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9일, 화요일, Saumur, Hotel L'Ecuyer (오늘의 경비 US $88: 숙박료 48, 점심 12, 커피 1.40, 환율 US $1 = 0.7 euro) 오늘 Angers로부터 Saumur까지의 거의 60km의 자전거 여행은 최악의 자전거 여행이었다. 오전 8시 Angers를 떠나서 오후 3시경 Saumur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비가 내렸다. 오전에는 비교적 얌전히 내리는 봄비였는데 오후에는 맞바람을 동반한 장맛비 같은 비였다. 비가 계속 내리니 쉬고 싶어도 쉴 데가 없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힘들고 구글지도를 보는 것조차 힘이 든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그랬는데 프랑스 집들은 하나 같이 추녀가 없다. 그래서 건물 주위에 비를 피할 곳이 없다. 가끔 나오는 교회와 버스 정류장 밖에 없다. 오늘 최대의 문제는 우비재킷이 빗물이 새는 것이었다. 작년가을 일본 여행할 때만해도 우비재킷이 빗물이 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 제법 많이 샜다. 사실 거의 20년이나 묵은 우비재킷이라 빗물이 샐 때가 된 것은 당연하다. 이번 여행에 새 것으로 바꾸었어야 했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이번 여행 중이라도 가능하면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우비재킷 안에 입은 옷들이 많이 젖었는데 제법 차가운 비라 젖은 옷 때문에 몸이 추웠다. 신발도 물이 샜다. 젖은 옷과 젖은 신발로 자전거를 타자니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다행히 Saumur 숙소에 도착해서 숙소 옷 건조기에 옷과 신발을 말릴 수 있었다. 내일 오늘 같이는 또 못한다. 너무 고생스럽다. 다시 비를 맞으며 타기 전에 새로 우비재킷과 방수신발을 사야한다. 앞으로도 계속 비가 예보되어 있다. Saumur는 인구 2만 정도의 소도시라 내가 원하는 우비재킷과 방수신발을 사기가 힘들 것 같다. 아직 최종결정은 안 내렸는데 Loire 강 지역에서 자전거 타는 것은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다. 내일 Saumur 구경을 하고 Orleans으로 기차를 타고 가야할 것 같다. Orleans은 제법 큰 도시이니 내가 원하는 우비재킷과 방수신발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점심때쯤 비를 피하러 카페 열린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카페에 들어서서는 우선 젖은 우비 상의, 장갑, 헬멧, 모자를 벗는데 한참 걸렸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종이 타월로 얼굴과 머리를 닦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카페 밖에는 자전거 여행을 하는 듯한 사람의 자전거 한 대가 보였는데 짐을 가득 실은 조그만 트레일러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어린이 자전거 세 대가 놓여 있었다. 카페 안에는 40대 아버지가 10세 전후의 딸 셋을 데리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목표지가 나와 같은 Saumur라는데 이 비에 아버지가 딸 셋을 데리고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니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에 흠뻑 젖었는데 아버지와 딸 셋은 하나도 젖어 보이지 않았다. 맑은 날씨에 자전거를 타다가 들어온 사람들 같다. 비가 새는 우비와 신발과 비가 안 새는 우비와 신발의 차이인 것이 틀림없다. 우비와 신발에 물이 안 새면 우비 안에 입은 옷과 발이 젖을 이유가 없는데 나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까지는 신발 외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운이 좋았었던 모양이다. 커피만 마시며 옷을 좀 말리고 나오려다 점심까지 먹었다. 피자 비슷한 음식을 시켰는데 양이 고양이 밥처럼 적다. 아버지와 딸들은 많이 먹는다. 아마 식사 전후에 먹는 음식도 같이 시켜서 먹기 때문인 모양인데 나는 식사만 먹었다. 나는 프랑스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리고 너무 비싸서 음식점에 들어가기도 싫다. 계속 수퍼마켓 음식과 맥도날드 음식으로 여행을 할 것이다. 수퍼마켓 가격은 한국보다 비싼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음식점 음식은 훨씬 더 비싸다. 