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012년 4월 22일 일요일, Kuching, Waterfront Lodge (오늘의 경비 US $64: 숙박료 35, 아침 10, 식품 3, 맥주 5, 8, 버스표 90, 40, 환율 US $1 = 3 ringgit)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밤 버스로 Kuching을 떠나서 Miri로 갈까 하다가 그만 두었는데 그렇게 결정하기를 잘했다. Kuching이 너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전에 나룻배로 강을 건너가서 요새를 구경하고 그 옆에 있는 Malay 족 마을 구경을 했다. 오늘은 흐린 날씨로 해가 안 나와서 그런지 하루 종일 선선한 날씨였다. 강을 다시 건너와서 맥도날드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맥도날드 아침 식사를 했다. 맥도날드 안에는 손님이 많았는데 딱 한 사람만 빼놓고는 전부 중국계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직원은 대부분 Malay 족 사람들이었다.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uching은 Singapore, Melaka, George Town과 다름없는 말레이시아의 중국 도시다. Sarawak 주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 중국계라는데 Kuching, Miri, Sibu 등 도시만 따지면 중국계의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아마 50%가 훨씬 넘을 것이다. 오늘 전에 갔었던 Chinese Immigration History Museum에 다시 가서 이민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100여 년 동안 중국의 광동성과 복건성 사람들이 이곳에 이민을 왔다. 말레이시아 전체에서 그렇듯이 이곳도 중국인들이 경제권을 잡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똘똘 뭉쳐서 사는 것으로 유명한데 오늘 이민사 박물관에 가서 보니 중국 사람들 사이에도 출신지 별로 더 똘똘 뭉쳐서 산단다. 예를 들면 복건성에서 온 사람들도 복건성 내 출신지 별로 똘똘 뭉친단다. 복건성 안에만도 중국어 방언이 여럿 있었는데 말이 잘 안 통할 정도로 달랐었단다. 아마 옛날에 경상도 안에서도 경상남도 말과 경상북도 말이 많이 달랐던 것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오늘 Miri로 가는 버스 정보를 확실히 알았는데 관광안내소 직원, 숙소 직원에게 얻은 정보보다 숙소 근처에 있는 여행사에서 얻은 정보가 제일 확실했다. 관광안내소와 숙소 직원은 버스 출발시간 한 두 시간 전에 버스 터미널에 가서 버스표를 사고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는데 아마 그렇게 해도 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반면 여행사 직원은 시내에 있는 버스회사 매표소 위치를 가르쳐주면서 그곳에 가서 미리 버스표를 사고 버스 출발시간에 맞추어서 버스 터미널로 나가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여행사 직원은 매표소에 전화를 걸어서 매표소 위치와 매표소가 현재 열렸나를 확인하고 닫는 시간까지 확인해 주었다. 아주 고마운 사람이었다. 외국여행을 하면서 구경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유명한 볼거리를 구경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저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다. 그런데 나는 후자를 더 즐기는 편이다. 여행을 많이 할수록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Kuching에서도 처음 며칠 동안은 유명한 볼거리를 구경 다녔는데 오늘은 자유롭게 거리 구경을 다녔다. 유명한 볼거리보다 자유롭게 다니면서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더 오래 머리에 남는 것 같다. 오늘 중국이민사 박물관에 가서 중국의 성을 나열한 것을 보았는데 한국의 성들이 모두 다 있는 것 같았는데 “朴”은 없었다. 한국의 성 가운데 “朴” 만이 중국에 없는 성인 것 같다. 이번 여행에는 삼성 카메라만 쓰고 있다. 과거 여행에는 모두 일제 올림푸스, 파나소닉, 캐논 카메라를 썼는데 이번에 삼성 카메라를 써보고 느낀 것은 삼성 카메라는 아직 일제 카메라에 비해서 못 하다는 생각이 든다. 렌즈, mega pixel, 디스플레이 등 큼지막한 것에는 일제 카메라에 뒤지지 않는데 세세한 것들에 뒤진다.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사진을 찍다보면 ISO 버튼을 나도 모르게 건드려서 ISO 숫자가 바꿔져서 (예를 들면 Auto에서 800으로) 사진을 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ISO 버튼의 위치를 잘못 정한 것이다. ISO 버튼과 플래시 버튼 위치를 바꾸어 놓았더라면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삼성 카메라를 디자인 한 엔지니어들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안했던 것이다. 애플이 지금의 애플의 위치에 오른 것은 바로 그런 세세한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을 잘했기 때문이다. "The devil is in details."라는 미국속담이 여기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애플의 그 누구보다도 Steve Jobs가 그런 것을 더 잘 했기 때문에 (적어도 초기에는) 그것이 애플 전체의 문화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애플 제품은 “easy to use" 경지를 넘어서 ”fun to use" 경지에 최초로 도달한 전자제품이 되었던 것이다. 삼성 지도부에는 그런 생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는지 삼성제품은 세세한 것에는 일본이나 미국제품에 비해서 떨어진다. 애플 못지않게 세세한 것을 더 잘하는 회사가 아마존이다. 놀랄 정도로 잘한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래서 아마존도 애플 못지않게 성공한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은 아마존의 설립자 Jeff Bezoz 때문인 것이 틀림없다. 어느 집단이고 지도자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삼성도 이건희 회장이 삼성에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이건희 회장은 젊었을 때 일제 전자제품들을 모두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 취미를 가졌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삼성전자가 휴대폰과 카메라를 만들 때쯤엔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던 것일까? 