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조안 엘리자베스, 민들레
나 같은 좀팽이가 볼 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책을 읽고 벌레공포증에서 벗어나 벌레들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을 예찬했으면 좋겠다.
나도 벌레 공포증이 있다. 서울에서 자란 탓일까? 아이들과 어울려 밖에 나가 별로 놀지 않아서 일까? 어릴 때도 방아깨비, 땅강아지며 집게벌레 같은 것들을 참 좋아했지만 꿈실거리는 건 징그러워 했다. 특히나 국민학교 등교길에 공장 지대와 학교에 현사시 나무가 많았는데, 그때는 송충이가 그렇게 많았다. 그래 수시로 송충이가 떨어져 어깨며 머리, 다리에 달라붙었는데 그게 징그러워 나는 나무 밑을 돌아가고 뛰어가지만 송충이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바닥에 여기저기 기어가고 터져 죽은 송충이를 피하는 것도 일이었다. 구더기는 물론 벌레란 벌레에 대해서는 반사적인 반응을 보였다.
5살 땐가 비 갠 아침 그네를 차지하려고 놀이터에 뛰어갔다가 어른 손가락 만한 지렁이를 보고 기겁을 해 집에 돌아온 적도 있다. 거머리가 무릎에 달라붙었을 땐 무서원 손도 못 대고 냇물을 그냥 막 뛰어나왔다. 얼결에 거머리가 떨어졌지만 아무튼 꿈틀거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무의식 깊이 있다.
반면 곤충의 성충들은 몹시 좋아한다. 그리고 소심한 탓인지 곤충 같은 작은 친구들을 관찰하는 것이 내겐 황홀하게 즐겁다. 산이나 바다를 보는 것 만큼 좋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나도 이제 벌레 공포증에서 좀 벗어날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모기한테 피주기는 나도 옛날에 시도하다가 간지러워 실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가리산 수도원에 가서 수련을 하면서 꿈실거리며 기어가는 구더기도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모기에게 기꺼이 피를 줘보니 잠시 간지럽고 만다. 주문수행하는데 파리가 팔이며 얼굴에 기어다니는데 오히려 파리가 나를 축복하는 것 같아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산에서 만난 나비며 나방이며 거미 등 모든 것이 더 특별했다.
이 책은 전염성이 강하다. 부디 이 책의 전염병에 꼭 걸리시길... 마법에 꼭 걸리시길...
나비, 개미, 벌, 사마귀, 모기, 바퀴벌레가 이제는 신이 보낸 위안이며 메시지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yes24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 책소개
<무엇인지 몰라 죽여버렸어요!>
처음 본 벌레의 시체를 가져와 이름을 묻는 사람에게 왜 죽였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무엇인지 몰라 죽여버렸다”고 대답한다. 우리는 왜 벌레를 보면 두려워하고 없애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것일까? 왜 벌레가 나타나기만 하면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바라보는 것일까? 우리는 다른 존재(환경)을 대할 때 대부분 이런 잣대를 들이댄다. 나에게 이로운 것인가, 아니면 해로운 것인가. ‘좋다’와 ‘나쁘다’는 구분은 바로 그 잣대로 저울질한 끝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나쁘다’는 낙인을 찍어버린 것들에는 좀처럼 고운 눈길을 주지 않는다. 벌레는 우리가 ‘나쁘다’는 낙인을 찍어버린 것 가운데 하나다. 물론 농작물을 갉아먹거나 해서 인간에게 손해를 입히는 해충을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익충으로 불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벌레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으면 한다. 물론 벌레에게만 그런 잣대를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존재들에 대해서 그런다. 그 결과 벌레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세계와의 관계도 삐걱거리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벌레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도록 몰고가는 두려움이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임을 보여준다.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편견의 대물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편견을 더욱 부추기는 선전과 선동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이 책은 벌레들과 새로운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과 나아가 이 세상과 새롭고 건강한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벌레들과 화해하기?>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벌레들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그 물음을 제기하면서 또한 해답을 던진다. 벌레를 소재로 삼기는 했지만 조안 록은 이 책에서 벌레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한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무턱대고 자신과 ‘다른’ 존재를 파괴하기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바퀴벌레나 파리, 모기와 평화롭게 공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살충제를 살 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이들처럼 벌레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또는 조안 록이 진행하는 ‘벌레처럼 생각하기’ 수업에서 벌레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롭게 관계맺기를 시도하는 아이들처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뜨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내면 여행의 길라잡이>
조안 록은 곤충에 관한 재미있는 상식, 신화, 옛부터 전해오는 지혜와 관습을 재미있게 엮어 곤충을 혐오하는 현대인의 뒤틀린 자화상을 조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 곤충을 좋아하던 사람은 더 좋아하게 되고, 곤충에 무관심하던 사람은 관심을 갖게 되고, 곤충을 혐오하던 사람은 혐오가 자연스러운 본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곤충을 무서워하던 사람은 그 공포에서 자유로워지게 되리라 믿는다. 그것은 이 책이 곤충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곤충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내면 여행의 길라잡이이기 때문이다. 곤충을 공동의 적으로 만드는 우리는 어떤 이념에 지배당하는 걸까? 곤충이 징그럽다는 생각을 본능이라 착각하는 우리는 어떤 본질을 왜곡하고 외면하는 걸까? 저자는 이런 물음을 던지고는 과학은 물론, 정치, 사회, 경제에서 문화인류학, 심리학, 신비주의, 해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넘나들며 날카로운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답을 건져 올린다. 그러나 그 답을 과장하거나 강요하지는 않는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배부른 소리로 들렸다. 북한 아이들이 굶어 죽고 이라크 아이들이 폭탄에 맞아 사지가 절단되는 마당에 파리나 모기의 생명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어디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츰 깨닫게 되었다. 파리나 모기의 생명이 인간의 생명만큼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파리나 모기에 대한 증오심과 북한과 이라크 아이들의 비극을 불러온 증오심이 똑같다는 것을. 차이를 차별과 경멸의 근거로 삼고, 당연히 자신과 다를 수밖에 없는 상대방을 제멋대로 적으로 간주하는 세상에서 권력을 독점한 자와 세계관, 생활양식이 다르거나 심지어 생김새가 다른 자는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한다. 우리가 권력자가 아니라고 해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서 증오심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사람이든 곤충이든 그 ‘다름’을 증오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다름’ 때문에 받는 고통에 무관심한 것도 죄다. 이 책을 번역하는 데 들인 시간은 우리와 너무나 다른 모습의 곤충에 대한 미움에서 ‘다름’에 대한 내 태도를 발견하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옮긴이의 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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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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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안 엘리자베스 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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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와 인간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 가운데 하나라 여기는 글쓴이는 글쓰는 일뿐만 아니라 ‘벌레처럼 생각하기’ 워크샵 같은 것을 통해 특히 아이들에게 주입된 벌레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에는 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쓴 편지글도 들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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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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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공동체로 귀향하기 2. 렌즈 닦아내기 3. 곤충, 인도자이자 전령 4. 윙윙거리는 나의 신이시여 5. 신성한 천재, 바퀴벌레 6. 개미에게로 가서 7. 태양의 신 8. 벌에게 말하기 9. 모기와의 혈연관계 10. 운명의 실잣기 11. 하늘을 나는 족속 12. 낯선 천사들 13. 사마귀를 따라서 | | | |
첫댓글 저도 읽고 있어요, 습성이라는 게 참 무서워요. 모기들에게 미안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