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장,
로라는 아래층을 내려와 태민의 서재와 안방을 들어가 본다.
역시 어느 곳 한군데 나무랄 곳이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집안 곳곳에 그 위치에 맞는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이사장!
언제부터 화초를 이렇게 좋아했어?“
“허허허........
자꾸 보니까 자연히 좋아지게 되더군!
우리 미스고가 화초와 꽃꽂이에는 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서 집안을 이렇게 멋지게 가꾸고 분위기도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지.“
“그래?
아주 멋진 사람이군!“
로라는 온 집안에 미스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알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식사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지수는 조용한 음성으로 두 사람에게 말을 한다.
“어서
들어가 식사를 하지.”
태민은 로라를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주방 역시 작은 화초들이 곳곳에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또한 상차림도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보이는 밑반찬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에 먹음직스럽게 끓고 있는 해물 탕이 식욕을 부추겨 줄 것만 같다.
로라는 수저로 국물맛을 본다.
“아, 참 맛깔스럽고 시원하네요.
이 해물 탕 어디서 배달을 해 온 거지요?“
로라는 지수를 보면서 묻는다.
“배달?
집에서도
음식을 배달해서 먹어?”
태민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로라를 보며 묻는다.
“그럼, 가끔 귀찮고 그러면 찌개만 배달을 시키는 곳이 있어!”
“우리 미스고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있어!”
“그래?
정말
이것을 직접 만든 거야?“
로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지수와 태민을 번갈아 바라본다.
“여사님!
저희 사장님께서는 사 오는 반찬들을 매우 싫어하십니다.
밑반찬 하나하나 모두 사모님께 배운 것들입니다.“
“그래?”
어느새 로라는 지수에게 말을 놓고 있다.
“이
밑반찬들을 모두 미스고가 직접 만들었다는 말이야?”
로라는 반찬들을 모두 먹어보면서 감탄을 한다.
김치 맛도 시중에서 사 먹는 맛이 아니라 감칠맛과 깊은 맛이 도는 아주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믿어지지 않네!
지금 미스고의 나이로 이 정도의 반찬들을 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
더구나
고아로 성장을 했다면서 언제 이렇게 음식솜씨를 따라갈 수 있어?“
로라는 이제 완전히 지수에게 반말을 하고 있다.
“어서 밥이나 먹어!”
태민은 심기가 불편해져온다.
“그래서
우리 이사장이 재혼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군 그래!”
“로라!
어서 밥 먹고 거실로 나가자.“
태민은 로라가 지수를 얕보고 있는 것에 심기가 매우 불편해진다.
그러나 지수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다.
“우리 차 좀 가져다 줘!”
식사를 하고 나가면서 로라는 지수를 향해 아예 반말이었다.
지수는 두 잔의 차와 과일을 준비해서 거실로 가지고 나간다.
“고마워!
아참, 미스고!“
“네?”
“내가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돼?”
“............................”
“이층을 저렇게 비워놓고 있는 것을 보니 아깝기도 하고 미스고 음식솜씨를 보니 부럽기도 해서 그러는데 내가 이 집의 이층으로 와도 될까?”
“뭐?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어?“
태민이 펄쩍 뛴다.
“왜?
안
될 것이 뭐가 있어?
예전에도 우리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었잖아?
이보다도 훨씬 적은 공간에서도 함께 살았는데 이렇게 넓은 곳에서 함께 살면 안 될 것이라도 있어?
더구나 모든 일을 다 잘 해주는 미스고도 있고...........“
“너
정말 이럴래?
이러려고 내 집에는 온다고 그렇게 조른 거야?”
“그런 것은 아니지.
와서 보니까 이층도 비워놓고 있는 것이 아깝고 또 미스고의 모든 뒷바라지를 받고 살면 편안하고 좋을 것도 같고.........“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해!
미스고가 동네북인 줄 알아?
엄연히 우리 직원이고 나 한사람을 위해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에 타인이 끼어드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태민의 반응은 매우 민감했다.
태민은 자신의 삶에 누가 관여하거나 간섭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태민은 가정은 가족들만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족 이외에 그 누구라도 타인이 끼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게 반대만 하지 말고 생각해 봐!
매일 비워진 이층을 닦고 청소하고 가꾸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이층을 사용해 주면 더 좋은 것이 아니겠어?“
“그런 말을 하지 마!
언제라도 내 아들이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미스고가 내 마음을 알고 있기에 매일 청소하고 가꾸어 놓고 있는 것이야!
내 아들의 공간을 아무도 침범할 수는 없어!“
“아직도 아내와 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는 거야?”
“그래!
내 아내와 아들이 언제라도 다시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어!
아직도 내 아내는 송정화이고 내 아들 재윤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 또한 내 가족을 사랑하고 있어!“
로라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 없다.