이건희 회장은 고등학교 2년 후배라 더 애착이 가는 사람이다. 얘기가 이상한 쪽으로 빠졌다. 오늘 오후에 Pizza Hut 음식점 건너편에 있는 Bus Asia 사무실에 가서 내일 오후 3시 반에 떠나는 Miri 행 버스표와 모래 아침 8시에 Miri를 떠나서 브루나이로 가는 버스표를 사놓았다. Miri에는 모래 아침 6시 반 도착이고 브루나이에는 모래 오전 11시 도착이다. 모든 출발, 도착 시간이 편리한 시간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장대비로 변해서 우산을 썼어도 비에 흠뻑 젖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비에 젖는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 대형 수퍼마켓에서 맥주를 샀는데 8 ringgit을 받아서 음식점에서는 4 ringgit을 받는데 수퍼마켓이 왜 더 비싸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네는 법대로 하느라고 세금을 붙이는데 음식점에서는 세금을 안 붙이기 때문이란다. 음식점 술값이 수퍼마켓보다 더 싼 것은 이 나라에서 처음 경험한다. 보통은 그 반대다. 내일도 아침 산보를 하고 맥도날드 음식점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정오까지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Hilton 호텔 커피숍 같이 시원한 곳에 가서 인터넷을 하다가 맥도날드나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들고 오후 3시까지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나가서 Miri 행 버스에 오르면 된다. 노 젓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Malay 족 사람들이 사는 마을 구경을 갔다 Malay 족 마을 건축양식이 좀 다른 것 같다 Sarawak 주를 다스렸던 영국인 White Raja의 묘였던가? White Raja가 지었던 요새 강변 산책길 강 건너로 Kuching 시내가 아름답게 보인다 Kuching은 고양이 뜻이라는데 시내에 고양이 조각이 많이 보인다 이곳도 시계탑이 있다, 한국 도시에는 시계탑이 없는데 왜 그럴까? 거리 풍경 중국 거리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지방에 흔히 보이는 보도는 이렇게 생겼다 만두 음식점, 한국의 "점심"이 중국어 "Dim Sum"에서 나온 모양이다 중국이민 박물관 중국이민 경로를 표시한 지도 박물관 내부 중국의 성을 나열해 놓았는데 한국 성은 "박" 빼놓고는 다 있는 것 같다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Miri 밤 버스 (오늘의 경비 US $849: 아침 10, 점심 4, 식품 6, 택시 29, Kota Kinabalu-Hong Kong 항공권 $215, Hong Kong-Manila 항공권 $259, Manila-한국 항공권 $359, 환율 US $1 = 3 ringgit) 오늘 인터넷으로 5월 2일 출발하는 Kota Kinabalu-Hong Kong-Manila 항공권과 5월 21일 출발하는 마닐라-한국 항공권을 사놓았다. 이제 귀국날짜와 필리핀여행 시작날짜가 정해진 것이다. 정말 이번 여행이 끝나간다는 실감을 느끼겠다. 앞으로 남은 여행기간은 28일인데 브루나이와 말레시아 Borneo 섬의 Saba 주에서 (Kota Kinabalu가 있는) 1주일을 보내고 필리핀에서 3주를 보낼 예정이다. Manila에 도착해서 항공편으로 Cebu로 가서 거기서부터 북상하면서 필리핀여행을 할 생각으로 Manila-Cebu 항공권도 사려고 했는데 인터넷으로는 안 된다. 인터넷 구매 마지막 단계인 항공료 지불에서 내 은행카드가 거부된다. Kota Kinabalu-Hong Kong-Manila 그리고 Manila-한국의 국제구간들은 문제없이 되는데 필리핀 국내구간은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 은행카드 문제는 아니고 필리핀의 문제인 것 같다. Manila에 5월 2일 오후 8시에 도착인데 그 시간에 시내로 나가서 하루 밤을 자고 Cebu로 가기위해서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공항으로 오는 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공항에서 적당히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5시 30분 비행기로 Cebu로 갈 생각이다. 공항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여러 번 해봐서 별문제 아니다. 오늘 버스 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나가면서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Kuching 인구의 80%가 중국 사람들이란다. 50% 정도로 생각했는데 80%라니 Singapore, Melaka, George Town, Kuala Lumpur 수준에 못지않은 것이다. Kuching, Kota Kinabalu, Miri 등 말레이시아 Borneo 섬의 도시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말레이시아는 도시는 중국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시골은 Malay 족 사람들이 대부분인 모양이다. 한마디로 동남아의 대부분 도시들은 중국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동남아 전체를 중국이 지배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벌써 경제는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버스 터미널로 나가기 전에 숙소 로비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숙소 직원이 (아마 여자주인) 열심히 컴퓨터를 하고 있어서 무얼 하나 흘깃 보니 한국 TV 연속극을 보고 있었다. 물어보니 “동이”라며 한국 드라마가 최고라고 한다. 중국 드라마도 보는데 한국 드라마가 훨씬 더 재미있단다. 그러면서 1998년부터 한국 TV 드라마를 보기 시작해서 이제는 완전히 팬이 되었단다. 동남아의 한국 TV 드라마 인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Kuching Sentral이라 불리는 Kuching 버스 터미널은 최신식 건물인데 규모가 거창하다. 그러나 버스는 20분이나 늦어서 오후 3시 50분에 출발했다. 제법 편안한 고급버스를 예상했는데 아주 고물버스다. 버스에 화장실도 없고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도 않고 식수 서비스도 없는 버스다. 불편한대로 잠을 조금이라도 자야 내일 행동하는데 덜 피곤할 것이다. Kuching 버스 터미널은 거대한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