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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깃발> 2017년 8월호에 신학 교육 개혁에 관한 저의 글이 실렸습니다.
최근에 이루어진 총신 신대원 교육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학 교육 과정의 혁신
-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사례를 중심으로 -
신현우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신약학)
교회 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은 교회 개혁의 계승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이것은 목회의 실패만이 아니라 신학의 실패이며, 교회의 실패이기 전에 신학교의 실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잘못된 신학이 교회의 부패를 가져 왔을 것이며, 잘못된 신학은 잘못된 신학교육으로 인해 형성이 된 부분이 상당히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 개혁의 첫 단추는 신학교에서 끼워야 한다.
한국 신학 교육의 장점은 무엇보다 목회 현장이 있는 학문과 강도 높은 경건 훈련이지만, 신학 교육 자체에는 여러 가지 약점이 있으며, 이러한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교육 방식에서 또한 학교가 마련한 교육 제도 차원에서 여러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2016년 교육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1. 입시의 개선
교육은 입학생을 뽑는 입시에서 시작된다. 좋은 학생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험생이 어떤 준비를 하는가도 중요하다. 입시제도는 신입생이 어떤 준비를 하고 오는가를 좌우한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경우 전통적으로 성경, 영어, 철학이 필답 입시 과목이었다. 필답고사에 합격한 후에는 면접고사가 있었다.
2017년 입학생을 위한 총신신학대학원의 입시 개선은 입시 과목에서부터 이루어졌다. 면접고사에서 논리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논술 평가를 추가하였는데, 이것은 프랑스의 대학입학 철학 논술 시험 스타일로 이루어졌다. 이 외에도 면접고사는 2박3일 합숙면접으로 개편되면서 자기 소개, 논술, 강의듣기, 예배, 소그룹 토론, 대그룹 발표, 소그룹 활동, 캠퍼스 투어, 개인면접 등 수련회 캠프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이와 함께 수시 전형이 신설되어 영어 공인 시험 고득점자가 8월에 2박3일 합숙 면접을 통하여 합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헬라어, 히브리어, 라틴어 등 고전어 필답 고사에 통과하는 경우에도 다른 시험 없이 8월에 합숙 면접을 통하여 합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러한 제도는 고전어나 영어를 잘 준비한 입학생을 늘려감으로써 신학대학원 교육의 분위기를 개선하는데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2. 성경 원어 교육의 혁신
한국에서의 신학 교육의 최대의 약점 중에 하나는 성경 원어 교육이 약하다는 데 있다. 원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게 교육하지 않는 교육을 개혁주의적 신학 교육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신학을 표방하는 신학교들이 원어 교육을 충분히 한다고 볼 수 없다. 신학대학원 입학 전에 동계 과정을 통하여 성경 원어 문법을 교육하기도 하고 입학 후에 성경 원어 문법을 공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성경 원어가 그 이후 신학대학원 교육의 기초가 되어 계속 사용되어야 하지만, 필수 과목들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방식의 교육이 종종 행해진다. 원어 성경 강독은 선택 과목 속에서나 일부 학생들이 수강할 뿐 필수 과목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성경 관련 필수 과목 수업에도 원어 성경 없이 들어와 앉아 있었고, 졸업할 때까지 원어성경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헬라어와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졸업한다. 그들이 입학 전에 배운 문법 수준 정도도 그들의 머리에는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성경 원어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꼭 필요한 신학 교육 개혁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없을 때에는 그 공백을 사람이 메꾸어야 한다. 제도가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면 제도를 개혁할 수 없다. 제도가 없으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고 사명감과 헌신과 희생으로 제도 개혁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필수 과목 시간에 헬라어나 히브리어 원어 성경을 가지고 오도록 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직접 원어 성경을 읽으면서 강독하고 주해하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 매주 헬라어 번역 퀴즈 시험도 치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헬라어를 전혀 읽지 못하는 학생들은 이 과목을 통해 헬라어 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든가, 통과하지 못하고 재수강해하든지 해야 한다. 필수과목에서 한 과목이라도 이렇게 하면서 한 명의 교수라도 길목을 지키면, 대부분의 졸업생은 성경 원어 성경을 활용할 수 있는 설교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교수로서 희생해야 하는 것이 있다. 원어 성경을 읽으며 강의하고 매주 번역 퀴즈를 보게 되면, 좋아하는 학생도 있지만 싫어하는 학생도 있다. 이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 모두에게 칭찬 받고자 하고 강의 평가를 신경쓰다보면 결코 할 수 없는 것이 교수 개인 차원에서의 원어 교육의 개혁이다.
