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을 머리맡에서만 뒹굴리다가
나목의 계절이 되고서야
제대로 읽었어요.
오래전 읽고
다시 읽는 거여서인지
내가 경험한 어떤 날,어떤 일들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주인공의 모델이 된 화가 박수근님,
작가 박완서님도 수시로 떠오르기도 했어요.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잖아요.
등장인물의 행동과 말, 심리를 보여주고 들려줌으로써
각자각자 느끼고 배우게 하지요.
저는 그래서 소설이 좋더라구요.
거기에 작가의 문장력까지 뛰어나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런 즐거움 맛보게 해준 책이었어요..
벌거벗은 나무 추울까봐
따뜻하게 옷 입혀서 읽었어요ㅎㅎ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회색빛 고집이었다. 그 무섭도록 탁탁한 고집.
*어리석지 않은 선량함.
*남의 흉내, 빌려온 느낌은 그것을 깨닫자 흥을 잃고 싱거워졌다.
*순간 그는 거침없이 행복해보였다. 우리집의 처지와 자기들과 비교함으로써 그의 행복은 완벽한 것 같았다.
남의 불행을 고명으로 해야 더욱더 고소하고, 맛난 자기의 행복...
*아버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야속함이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눈이 오는데 누가 우뚝 기다리고 섰다는 건 얼마나 기막힌 축복일까?
*사랑스럽고 심신이 건강한 친구가 가까이 있다는 게 새삼 대견스러워졌다.
*아아, 전쟁은 분명 미친 것들이 창안해 낸 미친 짓 중에서도 으뜸 가는 미친 짓이다.
*한 사람에게 내 멋대로 애착과 무관심을 변덕스럽게 반복한다는 것은 암만 해도 좀 잔인했다.
*답장이 필요 없는 편지를 쓰고 싶다. 답장이 올까 봐 조마조마해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편지를 쓰고 싶다.
*어쩜 그녀는 가난을 저리도 궁상맞지 않게 다스리는 것일까?
*무관심이 어떤 형태의 증오보다도 가혹할 수 있다는 걸..
*김장철 소수리바람에 떠는 나목, 이제 막 마지막 낙엽을 끝낸 김장철 나목이기에 봄은 아직 멀건만 그의 수심엔 봄에의 향기가 애달프도록 절실하다.
그러나 보채지 않고 늠름하게, 여러 가지들이 빈틈없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채 서 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
'나목'이라 제목한 이유를 설명한 듯한,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한
마지막 문장이 좋았습니다.
김장철의 나목,
봄에의 믿음이 있어 훌훌 다 털어버릴 수 있는 나무가
새삼 늠름하고 멋져보입니다.
첫댓글 12월에 첫날~예쁘게 채워가는 소중한날되시고~나목 저도 꼬옥
읽어 볼께요
예쁜 댓글로
제 12월의 예감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완서 님 책은 거의 다 읽은것 같아요..아마 저 책도 읽었을듯 싶은데.. 요즘 책 읽기 딱 좋은데..저도 읽고 싶네요
한 권 읽고 좋으면
다 읽고싶게 만드는 작가, 작품들이 있지요.
나현맘님께 박완서님이 그런 분이었나 보네요.
다시 읽다 보면
어렴풋했던 그 내용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거예요.
책읽을 여유 부리시는 겨울 되시길 바랄게요^^
이책을?
아주 옛날건데?
기억도 가물거려요.
슬픈이바구였을듯...
한동안
박완서에
미친적도 있었다는.
제 이벤트에 당첨되셨던 옐리님이 선물해준 두 권의 책 중 한 권이에요.
미루다가 이제서야 읽었네요.
저는 미치지까진 않았구요..소설 수필 섞어서 몇 권 읽은 거 같아요 ㅎㅎ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문학적인 표현들을 접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이책 표지 본듯하네요..
소설을 안 읽다가 요즘 읽기 시작했는데
담에 읽어볼게요.
박완서님 책 한동안 에세이 좀 읽었었지요..
네 나온지 오래된 책이라
혹 안 읽었더라도
표지나 제목은 눈에 익을 거예요.
소설이 손에 잡히는 때가 있더라구요.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읽으면 되지요.
다음 책은 뭘 읽을까...즐거운 고민 중입니다. ㅎㅎ
좋은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박완서 작가님 좋아한 1인입니다.
이제 새로운 작품은 기대할 수 없으니
다시읽기로 만나는 수밖에 없네요^^;;
다시 읽어도 좋더라구요~
나목..
이젠 그 예뻣던 단풍잎들이 다 떨어져...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네요.
봄에의 믿음..이렇든저렇든..찾아오니 계절은.
박완서 멋진분이죠
가난한 소설가 글쟁이들 많다고 장례식은 절대 조의금 받지 말라고.
그들에게 만원도. 천원도 .귀하다고 ..그립습니다..
책도 이쁘고 옷도 입히고..ㅎ
건강한 나무는
나뭇잎 다 떨군 빈 가지인 채로도
늠름해보이더라구요.
박완서님의 글은 편안하고 따뜻하면서도 메세지가 있어서 좋아요.^^
나목이 뭐였지 하다가
책표지보고 아!!!했다요.
오래전에 본듯한데
기억은 안난다는~ㅠ
''답장이 없는 편지를 쓰고싶다''
정말 그러고 싶다~^^
맞아요 그럴 때 있어요..구구절절 되돌아오는 답장 없는, 그저 내 마음 전하고 마는 그런 편지를 쓰고플 때가요..ㅎ
오래전 읽었던책이네요
박완서 그분 책을많이 읽었는데 나목도 그중 하나구요
내일은 눈에 기름칠 좀 하구 오랫만에 책을 읽어 볼까 합니다
저도 요즘은 책을 오래 못 보겠더라구요. 눈이 넘 뻑뻑하고 침침해져요.
눈에 기름칠 하는 방법...저도 알고 싶어요ㅎㅎ
유자향님의 느낌, 따스한 손길이
한겨울로 향하는 계절에
수를 놓은듯 아름답네요.
읽는사람의 마음마다
다르게 와 닿는
알록달록 무지개를 본듯 이쁘네요~~~ 🌈
겨울로 가는 길목도
들어선 그 골목들도
따스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