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못은 小確幸이 실현되는 보물창고였네
▲다덕현 근처에서 조망되는 멀리 소백산 줄기.
◐ 프롤로그 ◑
산에 빠질수록 산사랑의 기대치는 점점 늘어가고
채워지지 않는 기대치로 인해 허기증이 일어납니다.
함께 있어도 또 그리운, 죽고 못 사는 연인들처럼,
산속에 있어도 자꾸 산이 그리운, 마술 같은 허기증.
그리하여 오늘도 모든 일 접어놓고 훨훨훨 떠납니다.
볼수록 매력을 뿜어대는, 화수분 같은 산들에게로.
뜨거운 사랑에 빠졌으니 찾지 말라 공갈포까지 쏘면서....
◐ 산행 얼개 ◑
▶언제: 2018년 9월 2일
▶누구랑: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어디를: 다덕현-옛고개-미륵고개-대백재-긴재-신라재-만리산-월오현.
(약 18km, 7시간40분 소요)
▲숨바꼭질 한 번 하고 출발할까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산행 준비하는 모습이 종합예술입니다.
신발끈을 조이고, GPS 세팅하고, 카메라 점검하고, 스틱 길이 맞추고....
▲우곡기점 0.0km.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출발지점이란 뜻이겠지요?
▲마루금과 평행선을 달리는 임도를 따라 산행 예열을 시작합니다.
▲전방, 올라야 할 509.6봉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번쩍 불꽃이 일어났습니다.
저 멋진 산줄기가 어디지?
한 자리에 서서 한참을 들여다 보며 곱씹었지요. 소백이를 몰라보다니.
▲산은 인간 본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무대장치.
▲임도 예열은 끝나고,
달구어진 몸으로 본격적인 산행 모드로 돌입합니다.
▲밝은 햇살과 초록나무의 조합 그림이 마음에 꽂히는 시간입니다.
▲돌아보기. 잘 생긴 갈방산.
▲돌아보기. 조금 더 잘 생긴 문수산.
▲산행의 본질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데 있음이니.
▲몸꽝도 몸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은, 산행이 가져다주는 부수적인 선물.
▲74번 송전탑이 가져다주는 선물은, 신이 작정하고 빚은 듯한 풍경입니다.
▲(조망1).
▲(조망2).
이때까지만 해도 저 만리산이 그냥 아름다운 산으로만 보였습니다.
▲약으로 쓰이는 개복숭아.
▲함몰지대 출현.
▲심심하다 싶으면 함몰지대가 출현하네요.
▲이런 부드러운 봉우리에 서면,
뜨거움이 목젖을 넘어오려 합니다. 그냥 좋아서.
▲헛돌이 주의지점 (직진하면 아니되옵니다).
▲여기도 헛돌이 주의지점
(등산로 표지판은 마루금과는 무관한 지자체의 등산행사용).
▲이런 산그늘에 들면, 땀냄새가 휘발하면서 기분이 업됩니다.
▲나무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민 청량산.
▲마음 한 쪽을 산자락에 걸치고 걷다보면,
산의 일부가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 머쓱해 지기도 합니다.
▲ 현실의 울타리를 벗어나 산으로 들어오는 마음 한 자리, 산의 품에 기대고 싶다.
▲옛고개.
▲우측 아래 골재공장.
▲쓰러진 나무를 이리저리 넘다보면,
사람 마음을 달뜨게 하는 틈새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저 아래에서는 주변머리 없는 범생이를 예의가 밝다고 하지만,
산자락에서는 주변 머리 없는 벌초지역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샘물입니다.
▲(조망1).
▲(조망2). 클로즈업.
▲(조망3). 클로즈업.
▲몸서리쳐지는 칡넝쿨 지옥.
▲놔라, 못 놓는다. 같이 가자, 싫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아예 악담을 해라.
칡덩쿨과의 실랑이는 미륵고개까지 30~40분을 계속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발 아래 미륵고개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칡넝쿨이 입 싹 닦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마루금 절개지.
'못 이기는 척' 사면을 빙 돌아서 미륵고개로 내려섭니다.
▲새를 쫓는 새 한 마리.
▲미륵고개.
▲날머리 돌아보기.
▲미륵고개 우측의 석조여래입상을 만나러 가는 중.
▲석조여래입상의 뒤태가 자연스럽네요.
▲모두들 세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빠져들고 있네요.
▲불상이기보다는, 하회탈을 쓴 광대 이미지가 물씬 풍기네요.
▲하회탈 불상과 더불어 해학의 늪으로 빠져 들고 싶어라!