모든 신학 교수가 자신의 수업 시간에 성경 원어 본문을 읽으면 강의한다면 한국의 신학 교육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러한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핑계이다. 그리스에 가면 바보도 헬라어를 한다. 언어는 사용을 많이 할수록 친숙해 지는 것이다. 성경 원어도 예외는 아니다. 입학 후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수업 시간에 접하면 학생들은 성경 원어에 친숙하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 유학할 때에 자신은 성경을 원어로 공부하고도 한국에 와서는 성경 원어 교육 무용론을 펼치는 것은 한국이 신학적 식민지임을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다. 성경 원어를 문법정도만 가르치고 다른 과목 시간에는 원어 성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성경 원어 문법을 가르치는 이유를 망각한 것이다. 성경 원어 문법책을 일부만 가르치고 문법 과목 강의를 마치는 지독한 관습은 매우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다. 절반 정도만 가르치면서도 마치 문법을 가르치는 양 속이기에 기만적이며, 절반 정도 배우면 원어 성경을 읽을 준비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절반만 가르치기에 무책임한 것이다. 이렇게 절반 정도 배운 학생들은 다른 성경 과목을 수강할 때 성경 원어에 기초한 강의를 들을 수 없기에 졸업할 때까지 성경 원어에 토대한 수업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신학 교육은 도저히 목회자용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에서 맴돌다가 끝이 난다. “오직 성경”의 원리를 따라 목회하기에 함량 미달인 졸업생이 배출된다. 그런 교육을 행하는 것이 한국교회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들 중에 하나이다.
3. 주해 교육의 혁신
한국 신학 교육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주해 교육이 약하거나 없다는데 있다. ‘오직 성경,’ ‘성경 전체’를 원리로 하는 개혁주의를 표방한다면 성경 주해 교육은 필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후보생을 훈련하는 M.Div. 과정에서 주해 교육은 제대로 되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학교마다 생겨나고 있는 것이 성경주해 전문 Th.M. 과정이다.
주해 교육을 혁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해 과목을 늘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총신신학대학원은 2017년부터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신입생들은 기존의 “성경해석학” 과목 외에 “구약주해입문”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혁과 함께 각각의 성경 과목에서 주해를 실습하며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론을 몸에 체득시키려면 반복적 실습이 필요하다.
총신신학대학원의 경우, 신약학 분야에는 신약서론, 성경해석학, 공관복음, 요한복음, 바울서신, 신약신학이 있다. 이 중에서 공관복음, 요한복음, 바울서신은 주해 훈련을 할 수 있는 과목이다. 이런 과목은 자칫 개론 과목처럼 운영될 우려가 있는데, 개론적 지식 습득은 독서 과제를 통해서도 해결될 수 있다. 본문을 상당 부분 원어로 주해하는 강의와 함께 한 단락을 정하여 단계별 주해 실습을 한다면 학생들은 설교자로서 좀 더 잘 준비될 것이다.
사본학, 구조분석, 단어연구, 문맥연구, 배경연구 등의 과정의 방법론을 알려주고, 매주 단계별로 실습하게 하여 한다. 이러한 실습을 발표시키고 논평해주는 세미나는 수업의 중요한 일부여야 한다. 학기말에는 이 실습 레포트를 보완 발전시켜서 다시 내게 하고 이것으로 기말 평가를 하면 좋다. 기말에 읽어야 하는 주해 실습 레포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읽고 채점하여 주해를 못하는 학생은 반드시 재수강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주해를 못하는 학생이 졸업하지 않으므로 교수 한 사람만 길목을 지켜도 모든 졸업생 품질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개혁은 제도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혁은 사람이 시작하는 것이며 필요에 따라 제도로 뒷받침되는 것이다. 제도는 개인이 시작한 혁신을 더욱 효과적이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수단이므로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 정신을 가진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제도를 탓하지 말고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 사명자가 사명을 감당하지 않고 제도를 탓할 수는 없다. 아직 제도로 안 되는 것을 되도록 하는 것이 사명자의 길이다.
4. 신학대학원 교육 과정의 혁신
신학 교육의 요소는 교수, 학생, 교육과정, 교육환경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교수이다. 좋은 교수를 잘 뽑아 놓으면 좀 부족한 학생이 모집되어도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수진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학생, 교육과정, 교육환경이 갖추어져도 좋은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학교를 발전시키려면 학교의 운영자는 좋은 교수를 뽑아오는데 혈안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학교 간의 무한 경쟁이 되는 시대에는 더더구나 그러하다. 교수를 뽑을 때 축구 협회가 국가 대표를 뽑을 때처럼 이것저것 정치적 고려를 하면 그런 학교는 뒤쳐질 것이다. 그러나 히딩크처럼 정치적 압력을 물리치고 오로지 실력을 기준으로 유능한 선수를 선발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사람들이 알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교수들이 때로는 이사회가 유능한 인재를 거부하고 엉뚱한 사람을 뽑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수를 뽑는 인사 규정을 잘 정비하여 유능한 인재가 선발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교육의 혁신을 위한 최우선의 전략이다.
