어지며 논리적인 사고의 능력이 배양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TV와 같은 영상물에 익숙한 사람은 차분 하게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깊이 있게 음미하는 것에 서툴다는 것입니다. 생활 태도에서도 다른 사람 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기 보다는, 혼자 앉아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거나 TV 영상 속에 빠져드는 것을 훨씬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거실에 TV를 아예 들여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기사 가운데 TV를 거실에 들여놓지 않는 여덟 번째 이유를 그대로 인용해보겠습니다. '여덟째, 독서와 토론을 통해 논리력을 길러 주기 위해서다. 유대인은 가정에서 아버지가 자녀들과 까다롭고 복잡한 613개의 율법과 수천 개의 율례와 법도를 토론하면서 고도의 논리를 가르치며 배우고 이를 글로 정리하면서 학문하는 기초를 다진다. 세상에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논리적인 언어 사용과 글쓰기를 가정에서 어려서부터 훈련하는 셈이다.' 이런 훈련이야말로 기독교 가정에서 꼭 필요한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성경과 함께 복음의 교훈이 담겨있는 책을 읽으면서 옳바른 지식을 얻게 하고 바르게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집에서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성경말씀을 읽어주고 가르쳐 주며,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 성경의 교훈과 연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자녀들이 얼마나 기독교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로 하여금 TV와 컴퓨터 대신 책으로 돌아가게 하라는 이 기사의 결론은 우리의 자녀들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날마다 성경을 읽고 그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 인터넷 중독에 빠져서 수많은 정보와 쓸데 없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머리를 가지고 산만하게 살아가는 삶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물질만능과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본질과는 관계도 없는 수많은 정보와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게 만드는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라 보다 진리를 향한 열정과 이웃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요구하는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 몸에 베이면 그 만큼 사고하는 깊이가 깊어지는 것처럼, 성경을 가까이 하는 습관이 몸에 베이면 그 만큼 영성이 깊어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