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운영비 지원'을 '강추'한다
민간 소극장 지원에 관한 제안 (2) - 지원 방법
마승락 _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대표
▲ 뮤지컬 <밑바닥에서>
B. 소극장 지원의 필요성과 방향
1. 민간 소극장도 공공적 재화인 예술의 산실이다.
서울의 문예회관,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을 비롯하여 전국에 있는 문예회관들은 건립 자체도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을 뿐 아니라, 인건비를 포함한 시설 운영비도 지원되고 있다. 또한 기획공연을 할 수 있는 자금까지 지원되고 있는데, 특히 복권기금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아트마켓을 열어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우수 공연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에 문화예술 향유 혜택을 주었다.
이들은 예술의 공공성에 근거한 공기관이기 때문에, 문화 복지 차원에서, 지역문화발전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지원이고 더 확대할 필요도 있다. 아트마켓에 출품된 작품 중에는 대학로 소극장서 공연되었던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아트마켓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그 공급원인 소극장의 운영비와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간인이 민간 자본을 투여한 소극장은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민간 사업자에게 자칫 특혜를 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 여타의 부작용이 있을까봐? 당연히 특혜나 부작용이 없도록 지원 방법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하고 조건이 있어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글 수는 없는 일이다. 민간 소극장에 대한 지원은 예술이 공공재적 성격의 재화이고, 그것을 생산해내는 곳이기 때문에, 그리고 국가적, 사회적 지원 없이 자생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지원해야만 하는 것이다.
2. 이상적인 공연환경을 만들 수 있는 극장운영비 지원
예술에 대한 지원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양질의 예술작품을 생산하여 보다 많은 관객에게 관람기회를 주는 것이다. 소극장에 대한 지원은 무대예술 지원기금을 공연단체에 주는 것 못지않게 우수한 예술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할 수 있다. 작품의 완성도나 공연의 성패와는 관계없이 누가 먼저 대관신청을 하고 누가 대관료를 낼 조건이 되는가에 의해 공연장을 대관료를 받고 대관하는 형식이 아니라, 영화관처럼 극장주가 어떤 작품을 자기 극장에서 공연(상영)할건지 결정하고 그 흥행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즉, 대학로의 소극장도 공연의 흥행과 관계없이 일정액의 대관료만 챙기는 임대 사업자가 아닌 공연을 제작하거나 유치하는 프로듀서 또는 프로모터로서 변모거나, 최소한 공연 흥행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극은 필름을 찍어 돌리면 되는 공산품과 같은 영화와는 달리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수공예품과 같고, 영화와 달리 대자본의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소극장에 대한 지원 없이 입장수입의 지분만으로는 버틸 극장이 없다
공연에 있어서 입장수입을 100으로 놓았을 때 예산의 적정비율은 대관료 30%이내, 기획 홍보비 30%이내, 제작비 40%이상으로 본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관료가 입장수입의 10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조금의 성과가 있는 대부분의 공연에서도 50%가 넘는 경우가 많다. 한 극단이 기금을 1천만원이건, 3천만원을 받아 공연을 제작하여도 대개의 경우 적자를 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관료를 미리 내지 않고 입장수입의 30%이내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면 극단으로서는 공연 예산을 세울 때 대관료를 계산하지 않아도 될 수 있어서 순수 제작비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더 많아지고, 그만큼 작품에 충실할 수 있으며, 입장수입이 많으면 많을수록 극장으로서도, 극단으로서도 행복한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입장수입의 30%이내의 대관수입으로는 극장이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극장에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한다면, 이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입장수입의 30%이내의 지분을 대관수입으로 운영하겠다는 극장에 한해 운영비의 일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연극 <쇼타임>