총신신학대학원의 경우는 2012-2013년에 교수진을 대폭 확보한 후 교육과정의 국제화와 교육과정의 혁신을 추진하였다. 교육과정의 국제화를 위해 영어 M.Div. 과정을 2015년에 시작하였고, 2016년에는 중국어 M.Div. 과정을 시작하였다. 2017년에는 M.Div. 교육과정(커리큘럼)을 개편하였다.
M.Div. 교육 과정의 개선 방향은 M.Div. 과정의 목표 설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총신신학대학원의 경우 “강해 설교에 능한 설교자”를 양성하고자, 2016년 봄 학기에 교육 과정 개선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성경 원어 강독 과목들이 필수과목으로 추가되었고, “구약주해입문” 과목도 추가되었다. 아울러 “설교실습2”가 추가되었다. 신학 교육의 개혁주의 정체성을 살리는 개혁신학 과목도 추가되었다. “개혁신학총론,” “칼빈주의와 역사,” “한국개혁신학”이 그러한 과목이다. 이러한 과목 추가와 함께 성경원어강독 능력 인증 시험과 개혁신학 인증 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앞으로 졸업생들은 모두 성경을 원어로 읽을 수 있고 개혁신학이 무엇인지 알도록 하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제도는 각 과목에서 교수들이 원어 성경을 사용하며 강의하는 것을 격려하는 효과도 내게 될 것이다.
5. 학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연계한 7년 교육 과정의 혁신
한국의 신학대학원들은 일반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받아 3년간 신학을 공부시키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신학을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을 염두에 둔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은 그 동안 다른 전공을 하다가 들어온 입학생들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어렵지 않아 도전감을 주지 않는 과정이기도 하다. 더구나 동일 대학의 신학과 출신들은 종종 이미 배운 과목을 다시 배우게 되어 학업 의욕을 상실하게 되는 지루한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최소한 동일 대학 신학과에서 공부한 입학생들에게 학사 과정과 석사 과정에서 과목이 겹치지 않는 교육 과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7년 커리큘럼’을 마련하려고 각 학교마다 노력해 왔지만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해왔다.
총신대학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십 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해결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2016년 봄에 이 문제는 마침내 해결되었다. 신학대학원 1학년 교육과정을 학부 신학과 4학년에서 미리 공부하게 하고, 이들이 입학하면 신학대학원에서 1학년을 건너뛰고 곧바로 2학년과 3학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남은 1년은 성경을 권별로 주해하며 연구하는 성경주해과정 등의 Th.M. 과정을 일 년간 이수하면서 논문을 쓰고 졸업하게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총신대학교 신학과는 이 과정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학사과정 4학년 과목을 총신신학대학원 1학년 과목과 동일하게 할 뿐 아니라, 학사과정 1~3학년의 교육과정을 개편하였다. 필수과목에서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영어 원어 강독 과목을 12학점, 성경 원어 및 라틴어 과목은 19학점이나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성경 원어 강독 능력을 갖추고 영어 원서를 읽는데 문제가 없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학생들이 4학년 때 미리 신학대학원 1학년 과목을 마치고,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후에는 3년만에 M.Div. 과정과 Th.M. 과정을 마치고 Th.M. 논문까지 쓰며 졸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6. 신학대학원 M.Div.과정과 Th.M.과정을 연계한 4년 교육 과정의 도입
7년 교육과정은 충분한 인문학적 신학적 소양을 갖춘 목회자 후보생을 키울 수 있는 과정으로 정착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대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서 3년 과정 동안 신학을 공부하는 것으로는 충분한 신학적 소양을 갖출 수 없다. 그래서 일반대학 출신 입학생들을 위해서는 4년 이상 신학을 공부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M.Div. 과정 입학생들이 복수 전공 방식으로 제4년차에 성경주해 과정 등의 Th.M. 과정을 공부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일반대학 출신 신학대학원생들의 신학적 소양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총신신학대학원의 경우에는 2016년 봄부터 이 과정 개설을 논의하여 개설하기로 하였고, 2017년 가을 학기에 신학대학원 재학생들 중에서 이 과정에 지원자를 모집하여, 2018년 봄 학기부터는 시행에 들어갈 것이다.
이 과정을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에게 당장 보편화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학대학원은 현행 3년제에서 단수 전공 3년제, 복수 전공 4년제로 개편되면서 M.Div. 학위를 받는 제도에서 상당수의 학생이 복수 전공 4년제를 선택하여 M.Div. 학위와 Th.M. 학위를 모두 받게 되리라 예상된다.
