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법 제32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국가위임사무에 대하여 과태료와 과징금 수입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갖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제32조(사무 위임에 따른 과태료 등 수입의 귀속)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위임사무에 대하여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과태료 또는 과징금을 부과ㆍ징수한 경우 그 수입은 사무위임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으로 한다. 다만,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비송사건절차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ㆍ징수한 과태료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은 1988.5.1. 지방재정법 전부개정 당시에 추가된 사항이다.
당시 내무부는 지방의회 복원을 앞두고 지방자치 관련 법령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작업을 벌렸고 그 책임자는 허태열 국장이었는데 법률지식이 부족한데다 학자들의 조언도 시원치 않아 지방자치법에도 많은 문제 조항을 남겨 두었다.
최근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도 종전의 문제점을 거의 손대지 않고 방치한데다 새로 도입한 제도 역시 문제 투성이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입만 벌리면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들먹이는 시민단체들과 지방자치단체 단체장들 및 지방의회 의원들이야 법률 문외한들이니 그렇다 치고 행정학 법학 분야의 학자들도 자칭 지방자치법을 전공하였다고 하면서 법리적 문제에 대하여는 깜깜한 상태에 있으니 한심스러운 일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사무가 있기 때문에 실시하는 것이기에 사무는 지방자치의 핵심적 요소이며, 사무를 처리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하여 지방세 등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지방재정법 제18조에 규정된 부담금과 교부금에 관한 조항이 이를 나타낸다.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여야 할 사무의 처리비용은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마련하여야 하고, 지방자치단체간 재정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지방교부세 등 재정조정제도를 두고 있지만 교부세도 일단 교부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분류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사무 중에서 국가도 이해관계를 갖는 사무가 있을 수 있다. 주민등록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구성원인 주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사무이지만 국가도 병역과 국세징수 등 수많은 분야에서 주민등록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사무는 국가도 이해관계를 갖는 사무이다.
따라서 주민등록사무의 처리비용은 국가가 그 일부를 부담함이 원칙이다.
다음으로 국가사무이지만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여 수행하는 사무의 경우에는 국가가 그 전부를 부담하는데 이를 교부금이라고 한다.
제18조 (부담금과 교부금) ①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기관이 법령에 의하여 처리하여야 할 사무로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 그 원활한 사무처리를 위하여 국가에서 부담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경비는 국가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한다.
②국가가 스스로 행하여야 할 사무를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기관에 위임하여 수행하는 경우에, 그 소요되는 경비는 국가가 그 전부를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광역자치단체가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사무를 위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제24조 (시ㆍ도의 사무위임에 수반하는 경비부담) 시ㆍ도 또는 시ㆍ도지사가 시ㆍ군 및 자치구 또는 시장ㆍ군수ㆍ자치구의 구청장으로 하여금 그 사무를 집행하게 할 때에는 시ㆍ도는 그 사무집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지방재정관련 법률의 요청은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보조금이란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데 국가에서 부담하여야 할 부담금과 교부금을 교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부담금이나 교부금에 관한 관념 자체가 없고 모두 보조금이란 이름으로 통일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방재정법에서는 부담금이나 교부금과 별도로 보조금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23조(보조금의 교부) ① 국가는 정책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사정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
②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이하 “시ㆍ도”라 한다)는 정책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시ㆍ군 및 자치구의 재정 사정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시ㆍ군 및 자치구에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교부할 때에는 법령이나 조례에서 정하는 경우와 국가 정책상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재원 부담 지시를 할 수 없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의 보조금의 정의는 매우 포괄적이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보조금”이란 국가 외의 자가 수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하여 국가(「국가재정법」 별표 2에 규정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금을 관리ㆍ운용하는 자를 포함한다)가 이를 조성하거나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교부하는 보조금(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것과 그 밖에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의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으로 교부하는 것만 해당한다), 부담금(국제조약에 따른 부담금은 제외한다), 그 밖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교부하는 급부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시행령 별표1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무별로 보조금 교부율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사무에는 기관위임사무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교부율 100%인 사무는 일반여권 발급, 배수 개선, 국가관리 방조제 개보수, 근해어선 감축, 기본형 공익직접지불금, 국가관리 재해대책 공공시설, 농공단지 폐수종말처리시설 일부, 지역거점 조성 지원, 산림병충해 방제 약제대금, 가족관계등록사무 등이고 마지막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있고 보조금의 교부가 필요한 사업에 대하여 사업수행 근거법령 및 성격에 따라 100%를 지급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별표1 마지막 호에서 보듯이 부담금에 해당하는 것도 보조금이란 명목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임사무에 대하여 국가가 교부하여야 할 교부금도 보조금이란 이름으로 일괄처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위임사무는 무조건 국가가 100% 부담하라는 것이 지방재정법 제18조제2항의 취지임에도 별표1에 누락되면 한 푼도 교부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가 재직시 기획재정부 담당자에게 위임사무의 처리비용은 국가가 부담하여야 하는데 왜 선별적으로 부담하고 부담율도 제각각이냐고 물었더니 교부세로 다 교부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다.
교부세는 원래 지방세로 돌려야 할 몫을 지방간 세수격차로 인해 다 돌리지 못하고 국가가 징수하도록 하고 이를 지방의 재정력에 따라 차등 교부하는 지방재정조정제도인데 기획재정부는 교부세와 교부금의 차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위임사무는 국가의 지도 감독 아래 처리하기 때문에 수임기관은 국가의 보조기관 내지 일선집행기관의 지위에 놓이게 되며, 따라서 사무처리비용은 국가가 부담함이 당연하고 사무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입금은 국고에 귀속됨이 당연하다.
그런데 실제 국가가 사무처리비용을 제대로 대주지 않으니까 위 지방재정법 제32조와 같은 해괴한 조항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지방의회를 복원하는 등 지방자치를 제대로 실시하기 위하여 관계 법률을 전체적으로 정비할 때 이 문제를 이렇게 처리하고 넘어간 것은 내무부 관료들의 법률지식의 무지를 드러낸 것인지, 재정당국이 워낙 완강한 태도를 보여 차선책을 취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재정법 제32조를 신설한다면 같은 법 제18조제2항은 삭제하여야 앞뒤가 맞을텐데 같은 법률 내에서 체계정합성이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하는지.
참고로 헌법재판소나 국회 및 공법학자들은 체계정합성이니 체계정당성이니 하는 용어들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매우 기본적인 사항조차도 간과하면서 용어만 나불대는 것은 참 볼쌍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