이렇게 되면, 극장은 자연스럽게 좋은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할 수밖에 없고, 극단은 대관료의 부담 없이 공연을 준비할 수 있어서 좋고, 관객은 그만큼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이 되면 극장은 흥행성은 떨어지나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유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기 때문에 예술성 있는 작품을 공연하는 자기 극장만의 색깔을 가질 수도 있으며, 좋은 공연을 레퍼토리로 장기 공연하거나 상설 공연하는 극장도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소극장 운영비 지원은 장기적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극장과 우수 레퍼토리를 장기 공연하는 극장으로 나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으며, 공연환경의 혁신적인 변화가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
C. 소극장 지원의 방법
1. 공시대관료 제도 도입
극장마다 대관료 산정 기준이 다르고, 이것을 표준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까지 공시가를 책정하여 과표 기준으로 하는 마당에 대관료를 공시가로 책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공연장연합회 내에 외부의 객관적인 감정을 할 수 있는 전문가와 소공연장측 대표들로 구성된 공시대관료 책정 위원회를 만들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소속 회원 각각의 극장마다 공시대관료를 책정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객관적으로 증빙 가능한 비용(월세, 전기세, 소모성 자재구입 등)과 객관적으로 증빙은 되지 않으나 반드시 책정되어야 할 금융비용(보증금의 이자, 초기 시설 투자비, 감가상각비 적립액 등 고려), 인건비, 적정 마진 등으로 공시대관료를 책정하여 월 공시대관료의 50%선에서 운영비 지원을 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대부분의 극장들이 건물주와 이중계약을 하기 때문에 건물주와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월세가 외부에 공식화 되는 것을 난감해할 수 있다. 사실 건물주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월세를 받으면서도 세무서에는 전세로 계약한 것으로 신고했거나 월세를 실제로 받는 금액보다 줄여서 신고한 극장이 많다. 이것이 공식화되면 극장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세금을 포탈한 것이 되어, 세금 추징을 당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임대료의 추가 상승을 초래하거나 극장이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진 신고에 관한 예외를 적용하여 사태의 악화를 막는 별도의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2. 소극장의 양성화
대부분의 소극장은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부가가치세나 소득세도 내지 않는 극장이 절대 다수이다. 공시대관료를 시행하게 되면 이것이 과표 기준이 되어서 세금도 내야 마땅하다. 당연히 사업자 등록도 해야 한다. 그러나 입장수입마저 부가세를 내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것은 극장만이 아니라 극단도 관여되기 때문이다. 극단의 입장에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마당에 세금까지 내야 한다면 입장수입 지분제는 극장뿐 아니라 극단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3. 운영비 일부 지원과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
앞서 월 운영비(=공시대관료)의 50%선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극장으로서는 나머지 50%는 입장수입의 30%이내의 지분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월 운영비의 50%가 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50%에 턱없이 모자랄 수도 있다. 여기에서 극장은 갈등할 수 있다. 안정적인 대관료를 받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임대사업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다. 예술발전에 기여도가 없는 임대사업자에게 예술과 관련된 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한다면 그것은 극장난립만을 초래할 뿐이다.
초기에는 지원을 신청하는 극장 중에서 몇 개의 극장을 선정하여 시범적으로 시행하여 그 결과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여 확대 시행하여야 한다. 우선 사업자 등록을 하고, 공시대관료 산정에 협조하며, 입장수입지분제로 극장을 운영하겠다는 극장에 한해 신청을 받아 심사를 하고 지원을 하는 것이다. 지원을 받는 극장은 입장수입의 지분으로 운영하다보면, 기존의 대관수입으로 운영할 때 보다 수입은 적어지고, 소득은 노출되어 세금도 내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원액수가 많아 지원금으로도 극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특혜이고, 공연과는 상관없는 건물주가 극장주가 되고 말 것이다.
4. 극장이 프로모터가 되어야 한다.
