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글자를 놓으며
춘헌 김명수
내 생이
이 한 획 이었구나
알면서
보면서
쓰면서
똑 같았는데
다 쓰고 보니
이게 웬일이야
먹물은 고르게 퍼지지 않았고
삐뚤빼뚤
내 인생도
뒤돌아보니
이와 같았구나
세월은 변하고
춘헌 김명수
정개(부엌)에서 불 때면서
부뚜막 북 삼아
장단 맞추며
노~란샤쓰
동~백 아가씨
보리밥 한 솥
온 식구 둘러앉아
된장 한 술 쓱 쓱
지금은 집집마다
전기 밥솥이 말하는 시대
스레뻐 질질 끄고
핸드폰만 들여다 보며
혼 밥 하는 시대
배꽃 필 무럽
춘헌 김명수
하얀 꽃
배꽃
앙상한 나뭇가지
새 옷으로 갈아 입을때
겨우내 숨죽였던
쑥도 나 여기 있소
쑥아 미안하다
단칼 베어다
쑥버물 만들자
꽃 향기
쑥 향기
조용한 시골
적막을 깨는구나
시상에는 시상에는
춘헌 김명수
오메
먼 눈이 이렇게 많이
왓당가
논도 밭도 희케부네
보리 귀리는
숨이나 쉴수 있으까
어허
흑석산도 희카니
비리바위도 범바우도
희카니 갈아 입으니
근엄 하당께
뭔일이여
뒷 동산 소나무도
흰옷 입고 있으니
다르게 보이네이
장미꽃 나무도
희카니
여간 탐스럽게
꽃이 피어 부럽구만
삘간 꽃보다 더 이삐다
한송이 꺽어다가
각시머리 맡에
꽃아 노으면
함박 웃음 웃고
내
마음도 저렇게
희케 져서
욕심도 근심도 아픔도
다 가져가고
구름같이
바람같이
사라진다면
잘 살고 갔다고들
하겠지오이
어머니
춘헌 김명수
어머니는 물이다
말없이 잔잔하게
흐를 뿐이다
어머니는 광풍이다
휘몰아 정신을 아찔하게 하다가
한 숨으로 덮는다
어머니는
문이다
일어나고 뒤틀리는 심사를
꼬옥 닫아주며 얼룩을 지워 지운다
어머니는
이불이다
자식들 잘 못은
덮고 덮어 새로운
싹이 트게 한다
어머니는
하늘이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
해질 녁 하늘을 우러러 보며
큰 꿈가져라
내 아가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