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베기 성 삼위일체 교회
카즈베기로 가는 날은 구름이 가득했다. 바람까지 싸늘하게 불어서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날씨였다. 코카서스 3국 여행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 중 두 번째는 아랏랏산이었고, 첫 번째로 기대했던 곳은 바로 카즈베기였다. 그런데 날이 꾸물거려서 아쉬웠다. 광활하고 위엄 있는 풍경이 축소되어 보일 것 같았고, 설봉들을 놓치게 될까봐서였다.
조지아 북부에 있는 카즈베기산(5,053m)은 코카서스 산맥에 있는 봉우리 가운데 하나이다. 카즈베기는 ‘빙하 봉우리’. ‘몹시 추운 봉우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 년 내내 눈 쌓인 봉우리라서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카즈베기는 그리스신화 프로메테우스와 연결되어 있다.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는 그 벌로 카즈베기 산에 묶여(베틀레미 동굴이 있는 해발 4,000m 절벽이라고 전해온다)독수리에게 심장을 쪼아 먹힌다.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면 덜 고통스러웠을 텐데 다음 날이면 다시 살아나 같은 형벌을 계속 받아야했다. 이곳이 신비롭게 느껴지고, 낯설지만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건 아마 익숙한 신화 덕분일 것 같다.
카즈베기는 조지아에서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소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더 신비롭게 만드는 풍경은 카즈베기 앞에 우뚝 솟은 언덕(2,200m)의 게르게티 츠민다 사마베(성 삼위일체) 교회(성당)이다.
지프를 타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멀리 게르게티 성당을 앞에 두고 펼쳐진 카즈베기산, 코카서스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예상대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설봉들은 구름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360도로 펼쳐진 산맥들의 장엄함은 느낄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게르게티 교회를 올려다보며 걸었다.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걸을만 했다. 앞서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뒤따르니 마치 순례자가 된 것 같았다.
게르게티 교회는 14세기 조르지 5세 때 지어졌다고 한다. 교회의 역할 뿐 아니라 사방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서 군사적인 요새로도 사용되었다. 전쟁이 났을 때는 므츠헤타(당시 수도)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의 보물을 이곳에 옮겨 놓았다고 한다.(역사학자 바토니슈빌리의 기록에 의하면) 이렇게 큰 역할을 했던 게르게티 교회는 현재까지 조지아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교회는 소박했다. 보수중이라 좀 복잡했지만 내부로 들어갈 수는 있었다. 특별한 장식은 없었지만 조지아 다른 교회에서도 볼 수 있는 예수그리스도, 마리아, 열 두 제자, 천사 그림이 있었다. 촛불을 켜며 기도를 올리는 곳엔 사람들이 붐볐다.
비는 쏟아지진 않았지만 계속 내렸다. 설봉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당히 어두운 느낌의 카즈베기가 나름 운치 있었다. 마음에 배어드는 성스러운 기운을 느끼며 교회를 내려왔다.
스테판츠민다마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