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 여성 패러글라이더 박정훈씨
아시아 챔피언십서 1위, 남자선수들도 다 꺾어…
"바람에 몸을 맡기세요… 세상을 얻은 기분입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아보세요. 땅 위의 모든 것은 작은 점이고 흐르는 강은 선에 불과합니다. 세상을 얻은 느낌이랄까요?"
30㎏ 가까이 되는 낙하산을 어깨에 멘 여성 패러글라이더 박정훈(40)씨는 산 아래 멀리 있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자신을 "하늘과 결혼한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전북 완주군 경각산 300m 지점의 평평한 바위에 오른 박씨는 "낙하산을 팔로 끌어올릴 힘이 없어질 때까지 하늘을 날고 싶다"고 했다.
▲ 패러글라이딩아시아대회 1위 박정훈(40)씨가 전북 완주군 구이면 구이저수지가 바라다 보이는
이륙장에서 이륙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호영 객원기자 hoyoungan1@chosun.com
160㎝ 키에 평범한 체격이지만 박씨는 아시아에서 으뜸가는 패러글라이더다. 그는 지난 4일 일본 도쿠시마현 1000m 산 정상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패러글라이딩챔피언십 대회의 환희가 지금도 생생하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지요. 바람도 잔잔했고 내가 사랑하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어요." 박씨는 대회가 시작되자 "하나, 둘, 셋"하고 힘차게 외치며 계곡 아래로 뛰어내렸다. 순간 몸 뒤로 3m 크기 하얀색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날개에 의지한 박씨 몸은 2500m 높이 하늘까지 올라갔다. 발 밑으로 산봉우리와 구름이 지나갔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 60㎞를 날았다. 그리고는 목표지점에 안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함께 비행했던 남녀 선수 120명 중 첫번째 도착이었다.
박씨는 아시아 각국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여성선수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패러글라이딩 경기는 남녀 구분이 없다. 함께 대회에 출전했던 김진오(43) 선수는 "아시아권에서는 여자선수들이 50위권이면 잘했다고 평가를 받는다"며 "잘 탄다고 소문이 난 여자 선수들도 10위 이상 성적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박정훈씨가 구이저수지 위 하늘을 날고있는 모습. /김진오씨 제공
박씨는 스물여덟이던 1998년 7월, 아버지에게서 패러글라이딩을 배워 경기도 양평에서 첫 비행(飛行)을 했다. 박씨는 "겁이 나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뛰어내렸다"며 "300m 높이로 몇 십분 탔는데 그 가슴떨림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때부터 주말마다 전국을 누볐다. 강원도에서는 한 골프장으로 잘못 내려 골프카트를 타고 밖으로 나오기도 했고, 지리산 종주 비행 때는 산 중턱에 불시착해 무거운 짐을 들고 내려오느라 진땀을 뺐다.
박씨에게 취미생활에 불과했던 패러글라이딩은 2005년 스위스 대회를 계기로 직업이 됐다. 박씨는 "120명 중에 꼴찌를 하자 오기가 생겼다"며 "유럽 여자 선수들은 남자들과 겨뤄 10위권 성적을 올렸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박씨는 11년간의 입시학원 영어강사 생활을 접고 패러글라이딩 지도자 자격증을 딴 뒤 패러글라이딩 강사로 전업(轉業)했다.
기상조건이 좋은 날이면 무조건 비행에 나섰다. 1년 365일 중 100일 넘게 하루에 7~8시간씩 하늘을 날았다. 전깃줄에 걸려 산 중턱으로 추락해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헬리콥터로 병원에 실려가 2~3개월 병실에 누웠다가도 다시 하늘로 나갔다. 작년에는 스위스 알프스산으로 가서 4개월 동안 혼자 텐트생활을 하면서 비행실력을 닦았다.
남자들에 비해 부족한 근력은 머리와 감각으로 대신했다. 몸의 유연함을 위해 요가를 배우고, 비행 때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1시간씩 명상을 했다. 박씨는 강사생활 4년 만인 지난해 여자로서는 유일하게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 6명 중 한 명으로 뽑혔다.
박씨는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패러글라이딩도 힘만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과 구름을 잘 읽을 수 있으면 하늘과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고 했다.
완주(전북)=손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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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키 170cm을 160cm으로.. ㅋ 기자님 급하셨네..오타당 ^^
패러이야기가 신문에 나서 좋구요~ 아는 동상 기사니까 더~ 신나요 ㅎㅎ
기술이 어느경지(?)에 오르면 그외의 요인에의해 성과가 달라지나 봅니다.
멋진비행, 멋진인생 아름답습니다.^^*
비행함에 몰입의 즐거움을 더불어 느끼게 해줍니다. 멋진 비행에 열정이 넘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