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훈자의 아가씨들을 보내고 나서 시야에 잡힌 또 하나의 기막힌 포커스... 담벼락에 앉아 햇볕을 쬐이고 있는 노인들이었다. 아니, 햇볕을 쬐기보단 지나는 사람들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게 더 맞는 말인거 같다.
파키스탄에서 어여쁜건 천사의 모습인 어린아이들과 아가씨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 담벼락에 앉아있는 노인네좀 봐~ 얼마나 이뻐~ 예쁘게 자수가 놓아져 있는 모자를 쓰고, 그 위에 핑크색 망토를 둘러 쓴 모습이 하얀 머리카락과 주름진 얼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어여쁠 수가 있을까... 단아한 모습까지 풍겨~
과거에는 훈자가 최장수 마을였건만, 근래엔 관광객들이 들어오면서 그 타이틀이 무색해졌다고 한다. 왜 일까.... 관광객들의 영향으로 아마도 생활습관과 먹거리들이 바뀌어서 그런건 아닐까....
헐!! 아까 올라간 줄 알았던 예쁜 처자들이 반대편 길...저 편에 있네~ 근데 뭐얏~ 남수가 우리의 여정인 발티드 성쪽이 아니라 저기에 가 있잖아~ 끝까지 따라간겨? ㅋ~~ 거봐. 한국 남정네가 이곳에 오면 위험하다고 했잖여~ ㅋㅋ
근데 여기가 저 처자들의 집인거 같은데, 왜 안들어 가고 있는거지? 남수가 붙잡고 예쁘다는 둥...지껄이며 꼬시고 있능겨?? ㅋㅋ~~ 그래도 파키스탄 여인들 역시 남자 대하는게 다르네~ 우리도 다가가 '정말 예쁘다' 고 수없이 말했건만...죽어라고 얼굴 가리고 도망가더니만....ㅠㅠ
근데, 남수가 뭔말을 했길레 이젠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고 뒤돌아선 거지? 엄청나게 이쁘다고...또 마구 마구 퍼부은거 아니여?? ㅋㅋ 아니, 그 말 말고 또 할말이 뭐가 있지?? 이젠 나이를 먹어 도저히 감이 안오는군~ ㅠㅠ
암튼 괜한 미련으로 나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저 편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렌즈 밀고 당기면서...ㅎㅎ
발걸음을 돌려 다시 발티드 성쪽으로 올라가니, 이번엔 그녀들 보다도 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세상에~가게도 어쩌면 이리도 이쁠까.... 하얀 돌집에 파아란 색칠이 되어 있는 나무 처마틀과 문틀... 거기에 할머니가 수를 놓아 만든 예쁜 가방들이 주렁 주렁 걸려있고... 그 앞으로 늘어져 가게의 운치를 더함고 있는 나무 한 그루까지....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광이 있을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까.... 아!! 자수 놓는 수많은 영화속 여인네들을 보아왔지만 그 절정은 이 훈자에서 만난 할머니같아~ㅎㅎ
한 참을 올라왔는 지, 어느새 우리 시야엔 저 아래로 좌악 펼쳐져 있는 훈자의 모습이 보인다. 아침에 이글 네스트 호텔에서 내려다 본 풍광하고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발티드 성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그쪽을 향해 가다가 본능처럼 뒤돌아 보니, 이번엔 또 창가에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눈에 띈다. 머리엔 마치 왕관인 양 하얀 띠를 두루고, 새하얀 얼굴에 레이스가 달린 하얀 블라우스...그리고 빨간색 덧옷을 걸치고 서 있는 모습이.... 왠지...높다란 성에 갇혀서 자기를 구해줄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는 공주 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발티드 성에 가면 동화책 한 권 나오지 않을까...ㅎㅎ
드디어 발티드 성이 눈앞에 모습을 훤히 드러냈다. 높다랗게 쌓인 하얀 돌담...그리고 독특한 문향과 모양새의 창을 가진 건물의 첫인상이 압권이다.
헐~ 검은 수염의 포스 강렬한 이 사람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안전 요원인것 같은데, 군복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군인인것도 같고... 암튼 군모대신 깃털로 장식된 훈자캡을 쓰고 있는 모습이 머리카락 보다도 더 수북한 수염과 어우러져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것도 일종의 관광상품이 아닐까...싶은....?? 하긴 뭐...맘껏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포즈까지 잡아주는 걸 보면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 같기도 하다는...ㅎㅎ
성의 높이 만큼이나 쌓아올린 축대 위에 얹혀진 백색 건물의 발티드 성도 위압적이며 멋지지만, 그 주변에 펼쳐지는 풍광이 기가 막히다. 사방을 에워 싼 높다란 바위 산과 그 뒤로 넘어 보이는 하얀 설산- 라카포시....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바위와 사막산 아래로 빼곡히 펼쳐지고 있는 녹음의 훈자 마을이... 어쩌면 이곳에 온 진짜 이유는 발티드 성이 아니라 이 한 눈아래로 펼쳐지고 있는 훈자의 환상적인 풍광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700년 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발티드 성은 훈자마을을 다스리던 임금-라쟈가 살던 곳이다. 과거에는이 근처가 하나의 왕국으로 한 사람에 의해서 다스려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 마을이 무굴제국의 휘하에 들어가고....또 영국의 식민지가 되는 등 정치적 변화를 겪었지만 그래도 얼마 전까지 왕이 이 성에 살면서 주변을 다스렸다 한다.
<훈자의 건축 방법: 나무를 우물 정자형으로 쌓아 기둥을 삼고 건물을 지음>
발티드 성은 티벳의 공주가 시집오게 되면서 티벳 양식(라싸 궁전을 모방) 을 따라서 지은 왕궁이다. 훈자마을 약간 뒤쪽 높은 위치에 몇 층인가 헤아리기 어려운 모습으로 높이 솟아 있다. 하얀 회벽으로 마감한 발티드 성은 어디에서 보아도 높아서 당장 눈에 띈다. 훈자의 왕은 한 눈에 자기 영토를 굽어 보면서 백성들을 다스렸을 것이다. 1945년까지는 비어 있었다가 1999년까지 보수해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성 앞에는 대포가 한대 놓여있다. 성이 워낙 높고 오르는 길도 하나라서 한 대만 있어도 족히 적군을 처치할 수 있지 않았을까....ㅎㅎ
성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입장료를 받는다. 당연한 거지만...대충 안을 들여다 보니, 그리 끌리지 않아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확실히 이 성에 오는 이유는 훈자의 풍광과 티벳 라싸 궁전을 모방해서 지은 발티드 성의 외관을 보기 위한 것.... 그리고 훈자 골목 풍경과 이곳 훈자 마을 사람들...ㅎㅎ
클라라 슈만: 3개의 로망스, Op. 11 - 요제프 드 벤하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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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름다운 날들 원문보기 글쓴이: 베가
첫댓글 이 멋진 장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셧을 누르셨을까요
한장 한장 귀한 영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돌담. 계단. 집들. 사람들
모두 예술입니다
감동 먹고 있어요.
저...지금...
하나 하나 제가 정성을 쏟은 만큼
정성드려 보아주심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