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다시 그 사람이 온다면… 호우시절(好雨時節)
건설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처럼 재회한다.
낯설음도 잠시, 둘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는 동하와 키스는커녕, 자전거는 탈 줄도 모른다는 메이.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 올리는 사이 둘은 점점 가까워 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늦춘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첫 데이트, 첫 키스,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은, 첫사랑의 느낌.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 이번엔 잡을 수 있을까?
남편이 최근 영화 고파해서 극장에 자주 갔다. 그런데 애자, 호우시절,내 사랑 내 곁에 등 등
개봉된 영화들이 당기지 않는다. 번번히 발길을 돌렸다.
오늘 정기 월모임에서 조조에 <호우시절>을 본다한다.9시 20분 조조할인 영화.
느끼한 정우성이 나를 자극하지 않는데 그냥 보지뭐. 사전 영화 정보 없이 갔다.
허진호 감독 영화의 분위기는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디브이디로 본<오감도> 는 좀 난해했다.
배종옥씨 때문에 보았다. 멜로 드라마. 좋아하는 장르다. 그런데 느끼한 정우성이 무슨 결을 만드려나?
<호우 시절> 아무 생각 없었는데 당나라 시성 <두보>의 시구절이다.
그리고 첫 화면부터 대나무 영상이 너무 아름답다. 무협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나무 숲과 다른 아름다움.
심드렁하던 나는 두보와 대나무 영상에서 영화에 관심이 끌린다.그리고 정우성이 나쁘지 않네.
어렸을 때 아버지와 오빠가 자주 중국의 역사 이야기를 했다. 나는 옆에서 귀동냥을 했다.
두 사람은 어린 나를 약간 무시하며 삼매에 빠져 대화를 나눈다. 나는 더 집중했다.
그래서 중국 역사 책 참 많이 읽었다. 거기에 무협지 까지 엄청 읽었다.
그 대화중에 두보와 이태백, 그리고 당 현종,양귀비, 안록산의 동시대 인물들 이야기를 자주했다.
양귀비의 삼각관계는 매우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두보를 좋아하는 오빠가
술 한잔에 시 한 수를 쏟아내는 시선 이태백 보다는 삶에서 묻어나오고 심사 숙고 하는
시성 두보의 시 작법이 좋다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나도 누가 좋은지 말하고 싶었다.
너무 어려서 그들의 시를 이해할 수 없던 나는 괜스레 이태백이 멋이 있어보였다.
뭐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양귀비도 관심을 가졌었다는 것이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여주인공 메이 ,(고원원) 참 예쁘다. 두보초당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목소리도 예쁜 그녀.
그 예쁜 목소리로 남주인공 동하(정우성)에게 말한다.
비가 와 , 이렇게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지.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걸까?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걸까?
영화 보고 나와서 전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보통 가을 비의 느낌과 다르게 느껴진다. 호우시절을 보아서.
가을이 와서 단풍이 드는 걸까? 단풍이 들어서 가을이 오는 걸까? ㅎㅎㅎㅎ 따라 해보는데 ...
고원원 보다 느낌이 살지 않는 군. 가을 비가 와서 가을이 짙어 가는거야..........
함께 본 아줌마 중에 정우성이 너무 좋다고 , 너무 멋있다고 계속 감탄사 ..........
전 보다 느낌이 다르다. 느끼함과 힘이 빠져 보인다. 성숙해 가는 과정인가 보다.
정우성과 함께 나오는 조연 배우 , 김상호. 두 사람이 한 장면에 자주 등장한다.
뚱뚱하고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지고 까무 잡잡하고 차림새 대충인 김상호는
정우성을 더 돋 보이게 한다. 아마 정우성과 장동건이 한 장면에 나오면 둘 다
조금씩 손해 봤을 텐데. 역시 미녀들이 못생긴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심리가 이해된다.
김상호는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데 남주인공들은 김상호의 고마움을 알런지.
호우 시절 보고 좋았던 것은 잊었던 두보와 이태백을 다시 만난 것이다. 더불어 아버지,오빠, 어린 나도.

두보의 시와 만난 것으로 만족. 정우성,고원원도 멋있고. 다 만족할 순 없지.
