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은 실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간에 신입사원이 대학에서 뭔가를 전공하였다고 해서 그 전공자가 그 분야에서 일을 잘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비전공자보다야 좀 나으려니 생각하면서 잠재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그리고는 재교육을 실시하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에게 적어도 6주 이상 최대 6개월 까지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고, 교육기간에는 그저 예절교육과 지옥훈련 같은 것만 하고 실제 지식은 수 개월 이상씩 직무교육을 통해 가르치기도 한다. 어떤 전산 관련 회사들은 전산 전공자들을 뽑아 놓고서 10주 이상 전산 재교육을 하기도 한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중견 기업 이상에 입사한 422명의 대졸신입사원 중 무려 65.4%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 및 기술의 수준과 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수준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전공 졸업자들을 데려와도 당장은 별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기다려야 하므로 점점 더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를 꺼려 하고 경력자 위주로 인사정책을 펴게 된다. 신입 사원들에게 일을 할당할 때 종종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이 주어지는 이유도, “어차피 새로 가르칠 텐데” 전공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기업에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바라는 것은 실전 능력이다. 대기업 인사팀장들은 서슴없이 이렇게 고백한다.“교과서에서 10년 전 지식을 배워오는 국내 대졸자보다는 실전 교육을 받은 해외출신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최근 일부 전문대에서 기업이 주문하는 교육 과정을 실시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그런 곳을 졸업하면 취직이 거의 100% 보장된다.
내가 제일 답답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뭔가를 능숙하게 잘 하려면 그것을 전공하였어야 한다고 믿는 자들이다. 이를테면 사업을 하려면 경영학과를 나와야 하는 것으로 안다.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그런 식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의사나 약사 같이 어떤 면허증이 필요한 특정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전공은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무역을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보자. 무역이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해외에서 사오거나 해외로 파는 것이다. 따라서
첫째, 우선은 상품을 보는 눈과 시장 상황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전공학과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반추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굵게 예측하여 볼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돈이 되는지는 가르쳐 주지 못한다.
둘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외국어 능력이 탁월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보따리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서류 하나에도 오자가 없어야 하며 잘못된 해석이나 영작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외국어는 전공과 상관없이 혼자 배워야 하는 영역이다.
셋째, 돈을 언제 어떻게 보내고 받는지를 배워야 한다. 서류상으로는 완전무결하였어도 상대방이 나쁜 놈일지도 모르므로 결국은 돈과 상품의 인도시기를 어떻게 맞추어 대비하여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학교에서는 사기꾼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기껏해야 클레임 처리하는 방법들인데 해결에 시간이 엄청 걸린다.
넷째, 관세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남미에 국산 화장품을 수출하는 친구가 내게 상대국의 관세 문제로 전화를 하였을 때 내가 제안한 방법은 화장품 내용물은 수입업자 A 에게 보내고 케이스는 수입업자 B 에게 보내면 경쟁자들 보다 관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관세를 절약하는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섯째, 협상에 능하여야 한다. 학교에서 모든 상황을 예측하여 각각의 경우 어떻게 협상하라고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실례를 하나 들어 보자. 내가 무역을 처음 시작하였던 시기에 있었던 일: 신사의 나라 영국인들을 싱가포르 전자 박람회에서 만나 물품을 주문하였더니 선금으로 50%를 달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믿을 만 해 보여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 와 돈을 보냈다.
하지만 그 뒤 전화를 하여도, 팩스를 보내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영국 대사관에 찾아가 조치를 부탁할 생각도 했었지만 나는 포기했다. 나쁜 놈들을 상대로 싸우려면 언제나 진이 빠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 년 후 나는 영국에 외화 밀반출을 한 것이 아니냐는 미치고 팔짝 뛸 의혹을 관세청으로부터 받았고 세무서로부터는 손해가 입증된 것이 아니므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는데도 비용처리를 하여 법인세를 포탈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내 입에서 나온 소리 A 쌍….
자. 내가 말한 것들을 무역학과에 가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꿈깨라. 차라리 KOTRA에서 하는 무역코스 같은 것이 더 실용적이고 저학년 때부터 무역실무에 대한 책들(교과서가 아니다)을 계속 읽고 배워야 하며 언어능력을 증가 시켜야 한다.
언젠가 독립하여 경영자가 되기를 꿈꾸는 자들 역시 경영학을 반드시 전공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민츠버그 교수는 경영자의 역할을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째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상징적 대리인 , 둘째 정보를 취합하고 분배하는 통로자 , 셋째 자원을 배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자 역할이다.
이런 역할들은 이론으로 배워 머리 속에 있다고 해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가면서 체득하는 것이다.
외국의 유명 비즈니스 스쿨들처럼 실무능력을 가르치거나 실전사례 중심의 스터디를 강조한다면 사정이 좀 나아지지만, 칼잡이는 직접 짚단을 베어 보아야 솜씨가 느는 법이다. 베어낼 짚단이 없다면 경험자들(학자나 교수들이 아니다)이 쓴 책들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경영자들이 경영을 하는 도중에 경영 대학원이나 최고 경영자 과정이라는 것을 다니는 이유는 우선은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를 비춰 보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인맥 형성을 위한 목적도 있다.( 교수들이 꼬드겨서 대학원에 나가는 사람도 있다.)
결국 진짜 공부는 사회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자 요약을 하여보자.
1.학벌과 전공이 좋아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도 실전 공부는 새로 해야 한다.
2.학벌은 안 좋지만 전공이 좋다면, 또는 학벌은 좋지만 전공이 돈 버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 중소기업은 갈 수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실전 공부는 새로 해야 한다.
3.학벌도 전공도 신통치 않지만 취직을 하여야 한다면 당연히 실전 공부를 미리 하고 그 증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4.학벌이고 뭐고 아예 없어서 독립을 하고자 한다면 실전 공부를 해야 한다.
문제: 위의 사람들 중 실전에서 먼저 승리할 사람은? 답: 학벌이고 전공이고 뭐고 개의치 않고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실무에 필요한 지식들을 먼저 획득한 사람이다. 실전에 들어가고 난 뒤에는 실전을 치루느라 공부할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젊었을 때 닥치는 대로 배우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을 공부하여야 하는가” 항목을 참조하라).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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