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 이상완
전남 고흥 출생(1945), 수필가, 서울대 언어학과 졸(1974),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원 수료 아랍어 및 고대 이집트문화사 전공(1977∼1979), 미국 죠지타운 대학원 졸(이슬람문학 및 중동관계 전공)(1984∼1986), 주이집트, 주리비아, 주미대사관 및 주호놀룰루 총영사관 근무(20년),바로영어전문학원 경영(서울:1992∼2012), 《한강문학》(2020) 추대등단, 한강문학 편집위원,저서:《사하라》(김영사, 1987), 현)향토사연구 및 SNS 블로거, 발표작품:〈조선시대 천재 이야기꾼-어우당 유몽인〉, 〈오리정에 묻힌 슬픈 로맨스-화가 나혜석 이야기〉, 〈한국 미술계 큰 별이 지다-화가 천경자 이야기〉 외
황제폐하의 옷
이 상 완
이 세상에서 듣보지도 못한
황제폐하의 옷 누가 만들었소?
자꾸 새 옷 갈아입기를 좋아하는
황제폐하시여
어느 악한의 꾀임에 속아
지상 천하의 제일 옷을 입으셨소이까?
모든 신하들 감탄 발하느라
입에 침이 말랐다지요
누가 그 옷을 입고 시가행진 하라고
폐하를 꼬시었던가요?
“야, 임금님 발가벗었네
우와! 임금님 거시기 크기도 해라”
맨 먼저 소리친 이는 누구였소이까?
원로원의 수장이었소?
패션계의 디자이너이었소?
소문난 무속 점장이었소?
아니면 황제폐하의 황후였소이까?
아니요 아니요 절대로 아니요
외친 이는 바로 칠삭동이 아동이었다오
어른의 아버지 꼬마였다오
역사는 되풀이 된다 했다지요
우리 중에도 누가 알겠소
언제나 권력자를 꼬시는 자는 있는 법
지금도 황제폐하 옷 벗기려고
용쓰는 악한이 있을거요
행여나 그 사람 그대가 아닌지요.
현대판 욥기 타령
옛날 옛적 구약시대에
‘우수’라고 하는 고을이 있어씨요
그곳에 무쟈게 재물 많은 부자가 있었다오
그자의 이름이 욥이라고 헙디다
내 욥기 타령 쬐깐 들어보실게라우
그자가 부자일 때 땅도 하도 넓고
양떼도 하도 많고 낙타도 떼거리로 하도 많았다오
하인들도 하도 많고 여기저기 쌔부렀지요
하늘 아래에 부러움이란
눈꼽만치도 없었당께요
그 땐 욥이란 자 당신께 고맙다고
찬양하고 찬미하고 노래하는 일 그침이
단 하루라도 없었당께요
그란디 그란디 내 욥기 타령 좀 더 들어볼랑가요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이 부하들 시켜
재산도 부귀도 명예도 몽땅 빼서버링께
그때는 욥이란 자 당신을 겁나게 저주를 해불었소
자기를 나아 준 부모에게까지도
무쟈게 요로케 저주를 해불었당께요
우째서 당신은 이내 욥이란 놈
모태에서 죽어 나오지 않게 해불었소?
우째서 당신은 내 애미가
욥이란 놈 나을 때 숨지지 않게 해불었소?
우째서 당신은 내 애미의
유방이 날 빨게 나둬불었소?
우째서 당신은 전지전능 하담시롱
왜 그 일을 막아주지 못했당가요?
구약시대 욥이란 놈만 그러했겠소
현대를 사는 이놈들에게도 욥들이 많이 있다오
이내 몸도 욥들 중에 한 놈이라오
허지만 허지만 내 부르짖음도
전지전능한 당신이라면
쫴끔 더 들어보실게라우
내 하고싶은 부르짖음을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을 터니깐요.
독담
주임아 나오너라 열두 살 주임아
독담에서 나오너라 열두 살 주임아
독담 속 어둠 두발로 걷어차라
초승달 푸른 달빛 독담사이 들거들랑
한 웅쿰 불쑥 잡고 발악하며 나오너라
보리고개 언덕 뙈기밭에
올 봄도 보리이삭 뾰죽뾰죽 피누나
주임아 주임아 열두 살 주임아
초가 두 칸 오막살이
가난도 죄이더냐
엄마 미워 미워 엄마 왜 날 낳았어
두 칸 초가집 마루턱에 걸쳐 앉아
마치산 밑 배고픈 다리 보며 울부짖었지
이년아 가난이 죄이지
왜 이 어미 탓하느뇨
철석 엄마의 거친 손바닥
니 부은 뺨을 사정없이 휘갈겼지
개꽃 묵다 뒈진 열두 살 주임아
못다 넘은 보리고개
언제 넘으려 하느냐
오빠랑 손잡고
어서 넘자 어서 가자
못 다 넘은 보리고개
마저 넘고 쉬자구나
외할매 개떡 빚어 놓고
우리 오남매 기다리누나
가다가다 배고프면
삐비 뽑아 묵고 가자구나
가다가 배고프면 참꽃도 따먹자
가다가다 지치거든
보리이삭 뽑아 들고
피리 불며 가자구나
삐리 삐리 삐리삐리
뽀르르 삐리
삐리 삐리 삐리삐리
뽀르르 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