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물리학자의 ‘진짜’ 시간 이야기
[2019 우수과학도서] 2019 우수과학도서 - 나우: 시간의 물리학
2020.01.07 12:07
나우: 시간의 물리학 ⓒ 바다출판사
‘나우: 시간의 물리학’은 물리학의 풀리지 않은 오랜 수수께끼인 ‘지금’의 의미와 시간의 흐름을 설명한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으로 유명한 실험물리학자 리처드 뮬러는 상대성이론, 양자물리학, 빅뱅이론 등 현대 물리학이 시간에 대해 알아낸 사실들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엔트로피와 물리주의 같은 잘못 맞춰진 조각들을 제거한 후, ‘4차원 빅뱅’이라는 검증 가능한 이론을 제시한다.
이 책은 실험물리학자가 시간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한 최초의 책으로서, 현대 물리학이 시간에 대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풀리지 않는 물리학의 최대 수수께끼 ‘시간’
시간은 인류의 오랜 수수께끼다. 특히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정의하긴 어렵다. ‘지금’을 가리키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지금’이 아닌 과거가 되어버린다. 끊임없이 흐르고 매 순간 새로 생겨나는 이 시간 때문에 괴로워하기는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시간을 물리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아인슈타인은 “‘지금’에 대한 경험은 과거와 미래와는 다른, 인간에게 매우 특별한 뭔가를 의미지만, 이 중요한 차이가 물리학 안에서는 나타나지도 않고, 나타날 수도 없다”는 것에 낙담했다.
‘지금’의 의미와 짝을 이루는 시간의 또 하나의 수수께끼는 ‘시간의 흐름’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는데, 이는 ‘지금’의 의미가 계속해서 변한다는 사실과 이어진다. 그렇다면 시간의 흐름이란 곧 ‘지금’의 움직임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금’을 거쳐서 흘러가는 것인가, 혹은 새로운 시간이 매 순간 생겨나는 것이 ‘지금’인가? 시간이 멈추거나 혹은 느려지거나 빨라지거나 혹은 불규칙하게 흐른다면 우리는 그 변화를 알아챌 수 있는가? 왜 시간은 뒤가 아니라 앞으로만 흐르는 걸까?
현대 실험물리학자가 말하는 ‘지금’
이러한 현기증 나는 질문들은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 성직자, 현대 물리학자들을 괴롭혔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지금’의 의미와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그것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 ‘시공간 다이어그램’에 만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명한 실험물리학자인 리처드 뮬러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지금’은 누구나 지각할 수 있는 실재하는 현상이며, 물리학은 측정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그것의 실재성을 부정해서는 안 되고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20세기 물리학이 이루어낸 위대한 진보들에 힘입어 비로소 ‘지금’을 이해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한다.
“‘지금’을 이해하는 데에는 상대성이론, 엔트로피, 양자물리학, 반물질, 시간 여행, 얽힘, 빅뱅, 암흑에너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비로소 지금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지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리학 지식을 손에 넣었다.”
뮬러는 상대성이론에서 열역학, 빅뱅 이론에서 양자물리학까지 현대 물리학의 주요 성취들을 되짚으며 ‘지금’이라는 시간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간다. 그 과정에서 엔트로피와 물리주의 같은 잘못 맞춰진 퍼즐 조각들을 빼낸 후, 마침내 ‘4차원 빅뱅’이라는 검증 가능한 독자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뮬러는 실험을 통해 빅뱅 후 50만 년경 아기 우주가 방출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를 관측함으로써 ‘시간의 처음’을 측정했고,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함으로써 ‘시간의 끝’은 없을 것을 밝혔다.
실험물리학자 리처드 뮬러가 설명하는 물리학이야기 ⓒ 게티이미지
아인슈타인, 물리학에 실험 가능한 시간을 선물하다
아인슈타인은 이제까지 당연시되었던 시간을 생각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짐으로써 물리학에 시간을 선물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어떤 좌표계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 중력과 속도에 의해 시간이 늘어나고 길이가 줄어들고 사건의 순서가 역전되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주었다.
상대성이론은 단순히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저자와 같은 실험물리학자에게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실재하는 현상이다.
저자는 ‘파이온’이나 ‘뮤온’ 같은 방사성 입자들을 광속의 0.9999988배로 가속해 양성자와 충돌시키면 정지 상태의 입자보다 반감기가 637배나 길어지는 것을 측정했는데, 이는 상대성이론이 예측한 값과 정확히 일치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물리학이 완전해야 한다고 믿었고, 과거가 미래를 완전히 결정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물리학은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고 오직 확률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현대 물리학은 과거가 완전히 미래를 결정한다는 가정을 지지하지 않으며,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
‘지금’이 우리에게 특별한 것은 우리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을 인간의 자유의지가 행사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으로 규정함으로써 물리학뿐 아니라 철학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주장을 ‘나우: 시간의 물리학’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저작권자 2020.01.07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