신학대학원에 지원자들이 몰려오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또한 신학대학원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나 학문적 소양도 점점 떨어지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교인들의 교육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좋은 목회자를 배출하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 신학대학원의 교육 혁신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신학대학원들은 평범한 신입생을 받아서도 우수한 인재로 바꾸어 졸업시킬 수 있도록 교육 혁신을 해야 한다.
7. 맺음말
신학 교육 혁신의 첫 단계는 입시 제도 개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입시 제도는 신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입시생들이 신학 공부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게 한다. 성경, 영어, 철학 등의 준비를 하는 일반 전형과 함께 성경 원어 강독 시험이나 영어 공인 시험 성적을 통하여 수시 전형으로 입학할 수도 있게 한다면 앞으로 성경 원어나 영어 준비가 잘 된 입학생들이 늘어나게 하고, 신학대학원에서의 교육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몇 십 분간의 개인면접을 2박3일 합숙 면접으로 대체하는 혁신도 인성이나 공동체 생활 등을 점검하여 목회자 후보생으로서 적합한 사람을 선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며, 신학대학원에서의 경건 훈련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는 기초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좋은 입학생을 선별하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학생을 잘 교육하는 수업 운영이다. 목회자 후보생은 목회를 위해 전문가로 양성되어야 한다. 성경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하는 목회자에게 기초적인 소양은 성경을 원래 기록된 원어(히브리어, 헬라어)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성경 과목을 담당한 교수들이 성경 원어 본문을 읽으며 주해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성경 원어 본문 강독 능력과 함께 중요한 것이 성경 주해 능력이다. 이 능력을 배양할 때 학생들은 강해 설교를 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가지게 된다. 성경 주해 능력을 배양하려면 주해 이론을 강의하는 것으로 불충분하며 성경 과목마다 단계적 주해 실습을 시켜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신학대학원은 성경을 바르게 해석하며 설교할 수 있는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다.
신학 교육의 혁신은 교수 개개인의 교육 방식과 함께 교육 과정의 개선으로 이루어진다. 교육 과정 속에 성경 원어 교육의 비중이 약하거나 성경 원어 본문 강독 필수 과목이나 성경 주해 과목이 없다면 그러한 교육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이 원어 성경에 토대한 주해 설교자로 성장할 수 없다.
신학대학원의 교육 혁신은 학부 신학과 학사과정의 교육 과정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신학과에서 학사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중복 되는 과목이 없이 계속 신학적 소양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학대학원에서도 학부 신학과 출신 입학생들을 위한 트랙을 개발해야 하고, 학부 신학과도 신학대학원과 겹치지 않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겹치는 부분을 만들려면 신학대학원 1학년 과정과 정확하게 겹치게 하여, 이를 신학대학원에서 면제받고 그대신 다른 고급 과목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이러한 과목을 Th.M. 과목으로 편성하여 Th.M. 학위를 더 주면 더 좋을 것이다.
아울러 일반대학교에서 다른 전공을 하다가 온 학생들을 위해서도 M.Div. 과정과 Th.M. 과정을 4년만에 복수전공할 수 있는 트랙을 개발하여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점점 높아지는 교인들의 교육 수준을 생각할 때에도, 신학대학원 M.Div. 교육의 질의 획기적 향상과 함께 전문화 및 심화 과정인 Th.M. 과정을 추가하여 이수하는 기회를 확장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국 교회의 위기에 신학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본기를 튼튼히 교육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학교는 성경 원어 및 주해 등 기본기가 튼튼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혁신하고, 목회자 후보생을 키우는 신학대학원 교육의 최종 도달점도 개론적 신학 지식으로 이루어지는 M.Div. 수준이 아니라 전문화된 수준에 도달하는 Th.M. 수준에서 마쳐지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총신신학대학원은 2016년에 이러한 교육 혁신 계획을 세웠고 2017년부터는 변경된 교육 과정을 신입생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신학과 학사과정과 신학대학원의 연계 교육과정을 적용 받는 입학생들이 생겨날 것이며, M.Div. 과정에 이어 Th.M. 과정을 복수 전공하는 재학생들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2020년에는 헬라어 히브리어 강독 능력을 갖추지 못하여 졸업이 연기되는 학생들이 발생할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그 해 졸업하는 학생들은 모두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성경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신학대학원들이 한국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바르고 수준 높은 신학 교육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혁신을 해야 한다. 이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신학대학원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개혁이다. 신학교육의 혁신에 반대하며 과거의 틀을 고집할 것인가?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개혁을 하며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씨앗을 키워 튼실한 모종을 만들 것인가? 목회자 후보생 교육을 맡은 신학 교수들은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이 임무를 감당함에 있어서 악하고 게으른 종이 될 것인가, 착하고 충성된 종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