종업원 임금이 비싸서 그런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비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한다. 여행 중 비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은 처음이다. 여행지도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거의 60km를 자전거로 달려서 Saumur에 도착했는데 비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7시간 내내 비가 왔는데 오후에는 맞바람이 치는 강한 비바람이었다 비를 장시간 맞으니 오래된 우비재킷에 물이 새기 시작해서 상의가 젖어왔다, 신발과 장갑도 물이 새서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름다운 소도시와 마을을 수없이 지나갔다 Loire 강 주위 경치는 Rhone 강이나 Garonne 강 주위 경치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프랑스 집들은 추녀가 없어서 갑자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을 찾는 것이 아주 어렵다 좋은 경치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아무 소용없다 또 다른 아름다운 마을 프랑스 4월의 비는 바람을 동반한 차가운 악성 비 같다, 한국 4월의 따듯한 부슬 비와는 다르다 비를 피해서 쉬다 갈 곳은 가끔 나타나는 도시의 카페와 버스 정류장 밖에 없다 또 다른 아름다운 마을 Loire 강을 따라서 난 자전거 코스를 표지판인데 한참 따라 가다가 어디에선가 놓쳐서 차들이 빗물을 튕기며 지나가는 차도를 달렸다 꽃밭이 너무 아름다워서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나쁜 날씨에도 딸 셋을 데리고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장한 아버지를 카페에서 만났다, 그러나 비바람이 부는 날 자전거를 타는 것은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4월 30일, 수요일, Saumur, Hotel L'Ecuyer (오늘의 경비 US $67: 숙박료 38, 식품 8, 환율 US $1 = 0.7 euro) 오늘 아침에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기차역에 가서 내일 떠나는 파리 행 기차표를 샀다. 그리고 파리 숙소 예약도 했다. 오랜만에 호텔이 아니고 저렴한 호스텔 예약을 했다. 파리 행 기차표를 사는데 젊은 매표원 남자 직원이 국적을 물어서 South Korea라고 했더니 "I like your country." 하면서 "안녕히 가십시오." 한다. 꼭 한국에 와본 친구 같다. 프랑스 친구가 한국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한국을 좋아한다고 할까?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이제 내일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서 4일 밤 묵으면서 비를 완전히 떨쳐버릴 것이다. 그러나 혹시 모르니 우비재킷과 방수신발을 살 것이다. 어제 당한 것으로 비에 완전히 손을 든 것이다. 어제 차가운 비를 맞고 감기에 안 걸린 것이 다행이다.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청명한 날씨였다. 너무나 좋은 내가 기다리고 있는 5월 날씨다. 어제는 나를 놀리 듯 끝까지 지겹게 비가 오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청명한 날씨로 나를 놀린다. 아, 어제 날씨가 오늘 같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완전히 프랑스 날씨에 녹다운 참패를 당한 것 같다. 그러나 하는 수 없다. 안타깝지만 Loire 강을 떠난다. 언제 기회가 있으면 날씨 좋을 때 다시 와서 Nantes에서 Orleans까지 자전거를 타고 싶다. (후기, 2016년 유럽대륙 횡단 자전거여행 때 했다.) 이제 파리에 가서 새로운 기분으로 프랑스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런데 프랑스 숙박료가 너무 비싼 것이 마음에 걸린다. 오늘 파리 대신 Orleans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Orleans 숙박료가 너무 비싸서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후에 다시 알아보니 싼 호텔이 나온다. 왜 아침에는 없던 싼 방이 오후에 나올까? 어쨌든 내일은 파리 행이다. 프랑스 여행은 잡친 기분이다. 그러나 큰일은 아니다. 잡칠 때도 있는 것이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오늘은 사진 한 장 밖에 못 찍었다. 숙소 건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