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 정신줄을 잡아주는 엄청난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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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기가 두려웠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읽게 되었는데
"인간의 나약한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잔인성"이 확-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포함) 아니나 다를까.. 진짜 잔인했다. 그러면서 애잖하고 서글프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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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토리는 1998년 여수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배 위에서 뱃사람들의 바다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른다.
바다 생활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선원들은 이미 한가족이나 다름없는 다정한 모습이고
서로 눈빛만 보아서 서로를 잘아는 사람들처럼 아주 친밀하다.
의리도 있어보인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장면은 극적인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장치일 것이다.

우리가 알다 싶이 1998년 IMF가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시기-
순조로웠던 일들도 무너지는 힘들고 암울했던 시기였다.
한때 잘 나가던 만선의 "전진호"였지만 IMF여파도 그들을 절대 비켜가지 않았고
큰 수확이 없어 감척대상이 된다.

선장(김윤식)은 "전진호"를 지켜야하고 식솔(동료선원)의 생계를 책임저야한다는 부담감이 컷을까?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밀항자들을 실어 날으는 것-
선원들은 선장의 일방적인 계획에 어쩔 수 없이 그 험난한 일에 발을 담그게 된다.
두렵지만 그래도 순조롭게 일이 잘 흘러가는 긋 하나..
뜻밖의 상황에서 그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그 위기로 원치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선원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 영화에서 사람의 두려움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초반부에 보여주었던 잔잔한 평화가 대비적으로
그들의 두려움을 아주 크게 부각시키는데 일조한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두려움"이라는 심적인 상황을 두고 영화 "명량"과 비교되었다.
공통적인 부분은 "자신을 지켜야한다는 것,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들이 놓여진 처지가 확연히 다르다-
영화 "명량"에서는 일제 침략으로 인해 우리민족이 가해자입장에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절실함이
"두려움"을 "용기"로 승화시켜준 반면,
해무에서는 그 반대다.
그들이 원치 않는 가해자가 되었기때문에
살아야하지만 그들의 "두려움"이 그들의 "양심"을 심하게 짓누린다.
<여기서 잠깐->
내 시야에 들어온,
정신줄을 놓지 않고 자신과 사랑을 자키려는 인물, 동식(박유천)이다.
우선 동식은 다른 선원들보다 순수한 존재이다.
선장의 말이라면 있는 그대로 따르는 갑판장 호영(김상호), 배에 숨어서 지내는 인정많은 기관장 완오(문성근)
돈과 여색을 좋아하는 경구(유승목) 그리고 성적욕구에 목말라 있는 창욱(이희준)은 동식과 대비되는 인물로 나온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선장을 포함한 선원 네명과 동식이 대비되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때가 바다안개(해무)가 그들의 시야를 가렸을 때이다.
그들은 미친 사투를 벌인다.
짓눌린 양심은 그들을 억압하고 그 불안증을 가족과 같은 그들의 동료선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불안과 죄책감을 남에게 전이하고 탓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겉잡을 수 없이 혼란을 겪고
치명적으로 잔인해진다.
(거의 눈을 가리고 볼 정도이니.. 잔인한 장면을 보기 힘들어하는 분들은 꼭 손으로 눈을 가려주길-)
모두가 미쳐간다.
이성을 잃어간다.
그 와중에 동수는 자신을 지키고 사랑도 지키고 동료선원들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벌이지만
그가 질러대는 소리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고 변질되어버린 동료선원들을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는 결국엔 "두려움"과 맞서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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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무>를 통해서,
1997년 IMF사태가 대한민국에 상륙하면서 많은 기업과 가정이 무너지고
모든 사람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어려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죽어가고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들이 연출되었다.
"그때의 시대상을 아주 극단적이지만 그만큼 절박했던 것을 보여주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인간의 양심은 자신에게 지극히 솔직하다는 것" 혹은
잘못된 양심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기에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절정에 달할때
자가 보호본능이 잔인하게 발동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러한 절망적인 위기 속에서
자신의 순수함에 솔직하고, 자신이 지극히 아끼고 지켜야하는 존재 있다면
사람은 "죽음"에서 아주 대범해 질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명량"에서 처럼 순수함이 있는 자라면 "두려움을 용기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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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체적인 앵글은 "전진호"과 그 배에 몸을 실은 인물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앵글이 좁아서 아주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냐면 전개가 빠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실제 심리변화도 그러첨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빛보다 더-
그래서 몰입도가 최강이라는 것은 자부한다.
그..그러나..이는 아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기호이긴 한데..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잔인하다 ㅜㅡㅜ 옴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