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동물이나 매일 하는 일이 있다면 먹고 자고 싸는(?), 즉 배설하는 일이다. 개도 사람만큼 많고 많은 질병이 발생하지만 그 중에서 먹고 배설하는 것에 관련된 질환이 참 많다. 그리고 이런 질환 때문에 개 키우는 사람, 즉 사육가, 보호자들이 많은 컴플레인을 제기한다.
배설에 관한 문제는 행동학적 문제든, 질병학적인 문제든 우리 나라와 같이 실내에 사육하는 환경에서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고, 이런 문제 때문에 개 사육을 다시 고려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설사, 변비, 혈변, 점액변 등 배변 불량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육가들이 민감한데 반해 상대적으로 배뇨장애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배뇨가 이상하다고 해서 식욕이 시원찮거나 활동성이 떨어져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지만 좀 더 지켜 볼까‘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소변은 바닥이나 천에 잘 스며들고 용기에 받아서 보지 않으면 사소한 이상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때로는 가벼운 배뇨장애는 잘못된 습관으로 쉽게 치부해버려 병을 무시하거나 방치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배뇨 장애도 반복적으로 오래 지속되면 환자 당사자인 개 뿐만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에게도 커다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어떻게 고칠 수 있나?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배뇨 이상은 크게 행동학적, 즉 심리적인 원인과 질병학적인 원인으로 나뉜다.
어떤 개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거나 좋은 일이 있기만 하면 흥분하여 소변을 찔끔 보는 경우가 있고, 어떤 개는 복종의 의미로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전자를 흥분성 배뇨, 후자를 복종성 배뇨라 한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의 경우는 성성숙이 지나면 영역표시를 위해 한쪽 다리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 소변을 조금씩 보는 경우도 있다. 이는 모두 행동학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보호자와 개와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고 적절한 훈련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교정이란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대부분 금방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질병적인 문제로는 배뇨를 담당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긴 신경성 장애와 비뇨기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비신경성 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 신경성 원인으로는 척추의 외상, 종양이나 추간판 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방광염, 요도염 등 비뇨기계의 감염, 결석, 종양 등으로 소변이 나오는 통로에 자극 또는 폐쇄가 발생하거나 호르몬 등에 영향으로 방광을 조절하는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배뇨 장애를 일으킨다. 때로는 선천적인 기형으로 요도가 정상이 아닌 위치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배뇨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각가지 검사 방법을 통해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하고 그에 따라 치료도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행동학적인 배뇨 장애는 반드시 질병학적인 원인이 있는지 확실히 구별한 후에 진단해야 할 것이다.
열살 된 요크셔테리어 암컷이 내원하였다. 목적은 나이가 워낙 많아서 건강검진을 받기 위함이었다. 딱 봐도 나이가 무척 들어 보이고 몸 이곳 저곳이 그리 좋아 보이질 않는다. 검사에 앞서 이 개의 상태에 대해 문진을 하는데, 평소에 자주 혈뇨를 본다고 보호자가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 때문에 특별한 진료를 받지 않은 상태다. 원체 식탐도 많고 활동성도 좋아 큰 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늙어서 좀 이상한가 보다‘ 라고 단순하게 여겼나 보다.
문진 후에 혈액검사 및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하였다. 이 검사는 모든 질병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검진이다. 플래쉬로 어두운 곳을 쭈욱 비춰보는 것처럼 전반적으로 몸 상태를 훑어 보는 검사이다. 그러다 이상이 있는 곳이 발견되면 좀 더 정밀한 검사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엑스레이 필름을 뷰박스(view box)에 놓고 불을 켰다. 그런데 이게 뭔가? 방광에 사람 새끼 손톱만한 물체가 보이는게 아닌가. 방광 결석이다. 방광에 돌이 생겨서 지속적으로 방광을 자극하고 때로는 혈뇨를 보게 했던 것이다.
치료 방법은 수술 밖에 없다. 나이가 많고 심장기능도 그리 좋지 않아 마취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내내 배뇨의 불편함과 고통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수술은 불가피하였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항상 불편했던 그 묵직한 고통을 들어내게 되었다.
이제는 소변도 시원하게 보고 피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엑스레이 한번만 찍어봤으면 금방 진단되고 치료했을 병인데, 언제부터 시작한지도 모른 체 그 고통을 방치했다는 것에 답답하기만 하다.
동물은 감정 및 고통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니 표현하지만 그 방식이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보호자의 관찰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 관찰이란 것은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그 동물의 정확한 생태를 이해하고 올바른 지식을 가진 객관적인 판단이어야 한다. 또한 이런 관찰이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같은 증상이라도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초기 관찰이 부족하거나 잘못되면 진단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가장 큰 복이 잘 먹고 잘 싸면서 천수(天壽)를 누리는 것이라 했다. 그동안 우리 애견가들은 잘 먹이는 것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나 다시 생각 해보자. 우리 견공에게 시원하게 잘 싸는 행복을 주는 것은 어떠한가요 ^^
*** 참고로 전 강아지때부터 성장기때까지도 그날 본 배변을 보면서 주기적으로 비오비타를 먹이고 있습니다.
반려견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