지원받는 극장은 좋은 공연을 선택하여 입장수입을 최대한 많이 올려 손해를 안 보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할 것이고, 때론 좋은 결과가 있어서 대관료를 받는 것보다 높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입장수입이 적어서 결과적으로 대관료를 받는 것보다 적은 수입이라 하더라도 예술성 있는 공연을 자기 극장에서 올리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대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극장은 입장수입지분으로 운영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극장은 자기 극장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극장은 극장차원에서 기획팀을 운영할 수도 있고, 좋은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공연을 보러 다니게 될 것이고, 작품을 보는 안목과 기획능력이 안되는 극장주는 전문 기획자를 영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극장이 프로모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D. 몇 가지 우려되는 난점과 그에 대한 입장
연극 <논속을 걸어서>
극장에 대한 지원이 있을 경우 극장을 가지고 있는 극단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극단을 비교할 때 이는 엄청난 차별일 수 있다. 또한 극단이 운영하는 극장의 경우 자기 극단의 작품만 올리게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극장이 없는 극단으로서는 대단히 불공평한 지원이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극단이 운영하는 극장이 아닐지라도 극장에 대한 지원이 있게 되면 레퍼토리로 장기 공연하는 극장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극장이 없는 극단의 경우 신작을 발표할 공간이 적어질 수 있어 이 또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전제를 들어보자
1. 극장에 대한 지원은 운영비의 일부 지원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기 극단의 작품만을 올리려 해도 그만한 성과가 따르지 않을 경우 적자를 볼 수밖에 없기에 장기적으로 볼 때 우려사안이 아니다.
2. 그동안 소액 다건 식의 공평한 지원을 하다 보니 예술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예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공연물에도 모든 극장이 항상 열려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우수 공연의 레퍼토리화와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공연만이 극장에서 공연되어야 관객 저변이 더 넓어지고, 예술의 발전적 전망도 가능하다.
3. 작품지원뿐 아니라 극단 지원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을 해 온 극단 중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는 극단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극장을 운영하는 극단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은 별도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4. 공연제작 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극단의 연출가가 제작하는 공연도 여전히 지속되겠지만, 기획자에 의해 제작되는 공연이 점차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예술적 완성도 높은 공연이나 흥행성 있는 공연만이 공연되는 추세로 변하게 될 것이다. 공연 또한 실험적이거나 매니아들을 위한 예술성 높은 공연과 보다 많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또한 공연의 입장료가 없거나 저가인 발표 차원 단기 공연과 정식으로 관객을 맞이할 수 있는 장기 공연으로 나뉘게 될 것이고, 또 나뉘어야 한다.
5. 극장도 경쟁하게 된다. 우수 공연을 유치하고 보다 많은 관객이 찾는 극장이 되기 위해서는 층고도 확보되어야 하고, 객석 수도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할 것이며, 조명이나 음향시설뿐 아니라 관객편의 시설도 좋아야 한다. 따라서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극장은 우수 레퍼토리가 상설 공연되는 극장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극장은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을 발표하는 극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새로운 극장이 더 늘어날 것이고 도태되는 극장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극장에 대한 지원으로 입장수입 지분제로 극장이 운영되면, 공연도 차별화되고 극장도 차별화가 진행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주는 셈이며, 공연문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는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맺으며
무용전문소극장에 대한 지원이 올 해 처음 시행되는 등, 최근 소극장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연 창작기금 지원 자격이 극단, 기획사 뿐 아니라 극장도 지원할 수 있도록 문을 연 지는 오래 되었으나 극장에서 신청도 별로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청해도 선뜻 선정하지 못 하고 있다. 극장이 임대사업자의 역할밖에 못하고 있을 때에는 작품을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제도이다. 극장이 프로듀서나 프로모터로 변모해야 이 제도가 극장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될 수 있다.
무용전문극장에 대한 지원은 왜 시행되고 있는가? 무용은 연극에 비해 관객저변이 넓지 않아 극장 측에서 대관을 꺼리기도 하고, 이렇게 지원이라도 해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라도 더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극은 어떤가? 무용이 그렇듯 연극도 관객 저변이 넓지 않고, 절대적으로 자생력이 없는 사업이다. 예술에 대한 지원이 공평하게, 겨우 연명하거나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으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가장 효과가 큰 방식을 찾아야 한다. 예술을 하면서도 돈도 많이 벌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소극장 운영비 지원은 가장 효과가 큰 지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