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정문경
씨앗 하나 심고
보고 돌아서 또 들여다본다
어서 나오너라
틔우느라 애쓴다
그렇게 씨앗 하나를 심어
움트길 기다리고 설레는 일
꽃을 꺾어 바라보는 대신
꽃씨 하나를 심어 가꾸는 일
떡잎에 실실대며
꽃피면 따라 환하게 웃는 일
--------------
나무예찬 1
적서
나는 폭염에 들어앉아 옷을 벗고
나무는 땡볕에 서서 옷을 껴입는다
나무의 의연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맞서는 인생은 나무와 같다
-------------
水菊이 守國이 되는 유월
순국선열
통곡의 넋이
현충일 기다려
꽃대를 올렸구나
하늘빛 터지고
또다시 피워낸 신념
줄기마다 분대 집합
우렁차구나
청춘 바쳐 이룬
열망의 조국수호
져서도 박제되어
여전히 유월을 사수 중이다
-------------
홍수
더는 담을 수도
더는 스밀 수도 없는 한계
끝없이 공격하는 물폭탄 아수라
선과 선이 어긋나고
면과 면이 충돌하는 지점
평생의 터전과 꿈들이 떠내려간다
누가 좀 말려주소
길이 어디였던가
집이 어디였던가
쓰러지고 허물어진 흙탕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짓밟고
성난 물결만이 내리 아우성이다
-------------
노고단 할미
힘들거든
건너 건너 할미한테 오니라
사는 게 다 그라제
능선에 앉아 바람을 맞다 보면
다 그라제
서럽거든
넘어 넘어 할미한테 오니라
사는 게 다 그라제
바람 길에 앉아 능선을 바라보면
다 그라제
훑고 지나가는 자락인 것을
쥐어지더냐
품어지더냐
다 그라제
다 그라제
-------------
정문경 약력
1994 문예사조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현대작가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구례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