▲어설픈 거시기.
▲마루금으로 원상복귀.
▲방위 표식만 되어있는 삼각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고정시켜 주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산.
▲초록천지에 불꽃처럼 피어난 금마타리.
▲마루금 우측 아래의 풍경.
▲역사는 말없이 흐르고,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숭고한 정신은 강산에 스며 있으리.
▲어느 시인(이병철)은 말합니다.
'학교에서 가야의 순장을 배웠다. 죽은 쥐와 깨진 진로 소주병이 내 부장품이다.'
범산은 말합니다. 장차 내 무덤의 부장품은 산에 다닌 흔적 없는 바람이면 족하리.
▲918번 지방도를 건너 마루금 여행은 계속됩니다.
▲시간의 자유로움이 산사랑의 에너지로 변환되는 마법.
마법은 산에 들 때마다 항상 일어나는 일상사가 되었습니다.
▲산풍경의 환한 웃음이 사람에게 전염되어 마음까지 환해집니다.
▲조석으로 선선한 기운이 스며드는 계절입니다.
산비탈을 걸으면서 조석으로 크게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조크.
▲우리는 산에만 들면 살아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존재의 의미를 확고하게 느끼게 해 주는 고마운 산.
▲원두막인가, 감시초소인가.
▲또 한고개 넘어 갑니다. 강약을 조절하면서.
▲산길을 걸으면서,
지금 걷고있는 지점이 어느 지점이고, 하루 계획거리 중 어디쯤인가,
그 좌표를 생각함은 우리 자신의 존재의식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걷기 운동하는 것 이상의 큰 것을 산에서 캐내고 싶은 거지요.
▲풍락산(일면,풍악산).
▲마루금은 철망 우측으로 이어지지만, 가시덤불에 혼줄나고 빽.
▲멋진 산사랑에 대한 열망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주렁주렁 붉은 사과들이 우리의 산열정을 대변하는 듯.
▲마루금을 제대로 이어가라고, 누군가 사다리를 걸쳐놓았네요.
그 누군가의 정성이 괘씸해서라도 가시덤불 헤치고 진행할 걸 그랬네요.
▲어느 길이나 특유의 표정이 있을 테지만,
가장 마음을 꽉 채우는 편안한 길은 마루금길.
▲대백재.
▲본격적이고 지루한 임도길이 시작됩니다.
▲맥문동
▲돌아보기.
▲(조망1).
▲(조망2).
▲전방 좌측의 풍락산.
▲비 예보가 없었는데, 한두 방울 후둑이기 시작하네요.
후덥지근한 산공기로 인해 비를 게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들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기분좋게 했던 곳.
▲긴재.
▲산꾼의 뒤태에도 표정이 있습니다.
그 표정에는 똑같은 마음이 묻어있을 겁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본격적인 만리산 오름이 시작됩니다.
▲바짝 당길 때와 느슨하게 힘을 뺄 경우를 구분해서,
강약 조절을 해가며 산행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산의 만가지 표정을 읽어가며 힘을 빼고 걷고 있습니다.
▲우측 오르지 않은 봉우리에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여유가 부럽네요.
▲요리의 달인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화력 조절.
산행에서도 포인트는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확 달구었다가 뜸도 들이고 마지막 센 불로 마무리하는 강약 조절.
지금은 만리산을 오르기 위해 뜸을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아름다운 이름 만리산.
▲저 앞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만리산인 줄 알았습니다.
말 그대로, 만리 같은 고달픈 여정의 시발점이라는 사실이 금방 확인되었지요.
▲우리 산의 산증인이 뚜벅뚜벅 내려오고 있습니다.
▲자꾸 내려가기만 하니, 부담감이 점점 커져갑니다.
▲신라재.
만리산을 PASS하고 싶다면, 절호의 찬스를 쓸 지점.
▲누구 한 사람,
만리산을 접겠다는 이가 없습니다.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성황당 흔적.
▲우주의 질서를 거부하기 위해,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려는 사명을 띠고 열심히 오릅니다.
▲花香百里, 酒香千里, 人香萬里.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말만 되뇌면서 자꾸 오릅니다.
그러다 보니, 산의 향기가 만리를 간다는 山香萬里로 변하여 가슴에 각인됩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공포의 대상 말벌인가.
▲만리산 고스락 직전에서 바라본 학가산.
멀리 문수기맥의 얼굴이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습니다.
▲대삼각점이 박혀있는 만리산 고스락.
▲만리 같은 만리산을 뒷동산 산책하듯 즐기신 분들입니다.
