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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계에서나 기업에서나 화두로 삼고 있는 ‘통섭’에 대한 책입니다. 통섭은 서로 다른 지식의 경계를 무조건 무너뜨리고 섞고 융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다른 것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자는 이야기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온갖 분야의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흥분되는 길을 열어주었고,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통섭원’이 곧 제 서재입니다.[생물학자 최재천의 서재 中]
'큰 줄기를 잡다, 모든 것을 다스린다, 총괄하여 관할하다.'라는 의미의 제목처럼 학문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학문의 대통합을 이루어야 함을 역설하는 책이다. 얼핏 어려울 듯한 내용을 여러 학문들을 넘나들며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보면 그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통섭'임을 알 수 있다.
옮긴이 서문
한국어판 서문
1장 이오니아의 마법
2장 학문의 거대한 가지들
3장 계몽사상
4장 자연과학
5장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6장 마음
7장 유전자에서 문화까지
8장 인간 본성의 적응도
9장 사회과학
10장 예술과 그 해석
11장 윤리와 종교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찾아보기
예술의 생물학적 기원 가설은 후성 규칙들이 실재하는지, 그리고 그 규칙들이 만들어 내는 원형들이 어떤 것인지에 의존한 하나의 작업가설이다. 이것은 자연과학의 정신 속에서 구성되어왔다. 즉 이 가설은 입증이나 반증이 가능하며 생물학의 다른 부분들과 통섭적이다. 그렇다면 이 가설은 어떤 식으로 검증되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예술 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과 그 밑바탕에 놓인 후성 규칙들을 진화론적 입장에서 예측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준 보편적 주제들이 진실로 존재하며 대부분의 소설과 시각 예술의 발판이 되고 있음을 안다. 이 주제와 규칙의 일반성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가 싱가포르에서도 흥행하고 노벨 문학상이 유럽 인뿐 아니라 아시아 인이나 아프리카 인에게도 수여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 이런 현상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왜 정신 발달 과정이 특정 이미지와 내러티브에 그토록 한결같이 집착하는지에 관한 물음들이다. 진화론은 기저의 후성 규칙들을 예측하고 유전 역사 속에서 그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본문 395~396쪽에서
첫 번째는 위락 창조성과 끝없는 호기심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우주의 본질적 속성들을 추상화하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것이었다. (중략) 세 번째는 물리학자인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가 언젠가 말했듯이 수학이 자연과학에 놀랐도록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중략) '자연 법칙'을이 존재한다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지만 인간이 그런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부자연스럽다. 104-105
순수 수학은 상상의 세계에 대한 과학이다. (중략) 그러나 수학만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특수한 세계를 알 수 없다. 128
"창조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뚜렷이 구분짓는 특성은 (1) 창조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모호하게 정의된 문제 진술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점진적으로 구조화하며, (2) 상당한 기간 동안을 그 문제들에 천착하고, (3) 그 문제들과 관련되거나 잠재적으로 관련된 분야들에 관한 배경 지식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130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 객관적 진리에 대한 확고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은 그 개념 자체가 위험스럽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절대주의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다면 포기할 준비를 해야 되는가?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지식의 통일은 서로 다른 학문 분과들을 넘나들며 인과 설명들을 아우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물리학과 화학, 화학과 생물학, 그리고 보다 어렵겠지만 생물학,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이는 현대 자연과학의 진화에 있어서 주된 원동력이기 때문에 상당한 믿음을 준다.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물질적인 이해는 현대 문명의 기본인 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현재 산업 국가들과 세계 경제를 한데 묶어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연과학의 통합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상가들은 자연과학의 중요성과 그것의 사회과학과 인문학과의 통합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저 단순한 동반자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식 체계의 기초를 다지는 통합 말이다.
학문 분과들을 아우르는 통합의 개념은 아직 빈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적어도 자연과학 외에는 그 증거가 아직 간헐적이며 모든 경우에 걸쳐 더욱 강화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결과에 상관없이 이것은 모든 문화권에서 가장 훌륭한 학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주제이다.
에드워드 윌슨(하버드대학교교수,<통섭>의저자)
'통섭'의 시대에 우리는 통섭을 이해해야 하고 통섭을 따라야 한다
책의 제목은 내용을 축약하여 표현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책의 제목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 심상치 않다. '통섭(統攝)'이라니 처음 보는 단어이다. 영문 제목 'consilience'도 사전에서 찾아봤으나 표제어로 실리지 않은 단어다. 그럼 이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 아마 이것을 알아야 이 책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consilience'란 말의 뜻을 한번 살펴보자. 이는 라틴어 'consiliere'에서 왔다고 하며,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jumping together', 즉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귀납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 해석도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
그렇다면 이 책의 한글 제목으로 <통섭>을 선택한 이유를 한번 보자. '통섭'도 'consilience'와 마찬가지로 웬만한 우리말 사전에는 나오지도 않는 희귀한 단어이다. 이 뜻은 '큰 줄기를 잡다'라는 뜻과 '모은 것을 다스린다', '총괄하여 관할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은 그 내용을 제일 간편하고 알기 쉽게 표현해야 한다고 보았을 때 '총괄하여 관할하다'라는 뜻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이 책은 과연 무엇을 총괄하고, 관할하자는 것인가?