첫댓글 가을 비가 돌풍과 번개와 함께 세상을 씻은 늦은 아침 집 앞 공원에 산책 나갔어요. 경주 가고 싶은 맘도 컷는데 계속된 통일부 행사에서 휴식이 더 필요했어요.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그 아름다움 받을 줄 아는 마음 모두 고마웠어요. <호우 시절> 가을 비 보다는 봄비와 더 어울리지만 학창 시절 만났던 두보는 <가을 >느낌이 더 아니 겨울 느낌이 강하지요. 변방에 번스러간 고달품이 나와있던 시 생각나실런지. 블로그만 올린건데 농담님도 보러 가신다는 말씀에 카페에도 감상문 올립니다.
멋져요. 영화의 영상이 아름다울 것 같아요. 마치 연애할때 세상을 보는 영상만큼이나 좋을 것 같은 기대가 살짝....두보의 시...........예전에는 그냥 두보 두보 두보 했는데 새로 깊이 만날 기회를 가져야겠군요. (누가 책좀 추천해주오~)
예전엔 허진호 감독 영화면 무조건 봤었는데... <외출>을 보고 좀 실망하고, <행복>은 그닥 끌리지 않아서 안봤고, <오감도>는 허진호 감독 영화인줄도 모르고 정말 배종옥 때문에 봤는데... 보고나서도 감독이 허진호일까라고는 생각지도 않아서... 실은 이 영화도 '글쎄...' 싶은 마음이었는데, 두근두근 설레는 예쁜 영화일 것 같은 느낌은 드네요. 일단 바쁜 일 좀 끝내고... ^^
공감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특히, '봄날의 간다'의 허진호를 기대하면서 극장으로 가는데, 번번이 물결님과 같은 마음이었어요. 이번에는 그냥 그냥 소품같은 영화였어요. 좋은지 싫은지 별로 감이 없는...
제 댓글은 숙영낭자님 블로그에서 ㅋㅋ (나도 에코동님 따라한다 ㅎㅎ)
이태백과 두보를 이야기하는 부자와 그 사이에 낀 어린 소녀.. 멋있어요. ^^ 두보의 시를 영시로 읽는 정우성을 보면서 저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생각했어요. 동양인이 재생산하는 '오리엔탈리즘'! 약간 씁쓸했어요. 워낙에 허진호가 화면을 예쁘게 뽑아내는 감독이긴 하지만, 영화전반에 보이는 청두의 풍경, 동양인 배우들, 그들의 움직임이 모두 서양인의 렌즈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두보를 영시번역본으로 읽는 주인공, 영시를 쓰는 주인공... 두보의 감성을 다시 서양의 프리즘을 가져다가 읽어내야 하는 서글픔이 큰 것 같기도.그런데.. 여주인공이 결혼을 했다고 하자
정우성이 '동양남자'처럼 당황하는군요. ㅋ 달뜬 열정의 한가운데서 문득 그 여자는 '동양여자'처럼 결혼했다는 말을 하는군요. ㅋㅋ 제게는 감독이 문득 '한국남자'로 돌아와버린 느낌이었어요. 하긴 지금 저도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의 편견을 갖고 있는 셈이군요. 그리고 공항 장면에서 핸드헬드는 참 거시기 했습니다. 그렇게 카메라를 흔들어댈 만큼 커다란 혼돈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통글을 쓸 만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냥 댓글로 씁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아요. ^^
농담님 때론 같은 영화보았다고 하면 같은 밥을 먹은 것 같은 친숙감을 느낀답니다. 자신만의 추억으로 같은 영상을 보면서도 그리는 것이 다를수 있어서 매력적이고 공감을 하게 되면 왠지 어릴적처럼 내 편 하나 생긴 듯 더 반갑게 느껴지고. 난 영화볼때 마음을 던져버릴려고 합니다. 자꾸 비평하게 되면 내가 내 마음을 만드는 것 같아서....
음... 영화 보고 감상 나누는 이 분위기, 정말 좋네요. 나는 이병헌을 내 남자라고 생각하는지라,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가야 할 것 같은데... 허진호는 계속 실망시키고 있지만, 언젠가는 8월과 봄날을 뛰어넘어 감동을 주리라 포기하지 않고 있지요.
영화는 아직 보러 갈 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선전 영상을 보다가 저도 잊고 있던 당시선집이 생각나 책꽂이를 한참 쑤석거렸습니다. 두보의 시는 온통 전란이 휩쓸고 지나간 뒤의 황폐한 슬픔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런 촉촉한 시도 있었나 놀랐어요.
숙영낭자님은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풀어놓을 수록 새로운 면면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감상, 아름다운 이야기들. 그래서 저도 호우시절 보고 싶어졌어요~ㅎㅎㅎ 그리고 두보의 시. 아~ 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