벌써 일 년이라는 세월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아내를 잊지 못하고 있는 태민이 답답해 보인다.
“이사장!
오늘 점심 잘 먹었어!
다음에 다시 올게!“
로라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태민은 그런 로라를 잡지 않는다.
“이젠 우리 집으로 초대하지 않을거다.
우리
그냥 지금 해 오던 대로 밖에서 만나기로 하자.“
로라는 잠시 태민을 바라본다.
그런 태민이 서운한 것이었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태민의 집을 나선다.
태민은 엘리베이터 까지만 로라를 전송해준다.
집으로 돌아온 태민은 지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스고!
마음이 상했다면 용서하시오.
원래 저런 친구가 아니었는데 요즘 이상하게 마음이 변해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다음에는 다시 집으로 찾아오지 않도록 하겠소.“
“사장님!
너무 마음 쓰시지 마세요.
그분도
많이 외로우신 모양입니다.“
”아마 그럴 것이오.
여기에 단 하나의 핏줄인 언니가 있다고는 하지만 서로 왕래를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가 상당히 오래 되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거의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살고 있다 보니 마음이 상당히 약해지고 허전한 모양이오.“
“네!”
“미스고!”
“네!”
“이층을 그렇게 가꾸어 주어서 고맙소.”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사모님과
재윤이가 언제라도 오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는 것이 좋을 것만 같아서 준비를 해 놓고 있습니다.“
”미스고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맙소.
오늘 미스고가 얼마나 내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인줄 알게 된 것 같소.“
“사장님!
사모님께서 제게 해 주신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이만큼 가르쳐주시고 모든 것을 다 해주신 사모님이 다시 돌아오시기를 저도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오.
나도 말로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소.
돌아올 사람이라면 그렇게 이혼을 하고 모든 것을 정리해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오.“
태민은 아내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길에 결코 후회를 하거나 되돌아 볼 사람이 아니었다.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험난한 길이라 하더라도 뒤돌아보지 않고 후회없이 자신의 길에 최선을 다할 사람이었다.
이미 아내는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 길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다시 되돌아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태민은 다시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대로는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다.
“미스고!
우리 드라이브를 나갑시다.“
“지금요?”
“그래요!
나가서 바람이라도 쏘이고 저녁을 먹고 들어옵시다.
어서
준비해요.“
태민은 옷을 갈아입으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지수 역시 옷을 갈아입으러 방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잠시 생각을 해 본다.
지수로서는 옷을 해 입을 여유가 없다.
월급을 꼬박 이모에게 가져다주고 있기에 자신을 꾸밀 여유가 없다.
가지고 있는 옷이라고는 사모님이 계셨을 때 사 주었던 몇 벌의 옷이 전부였으나 지금 나이하고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중에 괜찮아 보이는 옷을 입고 나선다.
태민은 처음으로 지수의 차림새를 본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옷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느낀다.
지수의 형편을 알고 있는 태민이다.
자신을 키워준 이모에게 모든 월급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한 아내의 말이 생각이 난다.
잠시 지수를 바라보던 태민은 말없이 앞장서 집을 나선다.
지수를 자신의 옆자리에 태우고 교외로 나간다.
무작정 어디론가 달리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지수와 함께 달리고 보니 그런 우울했던 감정들이 사라져 버린다.
“미스고!”
“네!”
“내가
오늘 미스고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받아주겠소?”
“뭔데요?”
“뭐냐고
묻지 말고 그냥 받아주겠소?”
“.............................”
“대답이
없는 것은 승낙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은 것이오?”
“사장님!
제가 무슨 이유로 그런 제안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많지요.
그동안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내 뒤를 보살펴준 것, 또 집안을 우중충하게 하지 않고 밝고 환하게 가꾸어 준 것 등, 이유야 얼마든지 있지 않소?“
“그런 것이야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들이지요.”
“그렇지 않소.
세상에는 얼마든지 약아빠진 사람들이 많소.
미스고처럼 모든 정성을 다해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도 드문 것이오.“
태민은 말을 하면서 이미 방향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바꾸어 가고 있었다.
태민은 이제 지수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예민해져간다.
지수의 차림새라든지 성품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신경을 쓰게 된다.
태민은 유명한 백화점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지수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태민을 따라 들어간다.
백화점의 유명메이커의 숙녀복들이 있는 매장으로 간다.
“어서
오세요.”
젊은 아가씨가 상냥하게 인사를 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이 아가씨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서너 벌 추천해 주시오.”
태민은 지수를 보며 말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
첫댓글 감사합니다
굿
감사합니다
사랑에 눈을 뜨네
즐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즐감
재미잇게보느중
즐겁게 보내세요
즐독요
즐감
감사합니다
~♡♥♡~ 아싸,쵝오 항상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