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학습] 2024.1.28.문성호
김호경,《복음서 하 몸의 부활 산자들의 부활》,대장간, 2020
―12 십자가의 길, 제자들의 반란: 마가복음 신학
이 글은 마가복음의 신학(내용)을 편집비평을 활용하여 서술하고 있습니다. 편집비평이라는 것은 편집자(마가)가 어떤 의도로 글을 편집(일정한 방침 아래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 신문, 잡지, 책 따위를 만드는 일)했는가를 따져보는 방법입니다.
마가는 이미 존재하는 예수의 어록(Q자료) 등과 마가복음보다 10~20년 앞선 바울서신을 참조하여 예수의 수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예수의 수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과의 대결(마가8:14-12)을 중심으로 편집하였습니다.
첫 번째 수난예고와 베드로의 항의(마가8:31-33), 두 번째 수난예고와 제자들의 다툼(마가9:30-32), 세 번째 수난예고와 야고보, 요한 청탁(마가10:32-34)과 이어지는 ‘변화사건과 성전에 대한 예언’에서는 베드로가 예수에게 예수와 모세, 엘리야를 위해 세 채의 초막을 지어 함께 살자고 합니다. 여전히 제자들은 예수수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고난과 죽음 없이 하나님 나라(정치적 메시아)에 이르는 지름길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권위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섬김으로써 주어집니다. 무엇보다도 권위는 보잘 것 없는 자들, 어린이들, 가장 힘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것을 뜻합니다.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가복음서는 제자들을 비판적으로 서술합니다. 예수의 죽음(예수의 수난)을 준비한 향유를 부은 여인의 행위와 예수의 제자들은 다 도망갔지만 예수의 죽음 이후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예수의 무덤을 찾아 던 여인들의 삶과 대조하며 마가가 제자들의 행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가복음이 쓰여 질 당시에 교회는 이미 사도권이 확립되었고, 교권화와 제도화되어 예수수난의 십자가를 잊으면서 가난한 민중의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가의 제자 비판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교회는 세속화되면서 예수수난의 길을 따르기 보다는 교회는 부와 세속적인 권력을 쫓기에 바쁩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예수수난의 고통을 이해하고 십자가를 길을 따르며 민중들을 섬기는 이들은 교회 안이 아니라 밖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가부장적 권력은 교회 내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배제하고 오직 남성들의 위계적인 질서를 강화시켜왔습니다.
예수수난의 고통을 이해하고 죽음을 예비한 여인에게 낭비를 지적했던 유다와 같은 남자들은 예수의 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맘몬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예수의 제자를 자처한 남자들이 사람으로도 취급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가장 먼저 알려주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