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이 저의 가족이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가족이 없다' '자식이 없다'는 말을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가족의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은 다르다는 점을 내세웠던 것이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가족이 없다"는 점을 박 당선자 장점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직계 가족들 이야기일 뿐 친·인척은 적지 않다. 친가와 외가에 걸쳐 사촌 이내 친척만 50명이 넘는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5남2녀 중 막내였고,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1남3녀 중 셋째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상의 촌수까지 따지면 100명을 훌쩍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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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자(뒷줄 오른쪽)가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동생들과 청와대에서 게임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 당선자 본관은 고령 박씨로, 한국전쟁 때인 1952년 2월2일 아버지 부임지인 대구 삼덕동에서 태어났다. 박 당선자 가족 중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07년 직접 작성한 90문90답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영국 대처 총리와 함께 아버지를 꼽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아버지 시대 5·16 군사 쿠데타,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로 야당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 10월26일 10·26 33주기를 맞아 박 당선자는 "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부드러운 성품으로 유명했지만 훈육은 엄격했다고 한다. 그는 1999년 낸 책 < 나의 어머니 육영수 > 에서 "대통령 자녀로서 특권 의식이나 우월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머니 같은 리더십'을 강조했다.
박 당선자는 또래들이 결혼할 즈음에 부모를 비극적으로 잃었다. 가장 아팠던 기억을 "부모님 모두 총탄에 돌아가셨을 때"라고 꼽았다. 2007년 결혼에 대한 견해를 묻자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답했고, 결혼 시기를 묻자 "이미 나라와 결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혈육은 근령씨(58)와 지만씨(54) 등 두 동생뿐이다. 근령씨는 한국재난구호 총재, 지만씨는 EG 회장을 맡고 있다. 박 당선자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는 2004년 지만씨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 세현군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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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근령씨와의 관계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근령씨는 1982년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 아들 류청씨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2008년 10월 열네 살 연하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와 재혼했다. 1990년대부터 근령씨의 육영재단 이사장 퇴진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박 당선자는 동생이 재혼한 후 관계가 더 악화됐다는 말이 있다. 박 당선자는 이 결혼식에 불참했다.
신 전 교수는 2009년 5월 인터넷을 통해 박 당선자를 비방하는 글을 퍼뜨린 혐의로 구속돼 징역형을 살고 있다. 근령씨는 4·11 총선 때 어머니 고향인 충남 보은·옥천·영동 지역에 선진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중도사퇴했다.
올케인 서 변호사와 관련해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로비 의혹'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서 변호사가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계된 삼화저축은행 법률고문을 맡아 로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 여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 현 이명박 정권의 '만사형통(모든 일은 대통령 형 손을 통한다)'에 빗대어 '만사올통(모든 일은 박 당선자 올케 손을 통한다)'이라고 지적했다.
박 당선자는 조카 세현군에게 남다른 애정을 표시해왔다. 그는 세현군이 태어난 2005년 "우리 가문에 귀한 아이가 태어나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면서 "우리 가정에 기쁨이 넘친다"고 말한 바 있다. 세현군이 태어난 지 100일째 됐을 때는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이 세상의 무엇하고 바꾸지 못할 만큼 기뻐하셨을 텐데…"라고 미니홈피에 남겼다. 박 당선자는 잃고 싶지 않은 것 세 가지 중 하나로 '세현이'를 꼽을 만큼 집안 장손인 조카를 끔찍이 아끼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조카에게 불러주기 위해 자장가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 당선자에겐 이복 언니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부인 김호남 여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박재옥씨이다. 재옥씨는 한병기 전 유엔 주재 대사와 결혼했다. 한 전 대사는 3공 시절 공화당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박 당선자의 먼 친·인척에는 '정치인' '기업인' 인물이 많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재홍 전 민자당 의원과 박준홍 전 대한축구협회장은 박 당선자의 사촌오빠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박정희 전 대통령 형 박상희씨 딸인 박영옥씨 남편이다. 박 당선자에게 사촌 형부가 된다. 사돈 관계를 통해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도 가계도에서 찾을 수 있다.
외가 쪽으로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박 당선자 이종사촌 형부가 된다. 육영수 여사의 언니 육인순 혜원학원 설립자 딸이 한 전 총리와 결혼했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한 전 총리 사위로, 박 당선자와도 먼 인척 관계가 된다. 육인순 설립자는 남편 홍순일씨와의 사이에 3남5녀를 두었는데 사위들의 이력이 막강하다. 둘째 사위인 한 전 총리 외에도 맏사위는 농수산부 장관을 지낸 장덕진 전 의원, 셋째 사위는 유연상 전 영남대재단 이사장, 넷째 사위는 경수종합금융 회장을 지낸 정영삼 한국민속촌 회장, 막내 사위는 대한선주협회장을 지낸 윤석민 전 의원이다. 모두 박 당선자 이종사촌 형부들이다. 또 육인수 전 의원이 박 당선자 외삼촌이다. 어머니 육 여사의 오빠인 육 전 의원은 5·16 쿠데타 이후 교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6~10대 국회에서 내리 5선을 지냈다. 5촌 조카로는 연예인 은지원씨가 있다. 은씨는 박 당선자 고모 박귀희씨 손자로, 5촌 조카이다. 은씨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에 동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