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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을 꿈꾸며...
오늘따라 민지(4·가명)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엄마랑 있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그런 누나를 바라보던 민우(3·가명)도 엄마를 붙잡고 울먹입니다. 영희(29·가명)씨는 참으로 난감해집니다. 오늘은 병원에 수혈을 받으러 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영희씨가 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 병마와 싸워온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젊은 시절 영희씨는 간호사로 일을 하며,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평범한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두 아이를 둔 그냥 평범한 가정 주부였습니다. 너무 불행하지도 않게,그리고 남들에게 시샘을 받을 만큼 너무 행복하지도 않게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냥 작은 행복만을 가진 채 단란한 가정을 이뤄가기를 원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한 지 3년쯤 되던 해,남편에게 결혼 전부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불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빚은 줄어들지 않았고 남편과의 불화는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키워보고자 남편과 헤어져 생활하면서 영희씨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때마침 작은 병원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영희씨는 희망을 가지며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을 했습니다.
지난해 겨울,유난히도 감기가 오랫동안 낫지 않아 고생을 하던 끝에 영희씨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냥 심한 감기 정도이겠지 싶었던 영희씨는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혈액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믿을 수도,인정할 수도 없는 병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취직을 해서 아이들과 희망을 가지고 살려던 참이었는데…. 얼른 작은 방이라도 얻어 신세지고 있는 언니 집에서 나가서 따로 살아야지 하는 희망을 가지던 참이었는데. 남에게 나쁜 짓 한번 한적 없이 살아온 착한 영희씨는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러워 참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1년. 그동안 치료비로 여기저기 빌려쓴 빚이 2천만원 가까이나 됩니다. 병에 대한 두려움,치료비로 진 빚에 대한 걱정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두 아이. 날이 갈수록 영희씨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번씩 수혈받는 일이 힘겹기만 하고,언제 다시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위태롭기만 합니다.
영희씨의 꿈은 제 손으로 두 아이를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평범하고 소박하기만 한 꿈이 영희씨에게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집니다. 울음을 터뜨리는 두 아이를 겨우 달래어 어린이집으로 보내놓고 병원으로 향하는 영희씨의 어깨가 오늘따라 더욱 처져보입니다. 그래도 영희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오늘도 열심히 치료를 받으러 갑니다.
정은주·기장군 장안읍사무소 사회복지사 051-709-4914
지난주 장현씨 이야기 43명의 후원자 188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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