책의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을 만큼 글쓰기 솜씨가 빼어난 과학자이다. 개미 연구에서 시작된 그의 연구는 사회생물학을 탄생시켰고, 사회생물학에서 학문 간 연합 이론을 연장하여 이 책을 탄생시켰다. 즉 그는 생물학을 비롯한 자연과학과 인문학, 나아가 사회과학, 윤리와 예술까지도 통합하려는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이론화하여 전개했는데 그 결실이 바로 이 책이다. 즉 통섭이란, 모든 지식을 총괄하자는 의미인 것이다.
16세기 이래로 학문의 분과는 세분되어왔다고 한다. 환원주의적 연구가 이를 가능케 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데 있어 우리가 알 수 있는 작은 단위로 계속 세분하면서 전체를 파악하려는 의도, 그것이 근대 과학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세분된 학문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이처럼 환원주의로 대표되는 20세기 과학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윌슨은 쪼개진 부분들을 다시 합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는 '통섭하기'를 원한다. 책의 부제에도 드러나있듯 그는 '지식의 통합'을 바라고 있으며 그것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결국 모든 학문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바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그것을 시발점으로 학문은 인간 본성을 밝혀내고자 하며, 그 최종 목표로 자연 안에서 대량학살이나 전쟁과 같은 비극을 없애고 우리네 삶을 '에덴의 숲'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다름아닌 '생명사랑(biophilia)'이다. 이 책 많은 부분에서 이런 저자의 논조를 읽어낼 수가 있는데 반드시 유의해야 할 지점이다. 또한 책을 읽는 과정에서는 저자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정말 여러 분야의 학문을 공부했음과, 자신의 논리를 펼치기 위해 쌓은 나무랄 곳 없는 이론적 견고함을 느낄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 자연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가 궁금해도 이 책을 읽어라! 살아 있는 생명체의 존재 이유를 알고 싶어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아니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지식의 통일은 서로 다른 학문 분과들을 넘나들며 인과설명들을 아우르는 것 - 책 속 밑줄 긋기 |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학문의 경계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학문의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우리 인간이 그때 그때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다. 진리는 때로 직선으로 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학문의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드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한 부분만을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다. - '역자 서문'(7쪽) 지식의 통일은 서로 다른 학문 분과들을 넘나들며 인과설명들을 아우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물리학과 화학, 화학과 생물학, 그리고 보다 어렵겠지만 생물학,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26쪽) 통섭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지적인 모험의 전망을 열어주고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인간의 조건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데 있다. (41쪽) 지식의 거대한 가지들은 17세기와 18세기에 생성된 통일된 계몽사상의 비전에서부터 나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으로 갈라져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86쪽) 과학이론은 이전에 짐작도 못했던 현상들의 존재를 예측하기 위해서 아무도 말을 들여 놓은 적이 없는 곳을 찾아간다. 이론은 가설을 만들어낸다. 가설은 탐구되지 않은 주제에 대한 추측이다. 가장 좋은 이론은 가장 생산적인 가설을 생성해 낸다. 그리고 이 가설은 관찰과 실험을 통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명료하게 번역된다. (112쪽) 학문의 커다란 가지들을 통합하고 문화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과학문화와 인문학 문화 간의 경계를 국경으로 보지 않고 양쪽의 협동 작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미개척지로 보는 방법뿐이다. (231쪽)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유전자와 문화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과 인문학을 분리한 채 이해하려 한다면 부질없는 짓이 된다. 인간 진화의 실재성을 인식하면서 이 둘을 함께 묶어 이해해야 한다. (289쪽) |
사회생물학을 창시한 20세기 대표 과학 지성, 에드워드 윌슨(Edward Osborne Wilson)
1929년 미국 앨라배마 버밍엄에서 출생. 개미에 관한 연구로 앨라배마대에서 생물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섬 생물지리학 이론 및 사회생물학의 창시자로 명성이 높으며 1956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해왔고 미국 학술원 회원이기도 하다. 20여 권의 과학 명저를 저술한 과학 저술가로서 <인간 본성에 대하여>와 'The Ants'(개미)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했고 미국 국가 과학 메달, 국제 생물학상, 크래포드상 등을 받았다. 현재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과 펠레그리노 석좌 교수이며, 비교동물학 박물관 곤충관의 명예관장으로 있다.
첫댓글 통섭에 대한 이해중 가장 알기 쉽게 비유되는 것에 대한 오해로 과연 통섭(총체적지식)이 흐르는 강에 비유되는 것입니다. 지식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지식의 바다가 될것인가? 라는 비유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통섭은 사실 나무에 비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입니다. 뿌리에서 잎,줄기까지 모든 분야가 광합성을 하고 서로 공유하고 통합되며 지식은 이제 하나의 숨쉬는 거대한 생명체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빠를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