▲만리산 고스락에 또 하나의 큰 산이 우뚝 솟았습니다.
▲나무들의 시신이 풍장되고 있는 현장.
▲산에서는 항상 즐거울 따름입니다.
▲오른쪽 저 아래 노란 물체가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이국적 풍경이 땀범벅 지옥을 날려 버렸습니다.
▲오늘의 절정을 향해서, 바쁜 마음을 추스립니다.
▲뜨거운 눈길에 의미심장한 대답을 주는 산풍경이 여기 있습니다.
▲빗방울이 살포시 얹히고 있는 신비한 늘못.
▲마루금 수레바퀴는 여기 만리산에 늘못을 숨겨두었습니다.
▲늘못이 가슴 속에 들어간 것처럼 가슴이 쿵쿵 뛰고 있습니다.
▲손바닥을 손수건처럼 펼쳐 비를 마중합니다.
▲여기에 하룻밤 집을 짓고, 이무기의 귀환을 목격하고 싶어집니다.
▲늘못의 마술에 푹 빠져있는 지금은 매직 타임.
▲돌아보니, 만리산의 곡선이 뿌연 안개비에 뭉개지고 있습니다.
▲늘못 터널에서 빠져나와, 마루금 여행은 계속됩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냄새, 산냄새가 되고 싶습니다.
▲산사랑에 빠져, 그 시간을 위해 나머지 시간을 살다시피 해도 되는 걸까.
▲자꾸 앞을 가로막고 다가서는 만리산,
동헌에 앉아있는 사또 같아서 얄밉기까지 하네요.
▲눈 앞에 좌르르 펼쳐지는 풍경들이
하나같이 가슴을 뎁히는 에너지원으로 작용합니다.
▲오늘의 날머리 월오현이 두 눈에 딱 걸렸습니다.
▲다음 구간 용두산 줄기가 두 눈에 박힙니다.
▲자연의 마술인가 실수인가.
▲험하게 살아온 나무의 삶에 경의를.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날머리가 서프라이즈! 하고 나타날 것만 같네요.
▲월오현.
▲다음 구간에는 어떤 풍경들이 우리 가슴을 폭발시킬 것인가.
◐ 에필로그 ◑
어머니같이 하냥 퍼주기만 하는 계산머리 없는 산들.
해서 항상 산에 대해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갑니다.
산에만 들면 시들었던 기분이 활짝 웃음꽃으로 변하고
산에만 오르면 무겁던 마음이 한층 업그레이드 됩니다.
바람소리에 허밍을 섞으며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혹 산에 대해 관음증을 앓는 건 아닐까 염려도 됩니다.
투박한 석조여래좌상, 작은 산중호수 늘못 등등등....
자연의 숨결을 맡으면서, 붙박인 채 한참 바라보았지요.
이 산풍경의 순결한 숨결을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이
산으로부터 진 빚을 빛으로 되갚는 길임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첫댓글 멋진 사진 감상 잘 했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
언제나 바람처럼 휘리릭 날아다니는 방카님!
같이 산행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청량산 문명산 일월산 . 가보지 않은 산이니 보면서도 감이 안오네요. 알수없는 능선을 보며 애태웠으나 알려줘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보라색꽃 맥문동이 아니라 무릇입니다.
작은 행복! 산행하면서 산꽃들을 배우는 소확행이 마음을 달뜨게 합니다.
지적해 주셔서 이제야 인지하지만, 아직도 맥문동과 무릇의 구분은 자신 없습니다.
하나 하나 공부하며 열심히 배워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잔하면서 범산님 산행기에 빠져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고있습니다
산행중에 미처보지 못했던 장면을 리얼하게 잡아내는 실력이 진정한 산고수이지요
잘보고 몇장 가져갑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만리산 막바지에서 좀 쉬었다 가자고 하실 때, 코 앞의 고스락을 빨리 볼 욕심에 그냥 진행했던 것.
의리와 깡으로 똘똘 뭉친 봄비님의 정신세계가 높아 보입니다.
봄비님이 있음으로 해서 같이 하는 산행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감사합니다.
‘낚시는 내가 사랑하는 세상이며 내가 사랑하는 생활이다 .낚시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제가 애정하는 (낚)시인을 범산오빠가 언급해주시니 넘 반갑네요
ㅎ ㅎ 산이 제겐 그런 듯 합니다~
함산~~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그 시인의 시 한 구절로 고마움을 대신합니다.
'창공에 걸린 달은 홀로 저리 밝은데
천 개의 강에 비친 천 개의 달 그림자
물결 따라 출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